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LOGO
최종편집: 2025-06-06 02:37:58

특성화고 현장실습 ‘노동법 사각지대’인가


... 문수현 (2017-03-17 01:37:00)

지난해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를 점검한 결과 표준협약 미체결, 근무시간 초과, 유해위험 업무, 임금 미지급 등 465건의 부당사례가 적발됐다.

현장실습 학생의 노동권이 취약하다는 점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교육부는 모니터링 상시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를 점검한 결과 부당사례 465건이 적발됐다고 16일 밝혔다.

점검은 두 차례로 나눠 이뤄졌다. 1차는 교육부, 중소기업청, 전문가들이 구성된 중앙 점검단과 지방고용관서(근로감독관) 점검단이 실시했고, 2차는 각 시·도교육청과 학교에서 실시했다.

조사결과 표준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사례가 238건으로 가장 많았다. 개정법은 현장실습표준협약서 체결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어겼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을 시킨 경우는 95건, 유해위험 업무를 지시한 경우는 43건, 일한 만큼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는 27건, 성희롱 17건, 기타 부당한 대우 45건이었다. 개정법에 따르면 고등학교 재학생의 현장실습시간은 1일 7시간(주35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합의를 한 경우에도 주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번 합동조사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장기근로, 야간근로 등 근로보호의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2월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이 개정된 뒤 처음으로 실시됐다. 지난해에는 전국 3만1404개 기업에서 4만4601명의 학생이 현장실습에 참여했다.



교육부는 최종확인 절차를 거친 뒤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 과태료 처분 등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특성화고 현장실습 지도·점검을 강화하기 위해 모니터링 시스템(www.hifive.go.kr)을 구축하고 상시적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모니터링 시스템에 담길 내용은 △표준협약서 체결 및 준수여부 등을 포함해 학생권익침해 사례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시스템에 입력 △학교별 현장실습 모니터링 결과를 취합해 관할 지방고용청에 송부 △사업장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을 감독대상에 반영해 근로감독 실시 △특성화고 현장실습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시·도교육청 현장실습 운영 관련 지도·점검 등이다.

교육부는 “앞으로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을 엄격히 적용해 학생 안전과 권익보호 강화에 역점을 둘 계획이며, 단순근로 제공이 아닌 학습중심의 현장실습생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대책은 효과 있을까

하지만 교육부의 이런 대책은 취업률 경쟁 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주 LG유플러스고객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홍수연 학생의 경우 표준협약을 체결했지만 유명무실했다. 시민단체들은 “현장실습 학생의 노동권이 취약한 현실을 기업이 악용해 표준협약서를 무력화시키고, 표준협약에 훨씬 못 미치는 노동조건으로 근로계약서가 작성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이번 합동조사가 신뢰할만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전북에서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을 시킨 경우는 단 2건 적발됐지만, LG유플러스고객센터 한 곳만 해도 퇴근시간을 넘겨 일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6시 이후에도 실적 좋은 상담사의 녹음파일을 들으며 ‘나머지 공부’를 하고 ‘콜수’를 채웠다는 게 시민단체들이 조사한 결과다.

교육부는 학습중심의 현장실습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5일 ‘LG유플러스 현장실습생 공동대책위’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기자회견에서도 그런 지적이 나왔다. 이미 2015년에 감사원이 ‘산업인력 양성 교육시책 추진실태’ 감사를 통해 전공과 관련 없는 산업체 실습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교육부는 이를 개선하지 않았고 그 사이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당시 감사원은 파견형 현장실습을 실시한 학생 중 20.5%가 전공과 무관한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실내디자인건축 전공학생이 전화상담 전문업체에서 실습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현장실습을 전공과 연계시키라고 교육부에 요구했다.

공동대책위 관계자는 “취업률을 높이려는 학교와 비용절감 차원에서 실습생을 활용하려는 기업의 이해관계 탓에 현장실습은 여전히 ‘저임금-장시간 일자리 조기취업’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과 정부가 가해자고, 고인은 이런 제도의 피해자”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