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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5-03 23:56:42

<전북교육신문이 만난 사람> 국가무형문화재 사경장 보유자 김경호


... 이병재 (2024-03-31 18: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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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9일 미국 예일대학교 스털링 메모리얼 도서관에서 특별한 전시가 개막됐다. ‘성스러운 텍스트의 필사:영적인 수행’을 주제로 성경, 쿠란, 토라(유대교 경전) 필사본, 중국과 일본 사경, 그리고 우리나라 전통 사경이 전시됐다. 전시에 특별히 초대받은 국가무형문화재 사경장 보유자 김경호(62) 씨를 전주 한국전통사경연구원에서 만났다.

-예일대 전시는 어떤 성격?
이번 전시는 세계 주요 종교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경전을 손으로 옮겨적던 관행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예일대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성경, 쿠란, 토라(유대교 경전) 필사본, 중국과 일본 사경과 제가 전통 사경을 바탕으로 성경, 쿠란 등 다른 경전의 특징과 장식 요소를 아우른 ‘융복합 사경’ 작품 등 7점을 8월 11일까지 전시합니다.

-계기?
2019년 3월 뉴욕 맨해튼 ‘아시아위크’에 초대받아 참여 갤러리인 티베트 하우스에서 열린 전시를 계기로 예일대 일미 교수님을 알게 됐습니다. 전통 사경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어 그분에게 성경, 코란과 같이 예일대에서 전시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일미 교수님이 흔쾌히 수락하시고 2020년 가을 개최를 추진하던 중 코로나19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들어서야 열리게 됐습니다.

-다른 종교 경전과 함께 전시한 이유?
성경과 쿠란은 기독교, 이슬람 신자가 아니더라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경은 다릅니다. 그래서 성경과 쿠란을 같이 전시한다면 우리 전통 사경의 가치를 설득력 있게 소개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아마 예일대에서 한국을 중심으로 하는 전시는 최초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미술관 아닌 대학교에서 전시한 까닭?
대학교 전시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전시와 달리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전시를 통해 성경이나 쿠란보다 덜 알려진 우리 전통 사경의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전통 사경과 성경, 쿠란 등을 비교 연구 과제로 삼아 학문적으로 심화시킨다면 전통 사경의 ‘세계화’라는 제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시 준비?
만족스러웠습니다. 제 기억으로 전시 준비를 위해 7개 정도의 팀들이 저와 지속해서 소통했습니다. 완벽한 전시를 위해 애쓰는 직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시실도 고급스럽고 디스플레이도 세련되고 멋지게 꾸몄습니다.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사경 세계화 노력?
저는 현재 사경의 세계화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제가 세계화에 관심을 가진 시기는 미국 뉴욕에서 첫 초대전을 가진 2003년쯤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경이 불교 전래국 가운데에서는 최고 수준임에도 세계 속에서 제대로 인정을 못 받고 있습니다. 반면에 성경하고 쿠란 같은 경우에는 세계 미술관, 박물관마다 전시하고 있어요. 불교 관련해서 미국에서는 티베트 불교 미술이 많이 알려져 있어요.



-국내 사경 현실?
사경 세계화는 국내 사경 연구 활성화와 같이 기야 합니다. 사경 연구가 어려워서 연구자들이 많지 않습니다. 먼저 불교를 알아야 하고, 서예도 최소한 알아야 합니다. 인도부터 시작해서 중국, 일본 불교 미술사도 알아야 하고 사경의 역사도 알아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문도 능통해야 합니다. 각 분야 분야들을 최소한으로는 알아야 연구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사경을 연구하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어요.

-향후 계획?
이번 전시를 마치면 콜롬비아 대학과 하버드 대학에서 전시를 열 계획으로 대학 측과 계속 타진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맨해튼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전시하고 싶어요. 전통 사경을 세계 곳곳에 알리기 위한 전시장소로 그만한 곳이 없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인지도가 아주 높은 세계적 언론부터 조명을 받는다면 전통 사경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질 것입니다.

인터뷰 도중 그는 ‘성스러운 텍스트의 필사:영적인 수행’ 소책자를 보여줬다. 영문으로 된 이 소책자에는 김경호 사경장에 대한 소개와 전통 사경 작품이 성경과 쿠란 등과 어떻게 비슷한지가 설명돼 있다. 사경 세계화를 위해 ‘김경호와 전통 사경을 해외에 소개하는 최고의 책자’로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