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문화재단은 22일, 2017년 청년작가초대전에 김원·박지은·한정무 세 명의 화가를 초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재단 관계자는 “청년작가초대전은 전북 미술작가의 위상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전시회”라며 “선정된 작가들은 열악한 창작환경 속에서도 치열하게 작업하고 뛰어난 예술적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는 작가들”이라고 밝혔다.
초대작가들은 2017년 우진문화공간 갤러리에서 각각 2주간의 초대전을 갖고 연말에 창작지원금을 500만원씩 받게 된다.
올해에도 심사를 맡은 최효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장(전 경기도미술관장)은 “매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예술가의 길을 가는 많은 이들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는 말로 심사평을 시작했다.

▲김원_Hard work_한지에 먹과 아크릴_366x200cm_2016
최 관장은 먼저 김원에 대해 “2016년에 이르러 독창적인 화풍에 안착하는데 전과는 확연히 단절되는 새로운 변화의 폭과 깊이가 주목된다. 이 작품들은 사회성 있는 일종의 풍속화로, 먹의 선묘, 필치, 표현, 포치, 색상 대비 등 여러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칭찬했다.
또한 “화면 구성과 포치가 특히 돋보이는데 그 안정감이 몰입을 유도한다. 화면은 예외 없이 어떤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데 적당히 설명적이고 적당히 모호하여 상상력을 자극한다. “화폭을 통해 다양한 정서와 감정의 모습을 관찰하고 표현하여 사람과 사람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고자 한다”는 작의(作意)가 잘 구현되었다”고 덧붙였다.
최 관장은 이어 “많은 한국화가들이 평면성을 단조로움과 진부함의 원천으로 생각하고 온갖 다양한 시도를 통해 평면의 한계로부터 벗어나려 애썼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평면은 역설적이게도 무한한 차원을 품는다. 김원은 그 평면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 같다. 오늘 여기, 평면 한국화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천착을 응원한다”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김원은 전북대 예술대학 미술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아시아 그리고 쌀 전(2010, 2012)과 시대정신과 동양회화의 표현의식(2014) 외에 네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내년 초대전에서는 “사회의 천태만상을 한지에 먹과 분채를 활용해 대작 위주의 작업으로 보여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지은_16008.머무르며_Ott painting_145x112cm_2016
또 한 명의 초대작가 박지은은 동덕여대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한국미술대상전 대상(2009)을 수상했고, KIAF(2013~2014), 화랑미술제(2009~2013)에 참여했으며, 열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최효준 관장은 심사평을 통해 “박지은은 옻칠이라는 특수한 기법을 현대화하는 데 몰두하여 옻칠화의 장르에서 여성적 감성을 바탕으로 전통적 단순성과 절제미를 구현하려고 했다”고 평가하면서 “중국 칠화(漆畵)가 고색창연함, 세밀함, 정교함, 압도적임, 직설적임 등을 특징으로 하는 데 비해 박지은의 옻칠화에서는 소략함, 고졸함, 단순함, 암시적임 등의 성격이 드러난다”고 부연했다.
최 관장은 이어 “그것이 한국적 칠화의 특징인지 박지은 옻칠화의 성격인지는 분명하지 않다”면서 “작가는 옻칠화라는 특수한 장르의 연원으로부터 출발하여, 내용과 형식 면에서 실질적인 현대화를 추구하고, 여성적 감성과 우리 전통미의 특질을 현대 조형으로 구현하는 데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물리적 제작 과정뿐 아니라 그 개념적 조형의 과정도 ‘어렵고 복잡하고 공이 많이 드는 것’이 되도록 더욱 노력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지은은 내년 초대전에서 “우리미술의 전통적 소재인 옻칠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인간관계에서 드러내고 싶은 삶의 향기를 표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작가는 또 “옻칠은 삼베에 6~7회의 사포작업을 거듭해 바탕화면을 만들어내고 그 위에 다시 작가 자신만의 재료와 표현기법으로 조형을 완성해가는 대단히 고단한 작업”이라며 “이 인고의 작업이야말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미술의 원천적 감흥을 선물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한정무_axis_철_2015
또 다른 초대작가 한정무는 전북대 미술학과 조소전공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전북대 미술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일본 오이타 조각공모전 입선(1996), 홍익야외조각공모전 특선(1999) 등 경력이 있고, 일곱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작가는 “요즘 내 작업에 종종 등장하는 상반된 개념들, 동그라미와 네모, 막힌 것과 뚫린 것, 안과 밖, 볼록한 것과 오목한 것, 거친 것과 고운 것 들은, 대비시켜보면 결국 서로 닮아 있다”며 “작품을 통해 대비되는 것들이 닮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 ‘통로’를 주제로 한 조각과 설치작업을 통해 지금의 나의 의식 너머 새로운 당위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심사를 맡은 최효준 관장은 “(한정무 작품의) 재질, 형태, 비례는 서로 어우러지지 않고 불균제의 균형을 이룬다”며 “그런 불안한 병치를 작가가 의도하는 듯하고 일정 정도 효과를 보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항상 새로운 시각과 방법으로 세상을 보려 한다’는 작가의 의도, 상반된 것들의 대비를 통해 입방체의 형태적 대조와 균형, 3차원 세계의 그 미묘한 대치와 흡인의 긴장 관계를 표현하고 부각시키려는 그의 집착은 평가할 만하다”면서 “세상에 없는 형태를 만들되 그것이 세상에 없는 아름다움의 구현이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왼쪽부터 김원, 박지은, 한정무. 우진문화재단은 2017년 청년작가초대전 초대작가로 세 명을 선정했다.
1991년 시작된 우진문화재단 청년작가초대전은 2016년까지 63명의 초대작가를 선정해 초대전을 가졌으며 작가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베이징(2012), 제주도(2013), 나오시마(2014), 대만(2016) 미술기행을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