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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고교학점제 ‘고등학교 무학년제’ 교육과정 어떻게 운영되나

학급이 지정되지 않는 ‘무학년제’ 운영하여 학생 개인의 선택 중요시, 개별화된 교육과정 고안


... 최승희 (2021-06-12 00: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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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수십년에 걸친 오랜 기간 동안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1994년부터 학급이 지정되지 않는 ‘고등학교 무학년제’ 교육과정을 운영해 왔다. 현행 핀란드의 고등학교 학사제도는 학생 개인의 선택을 최우선 하여 구성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개별화된 교육과정의 초석으로 여겨진다.

핀란드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그만의 독특한 편제와 방식을 바탕으로 ‘모듈화 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과목에 따라 수업을 받는 학년이 지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교육과정 내에 이수해야 하는 수업의 개수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이수 과목을 배치할 수 있다. 학생들이 직접 수업을 선택하고 이에 따라 시간표가 구성되기 때문에, 수업 구성과 학기 진행은 본인의 상황과 능력에 비례하여 평균적으로 2-4년이 소요된다.

교육과정은 보통 ‘모듈’이라고 칭할 만큼 단기간에 이수할 수 있는 적은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러한 내용은 교과 교육과정인 ‘syllabus’로 제시된다. ‘course’로 표기되는 과목 단위인 학점은 곧 과목의 수를 의미하며, 45분간 진행되는 1차시 수업을 총 38차시 수행하면 1학점이 인정된다.

교과목은 모국어과 문학, A언어, B언어, 기타 등 모국어 관련 4개의 교과군을 비롯하여 수학, 환경과 자연과학, 인문과 사회과학, 종교/문화, 건강교육, 예술과 체육 등 총 11개 교과(군)으로 구성된다. 각 과목은 필수/심화/응용으로 구분되는 동시에 필수과목과 심화과목은 직접적으로 연결된 한 세트의 개념으로 운영된다. 또한 응용과정은 다양한 교육 기관에서 제공하는 통합적인 과정으로 모두 선택형 과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위의 편제표에 따라서 고등학교 교육과정 2-4년간 총 75개의 과목을 최소 이수해야 하는데, 연중 5-6학기이므로 3년간 15~18개 학기로 산정하면 학기당 최소 5과목 정도를 공부하게 되는 것이다.



편제표에는 최소 필수 과목으로 필수과목 총 47~51개, 심화 과목 최소 10개를 포함하여 최소 75개 과목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 필수와 심화 과목의 구성을 교과 군별로 축약하여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면 고등학교 졸업 자격이 주어지고, 학점 취득을 위한 각 개별 과목에서의 학생 평가 결과에 따라 이수, 학년 진급 여부가 결정된다. 핀란드 일반계 고등학교는 과목 중심으로 운영되고 학년별로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2, 3, 4년 등의 연한으로 고등학교를 다니고 졸업하게 된다. 각 과목별 이수와 관련하여, 국가 수준에서 학교에서의 평가를 위한 지침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7단계의 절대평가 규정을 따르도록 하는데, 각 과목은 과목당 10점 만점에 4~10점으로 구성되어 있고 4점은 낙제에 해당한다. 몇 과목은 Pass/Fail로 석차가 주어지기도 한다.



핀란드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대학입학시험을 운영하고 있으며, 교육과정과 마찬가지로 대학 입학 시험에서도 언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학입학시험에서 학생들은 제2국어, 외국어, 수학, 일반 교과 중 3개와 모국어 포함 4개 과목에 대한 시험을 치르는데, 모국어는 필수이다. 모국어 자체는 핀란드어 외에도 스웨덴어를 선택할 수 있다. 이는 600년간 스웨덴의 식민지로 있던 핀란드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 교육과정에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모국어 외 3개 과목 중 하나는 심화 과목이어야 한다. 학생들은 4개 과목을 조합함에 있어 핀란드어, 스웨덴어, 영어, 수학 이렇게 언어 중심의 조합을 할 수도 있고, 사미(Sami)어를 모국어로 하며 이과를 중심으로 선택하는 학생은 사미어, 핀란드어, 수학, 과학 등으로 조합할 수 있다. 대학입시의 안내 언어는 핀란드어와 스웨덴어 2종이다. 대입시험은 봄, 가을 1년에 2회 치러진다. 시험에 합격한 후에 추가적인 일부 시험을 보거나 다시 응시할 수 있다. 시험 재응시에 시간 제약은 없으므로 언제든 재응시할 수 있으나, 합격한 후에 다시 응시하는 것은 1회만으로 엄격한 제약을 둔다.

한편, 핀란드는 위계적 질서를 중시하지 않는 특성을 강하게 띠며, 교수와 학생 사이에도 직위나 성을 부르지 않고 편하게 이름을 부르는 수평적인 관계가 성립되어 있다. 이는 일반 공립학교에 나열된 교직원의 사진이 직책 순이 아니라 이름의 알파벳 순서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언어에서부터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가 명확하게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학습의 성취도가 부족하더라도 동일 연령대 학생들과 진급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간주 해 왔다. 따라서 각 나라의 문화적인 차이를 고려해서 교육과정을 편성하지 않으면 기대한 바와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앞서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 사례로 볼 수 있는 다양한 국가들의 사회, 문화적인 배경에 차이가 있음을 먼저 인식한 후에 우리나라에 맞는 교육과정을 고안해 나간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