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 선발·추천으로 이뤄져오던 도내 초등학생 글로벌체험 해외연수가 올해 선발방식이 바뀌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인재육성재단은 전라북도와 시군의 지원으로 지난 2007년부터 11년째 해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600~700명을 해외에 보내 어학연수와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해왔다. 해외연수 장학생 제도는 특히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소중한 기회였다.
그런데 올해 초등학생 선발방식이 바뀌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학교장이 학교 자체의 성적평가기준에 따라 학생을 선발해 추천했고, 학교별 배정 인원도 있었다. 작은 농산어촌 학교라도 1명은 추천을 받아 연수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올해 전북도와 전북인재육성재단은 지난달 초 선발공고(초 335명, 중 335명, 대학생 30명)을 내면서,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어권 연수생 280명 선발은 EBS 토셀(TOSEL. 국제영어능력인증시험) 성적순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전북교육청이 지난해부터 초등학교에 성장평가제를 실시해 중간시험과 기말시험 등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은 것이 구실이 됐다. 일부 학교와 교사들이 학생들의 성적을 서열화할 방법이 없다면서 해외연수 장학생 추천서류 작성과 접수에 어려움을 호소했고, 교육청은 다른 대안이 없이 학교장 선발·추천제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초등학생은 학교에서 해외연수에 관한 안내를 받을 뿐, 3월 25일과 4월 29일 두 차례 실시되는 토셀 시험에 응시하고 해외연수 신청서류를 작성해 시군에 직접 접수해야 한다.
전북인재육성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도교육청과 여러 차례 회의를 하고 교원단체, 전문가, 현장교사 등의 의견을 들었지만 학교장 선발·추천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재단으로서는 고육지책으로 정량평가 방법 중 가장 공신력 있다고 알려진 EBS 토셀을 새로운 평가기준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선발·추천이 학교에서 가장 바쁜 학기초에 이루어져 교사들이 부담을 적잖이 느끼고 있고, 특히 시 지역 교사들은 부담을 더 느낀다”며 “도청 관계자들에게도 그 점이 많이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지역교육연구소는 21일 논평을 내고 “도와 교육청의 협치 부족으로 올해부터 학교별 추천 배정인원이 없어져 지역균형선발의 취지가 사라지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또 “토셀 성적을 선발기준으로 국한한 것은 다양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자 하는 취지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고, 사교육 유발과 농산어촌지역 학생의 소외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학생을 선발하면서 도교육청은 학교 자체 성적평가기준 또는 학습능력평가기준을 마련해 학교에서 학생을 선발·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학교가 평가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고, 다른 부처 사업에서 요구하는 학생 추천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계속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장은 “성장평가제를 하더라도 영어인터뷰나 논술 같은 학교자체 평가기준을 마련해서 학교가 추천을 해야 한다”면서 “성장평가제에 걸맞은 대안적 평가방식을 찾지 않고, 성장평가제여서 추천을 할 수 없다는 구실로 추천을 포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