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권누리와 전북인권교육센터가 전북대 졸업생 미투(#MeToo·성폭력 피해경험 말하기) 피해자에게 사과문을 냈다. 하지만 정작 가해 당사자들은 연락을 두절한 채 침묵하거나 사과표명을 보류하고 있다. 관련된 남성 3명은 모두 최근까지 인권단체 관계자였다.
시간강사 J씨는 미투 폭로여성 김 씨를 성추행한 2013년 당시 인권누리 대표였고 그 산하단체인 전북인권교육센터 소장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전북대에서 교양과목 ‘인권의 이해’를 강의하고 있었다. 다른 2명의 남성은 전북인권교육센터 회원이었다.
해당 단체는 6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 적은 글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인권이라는 이름을 악용하고, 우리 단체 소속임을 이용하였다는 사실에서 다시 한 번 피해자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성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반인권적 사안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헌신하셨던 많은 분들과 단체들에게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해 J씨가 전북도청 인권팀장 재직 중 전주인권영화제 자원봉사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을 때도 사과문을 냈었다.
전주비정규직노동네트워크도 6일 사과문을 냈다.
단체는 “시간강사 J씨는 2013년 당시 전북인권교육센터 소장과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소장을 겸임하고 있었다”면서 “지원센터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단체로서 해당 사건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피해 학생에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단체는 이어 “이번 성추행사건의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된 K사무장은 2013년 당시 지원센터 사무국장을 역임하고 있었고 현재도 사무국장으로 재직 중”이라며 “당사자를 지난 3일 면담 후 즉각 센터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네트워크는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절차를 마치고 7일 낮 징계위원회를 연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작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3명은 연락을 두절하고 침묵하거나 사과를 주저하는 등 뚜렷한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간강사 J씨는 본보를 포함한 여러 언론사가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연락이 닿지 않았고, K사무장도 전화와 문자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2013년 당시 전북대 ‘비판적 사고와 논리’ 강사이자 미투 피해여성 김씨가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또 다른 시간강사 K씨는, 본보와 통화에서 “피해여성이 저와 관련해 SNS에서 거론한 내용은 전부 사실이다. 정말 미안하고, 그 미안함은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다”라며 성폭력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의 뜻을 비쳤다.
그러면서도 그는 “공개적으로 사과를 할 준비가 안 됐다”고 밝혔다. 피해자 개인에게는 얼마든지 사과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요구한 ‘도내 사회단체를 통한 공개 사과문 발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이에 대해 사회단체 대책위 실무를 맡고 있는 채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활동가는 “피해여성은 공개사과를 바라고 있다. 비슷한 일이 재발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공개사과를 받아 널리 알려야 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시민사회단체들도 그 뜻을 같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편 “사무국장 K씨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강사에 위촉·등록돼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도내 15개 단체 명의로 6일 인권위에 공문을 보냈다”며 “만약 당장 인권강사 해촉이 어렵다면 인권강사 활동에서 일단 배제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사무국장 K씨와 시간강사 K씨 두 사람이 전북교육청 인권강사이기도 해 알아보니, 전북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측에서 이미 알고 인권강사 명단에서 배제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J씨의 경우 전북교육청의 학생인권정책 수립·평가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설치된 전북학생인권심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고, 전북교육청이 발간한 전라북도학생인권조례 해설서 집필에 참여한 이력도 있다.
앞서 미투 피해자 김 씨는 전북대 재학시절 강사로 만난 인권단체 활동가들로부터 당한 성폭력 피해사실을 지난 2일 인터넷커뮤니티 ‘전북대학교 대나무숲’을 통해 폭로했다.
김 씨는 “그때 인권단체에 대한 환멸로 NGO에 대한 꿈을 접어야 했고, 그들의 불순한 의도들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어렸던 저를 자책하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면서 “저와 같은 학생들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래된 다이어리를 펼쳤다”고 고백했다.
김 씨는 이틀 뒤인 4일 전북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5년 전 꿈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좁은 지역에서 가해자의 얼굴을 볼 우려가 높았다. 전북지역 인권 분야에서는 ‘탑’이라고 자평한 그들을 무조건 만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J씨와 두 K씨는 제 꿈을 짓밟았다. 그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고, 이를 강력히 요구하겠다. 안 그러면 피해자는 더 생길 테니까”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7일, J씨를 포함해 전북지역 미투 가해 남성 4명을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시간강사 J씨의 성폭력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피해사례를 제보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