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LOGO
최종편집: 2024-05-03 23:56:42

고(故) 무녀도초 주영훈 교사 업무시간 이외에도 업무포탈에 100일 동안 87번 접속, 살인적 업무과다


... 임창현 (2024-04-18 19:29:05)

IMG
지난 17일 오전 11시에 인사혁신처 정문 앞에서 전북교사노조는 고(故) 무녀도초 주영훈 교사의 순직 인정 재심사 기자회견을 하고 유족측 법률대리인과 함께 동료 교사 1천100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포함한 순직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순직 인정이 처음에 받아 들여지지 않은 이유는 크게는 두가지로 볼 수 있다. 첫번째 서거석 교육감까지 나서서 순직인정을 촉구했지만 실상 전북도교육청은 순직인정을 위한 제대로된 보고서를 공무원연금공단에 보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두 번째는 인사혁신처가 교직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에 대해 교사노조는 "인사혁신처가 고인의 평균을 상회하는 수업시수 및 과도한 행정 업무량을 보고도 초과근무라는 지엽적인 자료를 기준으로 업무과다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교직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함을 반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인이 메모처럼 남긴 유서 및 지인들과의 온라인 대화 내용에서도 고인의 업무 스트레스를 엿볼 수 있다. 고인은 과중한 업무 및 학교장의 태움, 즉 잦은 구두 반려 및 즉흥적인 업무 추진 등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 및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토로했다. 교직 사회에서 잦은 구두 반려는 관리자의 교묘한 갑질 수단 중 하나"라고 전북교사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전북교사노조 정재석 위원장은 "고 주영훈 교사는 6학년 29시간을 수업하며 4학년 복식학급도 담당했었다. 전북지역 초등교사의 평균 수업시간 20.8시간에 비해 매우 많은 수업을 담당했다. 기본적으로 초등학교 교사는 다과목을 지도하며 매시간 수업 설계부터 진행, 그 후 반성 및 향후 수업 설계를 위한 피드백 반영까지의 과정을 일일이 거쳐야 한다. 따라서 복식학급 담임 자체가 이미 고인에게 매우 과중한 업무였다"고 설명한다.

이 외에도 19개 가량의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그 중 정보, 차세대 나이스, 인성인권부장, 방과 후 학교 및 돌봄, 현장 체험 학습 활동 등 다수의 기피업무를 담당했다. 19개의 업무 중 하나일 뿐인 정보업무를 살펴보면, 2023 전북교육청 10대 사업 중 하나로 강조된 에듀테크 교육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 정보보안, 스쿨넷, 학교정보화지원 스마트기기, 업무포털, 나이스, 홈페이지, 메신저, 정품 소프트웨어 관리, 학교 정보화기기 구입 및 관리 예산 편성, 스마트 칠판장 구입 등 행정직 및 전산행정직의 업무까지 담당했다.

고 주영훈 교사는 정보 업무 외에 18개의 업무가 더 있었다. 돌봄과 방과후 역시 일선 학교에서 교사들이 기피하는 업무로 정규교육과정 이후 및 방학 중에도 강사 관리, 물품구입, 프로그램 관리, 학생 관리 등이 마무리되지 않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돌봄 업무의 경우 2023년 돌봄 시간이 연장되어 업무가 더 늘어났다.

2023년 체험학습 이동수단을 어린이통학버스로 제한하여 일반 전세버스 이용시 교사가 모든 변수를 책임져야 했던, 이른바 ‘노란 버스 사태’로 기피 업무였으며 고인의 학교는 소규모 학교로 전교생 대상 야영활동을 운영하였고, 2학기 전교생을 대상으로 추진 중이었던 현장체험학습 역시 앞서 언급한 노란 버스 사태로 급박히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고 주영훈 교사가 근무했던 학교는 교감 및 전담교사 미배치교로 정교사 3명이 모든 업무를 처리한 곳이다. 2023년 동일 기간 동안 해당학교 정교사 3명 중 고인의 공문 생산량이 가장 많았다.

그래서 전북교사노조 정재석 위원장은 "객관적인 자료에도 불구하고 인사혁신처의 ‘과도한 업무가 지속적이며 집중적으로 있었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는 결정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고 주장했다.

전북교사노조가 공개한 고 주영훈 교사의 업무포탈 접속기록을 보면 학교 근무 일수 100일 동안 52번의 근무시간 후 교내에서 업무처리로 늦은 시간 퇴근했으며 퇴근해서도 자택에서 87차례 원격업무수행 포털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이 남아 있고, 실제 근무시간 외에 기안하였던 공문도 확인되었다.

고 주영훈 교사의 원격업무수행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던 기록을 면밀히 살펴보면 고인은 새학기 첫 출근 전날인 3월 1일 오전 9시부터 밤 10시 26분까지 원격업무에 접속하여 업무를 수행하였고 새벽 5시에 원격업무 수행포털 사이트에 접속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학교에 출근하기도 했다.

2학기 개학 후 과도한 업무와 관리자의 은근한 태움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와중에도 생을 마감하기 6일 전인 8월 24일에는 밤 11시까시 원격업무 사이트에 접속하여 밀린 업무를 수행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초과근무를 남기지 않은 채 주말에 학생을 인솔하여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적도 있다. 유족과 고인의 지인에 따르면 고인은 퇴근 후 및 주말에도 학교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김용서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학교로 들어온 업무, 교사를 옥죄는 수많은 법에 갇혀 교사의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며, “살인적인 업무강도와 관리자의 은근한 태움으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을 고(故) 주영훈 교사의 순직 인정을 요구하였다. 또한 “고인의 순직에 관한 모든 근거를 가족이 입증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대안을 촉구하는 한편,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는 교사가 자괴감을 느끼고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