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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아이낳았나”..교육당국 홀대에 ‘한탄’


... 문수현 (2016-12-02 00:38:59)

유치원 원아모집이 한창인 가운데, 전주의 한 공립유치원 추첨에 참여한 학부모들이 교육당국의 무성의에 불평을 쏟아냈다.

2017년 전주 만성동 혁신도시에 신설되는 단설공립 전주아름유치원 유아 선발이 11월 30일 한 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전주아름유치원은 총12개 학급에 만3~5세 244명의 유아를 선발했다. 이 가운데 법정저소득층과 국가보훈대상, 사회적 배려 대상, 전북 혁신 지역거주자 등 우선순위 120명을 선발했고, 나머지 124명은 일반유아를 선발했다.

일반유아 모집에는 정원의 5배가 넘는 636명이 접수했다. 특히 만3세 유아의 경우 16명 모집에 268명이 접수해 무려 17: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11월30일 전주아름유치원 유아모집에 접수한 학부모(1가구 1인)들이 추첨 장소가 마련된 한 초등학교의 강당에 입장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추첨을 통해 합격자가 가려지는 학교 강당은 온종일 긴장과 함께 북새통을 이뤘다. 그런데 비가 내리고 바람까지 불어 쌀쌀한 날씨에, 추첨에 참여한 학부모(보호자)들은 온기 한 점 없이 차가운 강당 마룻바닥에 주저앉아 있어야 했다.

앞 분반의 추첨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뒷 분반의 학부모들도 대기실이 따로 마련되지 않은 탓에 건물 밖에서 추위에 서성여야 했다. 이날 참여한 학부모는 대부분 유아의 어머니인 젊은 여성들이었다.

현장에서 일부 학부모는 “선생님들은 아무리 수가 많아도 바닥에 앉는 걸 본 적이 없는데 학생이나 학부모가 바닥에 앉은 건 너무 자주 본다”면서 “의자가 부족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찬 바닥에 앉게 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학교장은 “학교는 추첨 장소를 제공했을 뿐 당일 행사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행사를 주관한 전주의 다른 단설유치원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사전에 양해도 구하고 난방기도 세게 가동했다”며 “(바닥에 앉게 해) 죄송했지만 어쩔 수 없는 여건이었다”고 밝혔다.

일부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이 학부모들을 이렇게 홀대해도 부모들이 좀처럼 맘엣 소리를 못한다”고 말했다. 공립유치원은 사립유치원과 달리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거의 없는 대신 문턱이 한없이 높기 때문에 아이 둔 입장에서 교육당국의 눈치를 안볼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현장에서 추첨에 참가한 한 학부모는 “이러려고 아기 낳았나, 아기를 낳지 말아야 되는데 낳아가지고 이런 일 당한다는 자조 섞인 한탄을 학부모들끼리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최대 17:1, 평균 5:1의 추첨에서 불합격한 대다수 학부모는 스트레스와 분노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다음날 일부 학부모는 유아모집을 주관한 전주교육지원청에 전자민원을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와 교육당국이 유아에 대한 무상보육(교육)을 못 하고 있는 현실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립유치원이 필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점도 그렇다. 전북에는 현재 공립병설 유치원이 336곳, 사립유치원이 168곳이지만, 본격적인 유아교육기관이랄 수 있는 공립단설 유치원은 전주 네 곳을 포함해 단 스무 곳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