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와 검정 교과서를 혼용하기 위한 행정절차에 들어갔다. 국정교과서 사용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이를 저지하려는 각계의 움직임도 만만찮다.
교육부는 국·검정 교과서 혼용과 검정실시 공고기간 단축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4일 입법예고했다.
현행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는 ‘학교의 장은 국정도서가 있을 때는 이를 사용해야 하고, 국정도서가 없을 때는 검정도서를 사용해야 한다’고 돼 있다. 개정령안은 여기에 ‘국정 및 검정도서가 모두 개발된 경우에는 그 중 하나를 선정해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각 학교가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정령안은 또 검정교과서의 개발 공고를 최소 1년6개월 전에 하도록 한 기존 조항에 ‘교육과정 개정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검정 공고기한을 달리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공고기한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행 규정에는 ‘검정도서의 최초 사용 학년도 시작 이전 1년 6개월 전’에 검정 실시를 공고하도록 했는데, 새 검정교과서가 사용될 2018년 3월까지는 1년 2개월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4일부터 24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2월 중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교육계, 역사학계, 시민단체 등은 즉각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과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 시도교육감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로 구성된 ‘국정교과서 폐기를 위한 교육·시민사회·정치 비상대책회의’는 입장문을 통해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추진을 중단하고 개악된 2015 개정교육과정의 편찬 기준을 다시 바로잡으라”고 요구했다.
야당이 추진하는 ‘국정교과서 금지법’도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역사교과용도서의 다양성 보장에 관한 특별법안’은 역사교육의 다양성 보장을 위해 역사교과서의 국정 발행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정교과서 저지 특위는 교육부가 3월 새 학기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가르치는 ‘연구학교’ 지정을 2월 초까지 마무리하려 할 것으로 보고, 국정교과서 금지법이 2월 첫째 주 안으로 통과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여기에 여당인 새누리당의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언급한 ‘정책쇄신’ 과제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재검토가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 위원장은 정치권에 오기 전부터 국정교과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현장에서 전수조사를 해보니 64%가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적당하지 않다는 것 아니냐”며 “(국정화는) 정책의 시작 자체가 애당초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한국사국정화저지전북네트워크가 연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지 촉구 기자회견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