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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벤다이어그램


... 편집부 (2017-03-19 19:2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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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하은)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0분경.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을 만들었다.
헌정사상 최초 대통령 파면. 전국 각 시도교육청은 박대통령의 탄핵심판선고 영상을 초등학생부터 권고하여 그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눈으로 보고 직접 느껴보도록 했다.
헌법재판소는 그녀가 헌법을 수호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파면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헌법이란 무엇인가?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 작용의 기본원리 및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규범을 말한다. 나라의 지도자가 헌법을 수호할 의지가 없다는 것은 사회의 질서와 안정을 유지할 본인의 직무를 팽개치는 것과 같다.

대부분 학생들의 보편적인 반응으로 학교는 축제의 장과 같았다.
모두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에 감격하는 모습이었다.
학교의 범위에서 벗어나 조금 더 넓은 범주로 다가갈수록 그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다 함께’ 만들어가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그들끼리’ 만들어가는 대한민국이 되자 국민들은 큰 상실감을 느꼈다. 어느 광고의 말에 나온 ‘같이의 가치’는 더 이상 없다는 생각에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아직 정의가 다 무너지지 않았기에 대한민국은 이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었다.
여러 공약들 중 제대로 지켜낸 ‘국민대통합’을 눈앞에 일궈내고도 말이다.

2012년 당선을 확정짓고 정권이 교체되며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경제개혁법안’은 사실 의식이 깨어있는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졌다. 고등교육으로 넘어갈수록 늘어만 가는 청년실업률에 불안해진 청소년들은 자연스레 과열된 경쟁 속에 그들만의 레이스를 만들어냈고 심화되었다. 그렇게 교육의 참된 의미를 깨닫기보다는 일명 ‘문제 푸는 기계’가 되었다. 이러한 현실에 경제개혁이라는 단어는 단연코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실어주기에 충분했다. 경제와 교육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법안을 가지고 여당과 야당의 견해 차이는 분명했다. 여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시 교육과 의료 등 주요 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가 35만개 생겨난다며 적극적인 태세를 보였지만, 야당들은 서비스 산업 범주에 보건, 의료를 포함시키고 영리 의료법인을 허용할 경우 의료 양극화까지 만들어내 서민층의 의료비 부담이 크게 늘 것이라며 반대했다.
파견근로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파견대상 업종도 대폭 확대하려 했던 노동개혁법안 또한 비정규직을 양산할 것이라는 야당들의 반대로 좌초되었다.
힘찬 경제는 좌절됐고, 결국 학생들은 ‘문제 푸는 기계’에서 더 빨리 ‘문제 푸는 기계’가 되어가야 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이제는 고령 사회를 맞이하게 된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건 ‘셋째아이 대학등록금 전액지원’은 소득하위80%대상, 1,2학년만 지원하는 것으로 축소되었고, 대학교 ‘반값등록금’공약 역시 2015년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을 완성했다는 정부의 말과 다르게 흘러갔다.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도 않아 공약이 유지될 수 있을지 불투명할뿐더러 유명 사립대학들은 조 단위의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어 환류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가계부채 문제, 사드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경제보복,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한미 FTA 재협상 등 박근혜 전 정부가 벌려놓은, 또 해결해야할 여러 문제를 뒤로 놓고 과연 새로운 지도자가 그의 공약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번 정권 출범 이후에는 한국이 수출주도형 경제임을 명확히 자각하고 선제적 대비책을 마련해 더 이상 가계부채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한 미국 측에는 한미FTA가 양국 간의 교역증진을 가져와 두 국가 모두에게 이득임을 재차 알려야하고, 안보문제와 통상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을 중국정부에 충분히 설명해 사드보복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한다. 정부의 실패가 또 다른 실패를 낳아서는 안될 일이다.
중국의 통상압력에 적절히 대응하는 유능한 지도자를 뽑는 것이 이번 5월 9일 우리 국민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인간이기를 거부했음에도 우리는 국민으로 대했고, 국민이기를 거부하기에 결국은 우리 손으로 끌어내렸다.
거리의 자유발언대에 소로(Henry David Thoreau)가 등장해 연설한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불의가 당신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불의를 행하는 하수인이 되라고 요구한다면, 분명히 말하는데, 그 법을 어겨라.
오늘날 이 정부에 대해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한 인간으로서 올바른 자세일까?
나는 대답한다. 수치감 없이는 이 정부와 관계를 가질 수 없노라고. 나는 노예의 정부이기도 한 이 정치적 조직을 나의 정부로 단 한순간이라도 인정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혁명의 권리를 인정한다. 그것은 정부의 폭정이나 무능이 너무나 커서 참을 수 없을 때 정부에 대한 충성을 거부하고 저항하는 권리이다. 당신의 온몸으로 투표하라. 단지 한조각의 종이가 아니라 당신의 영향력 전부를 던져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