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의 가장 많은 개혁 요구는 무엇일까? 대학 입시와 관련된 내신과 수능 관련 내용이다. 개인적으로도 두 가지를 바뀌면 교육을 바꿀 수 있다는 판단으로 개편 방안을 놓고 고민하면서 수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내신과 수능에 관한 개혁 요구는 대학 입시를 위한 개혁 요구이다. 그런데 2025년, 고교학점제 폐지, 성취평가와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이하 최성보) 논쟁 과정을 보면서 기초학력 미도달 학생 지도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였고,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교육계의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깨닫게 되었다.
기초학력 보장 지도는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의 성공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다. 고등학교 1학년 공통교육과정에서 ‘최성보’에 대한 부담이 최소화되어야 2학년 선택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하다.
교사와 교원단체는 이미 성취평가를 시행하고 있는 초·중학교에 최성보가 왜 없는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아울러 초·중학교에서의 미도달 학생에 대한 지도 부족으로 고등학교의 정상적 교육과정 운영이 어렵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면 초중학교에서는 왜 최성보가 없을까?
첫째, 초·중학교는 의무교육이다. 교과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미이수 개념이 없다. 중학교에서는 출석 일수를 기준으로 이수 여부를 결정한다.
둘째, 14세 미만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 지도 및 개인정보 수집 이용을 위해서는 법정대리인(학부모)의 자필 동의가 필수적이다. 많은 학부모가 ‘낙인’효과를 우려하여 기초학력 보장 지도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초·중학교에서는 방과후 학습, 두드림 학교 운영, 1+1 협력 수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3월 실시하는 기초학력 진단평가에서 미도달하는 학생,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의 1등급(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학점제를 하는 고등학교에서 발생한다. 학점제에서는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교과를 위계에 맞게 선택해야 하지만, 고1 공통교육과정 수준에 미도달하는 학생이 많으면, 2, 3학년의 선택중심 교육과정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를 위한 평가를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고 한다.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대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초 학업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란 의미이다. 과거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은 초·중학교와 같은 지정과목 위주 교육과정이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로 고등학교도 대학과 마찬가지로 위계에 맞는 선택중심 교육과정으로 운영된다. 고등학교 입시에서도 최소한의 수학능력(기초 학업 능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중학교 3학년 학생(만15세 이상)을 대상으로 중학교 졸업 자격고사 도입을 제안한다.
현재 중3학년의 기초학력 진단평가(3월)와 1, 2차 향상도 평가(6, 9월)를 ‘중학교 졸업 자격고사’로 하여 고등학교에서 요구하는 기초 학력 능력을 갖추도록 하자. 중학교의 기초학력관련 평가는 학교 자율 선택인 맞춤형 학업성취도자율평가(맞자평), 표본 검사인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성취도평가), 3월에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기초학력 진단평가(진단평가)가 있다. 중학교 졸업 자격고사로 대체할 것으로 제안하는 평가가 3월 실시 기초학력 진단평가이다. 기초학력 진단평가는 ‘맞자평’이나 ‘성취도평가’에 비해 난도가 매우 낮다.
몇 가지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해 보았다. 첫째, 국어·영어·수학 3개 영역의 과목별 60% 이상을 기준으로 평가하며 원점수나 평균 점수의 공개 없이 단순 과목별 P/F만 표기한다. 사교육 우려와 서열에 따른 문제 없이 시행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현재의 ‘진단평가’ 도달 기준은 과목별 문항과 성취 수준에 따라 30문항 가운데 15~20문항의 풀이를 요구한다. 그리고 3개 영역 가운데 1개 영역이라도 기준에서 미달이면 미도달이다. 특정 영역이 취약한 학생의 경우, 평가를 포기하기도 한다. 현재 진단평가 미도달 학생 비율을 10% 내외로 추정된다. 이 비율은 과목별 미도달 통계가 아니라 3개 영역 가운데 하나라도 미도달했을 때 발생하는 수치이다. 과목별로 2, 3차 평가가 필요한 학생은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자격고사 도입에 따른 중학교의 부담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학업 분위기 향상 효과로 전체적으로 면학 분위기가 개선될 것을 기대한다.
셋째, 현재와 같은 CBT 방식으로 3월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시행하여 3개 영역 모두 도달한 학생은 자격고사를 갖게 되며 영역별 미도달 학생은 6월 1차 향상도 평가에 해당 영역을 다시 응시한다. 1차 향상도 평가에서도 미도달하면 9월 2차 향상도 평가를 통해 재차 응시하여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고 학습하도록 책임 지도한다.
최종 평가에서도 미도달 학생이 발생할 수 있다. 특수교육대상자이거나 경계선 지능 학생은 별도 서식을 통해 내용을 기록하고, 일반 학생이 미도달하면 학업성적관리위원회 협의과정을 거치도록 별도 조항을 마련하여 미도달 학생을 최소화할 필요도 있다.
현재 초·중·고등학교에 기초학력 관련 평가가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평가가 너무나 많다. 그러나 평가에 대한 구속력이 너무 없다. 많은 학생이 “왜 이런 시험을 봐요? 시험을 못 보면 어떤 불이익이 있어요?”를 질문한다. 불이익이 없다면 MZ세대 학생들은 정말 아무런 의미 없이 시험을 치른다. 학생의 정확한 학업 역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학력 저하로 여지없이 나타나고 있다. 많은 교사가 고등학교에서 학력의 양극화 현상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현장의 소리는 부족하다.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고교학점제가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기초 학업 능력 평가를 위한 중학교 졸업 자격고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야 한다.
전북지역공동 교육위원회 자문
한국중등수석교사회 회장
전) 전북교육공동연구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