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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지원청 어디로 가야 하나”


... 문수현 (2018-10-25 00:11:02)

교육지원청의 바람직한 미래상이 무엇일지를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교육NGO인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와 전라북도의회 교육위원회는 24일 오전 도의회 세미나실에서 박세훈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대표) 사회로 ‘지방교육자치시대의 교육지원청의 지위와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주제발표를 맡은 송수현 상현고(용인) 교장은 먼저 교육지원청이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학교 현장에는 심지어 교육지원청 폐지를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며 “지방교육의 책무성이 실종되고, 시·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교원 승진경쟁의 플랫폼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학교에서 볼 때 교육지원청은 일회성·실적위주 행사, 도교육청 공문 단순전달, 과도한 의전, 비효율적 연수와 회의, 불친절·무책임 행정 등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학교는 교육지원청이 그냥 가만히 있기를 희망한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송 교장은 그러면서 “진정한 교육자치를 위해선 선출직 교육장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북교육청과 경기교육청처럼 교육장 공모제를 운영한다 해도, 근본적으로 교육장 임명제에서는 시·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은 종속관계, 예속관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며 “장기적 안목에서 교육장도 기초자치단체장처럼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고 최소한 4년간 임기를 보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송 교장은 교육지원청 명칭을 ‘학교지원센터’로 변경하는 게 좋겠다는 제안도 했다. 그는 “교육지원청은 지금까지 본청의 각종 사업과 정책을 학교에 전달하는 통로 역할에 머물러왔는데, 앞으로 교육지원청 중심의 학교 지원이 촘촘하고 실효성 있게 이뤄지기 위해선 지원청의 조직체계와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명칭 변경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정우식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장은 “자율성이란 면에선 선출제로 가야 하지만, 우리 선거제도의 현실에선 회의적이다. 사회적 합의 또한 어려울 것이다”라고 내다보면서 “선출제가 아닌 현재 제도에서 교육감과 같이 임기 4년을 보장하는 것 역시 적절한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재복 전주대 교육학과 교수도 “현재 선거로 선출되는 교육감도 지자체와 갈등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그런데 교육장도 선출로 했을 경우에 예상치 않는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교육장의 임기보다 중요한 것이 교육장의 역량”이라며 “교육지원청의 특성에 맞는 능력 있는 교육장을 임명하고, 역량에 따라 임기가 정해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교육지원청 명칭 변경에 대해서도 서 교수는 “교육청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학교현장 지원 중심 기능 및 역할을 수행하기엔 그동안 부족함이 많았다. 현 시점에서 명칭 변경보다 교육지원청의 기능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우선적인 사항이다”라고 지적했다.

정 이사장도 “지역교육공동체 플랫폼으로서의 역할 확대가 기대되는 시점에서 그 역할을 학교로 국한시키는 듯한 명칭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상덕 전북교총 회장도 단체의 입장을 가지고 토론자로 나서 ‘학교운영에서 단위학교 자율권 보장 강화’, ‘교육감 권한 남용 해소’, ‘교육청 및 교육기관 간 기본질서 확립 필요’ 입장 등을 강조했다. 교육자치의 핵심은 학교이고, 학교자율운영을 위한 교육거버넌스 구축이 당면 과제라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 발표된 2018 OECD교육지표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우 시·도교육청 권한은 3위인 반면 학교자율권은 28위에 그친 걸로 나타난 점을 들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 역시, 최근 정부가 교육부의 권한을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하는 작업을 하면서 이미 ‘제왕적’인 교육감의 권한만 비대해지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이상덕 회장은 교육장 권한 확대와 관련한 논쟁에 대해서는 “현행법 체제에서는 선출직 교육장이 나올 수 없다. 법제화 가능성이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본 뒤에야 논쟁이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소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최훈열 전북도의회 의원(교육위원회 소속)은 “송수현 교장의 발제 중 학교폭력 등과 관련한 교육지원청의 역할, 그리고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교육지원청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크게 공감한다”며 “특히 학교폭력 문제는 교육지원청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을 맡음으로써 일관성 있고 공정하게 대응하고 교육일선의 부담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선출직 교육장제 도입이나 학교지원센터로의 변경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나 법률적 검토가 더 필요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면서도 “다양한 논의와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면에서 중요한 지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발표를 맡은 송수현 교장은 한편 외국의 교육자치와 교육청 체제에 대해서도 소개하면서, 한국의 교육행정 시스템이 자연스럽다거나 바람직하다고 보는 시각을 견제했다.

미국은 주요한 교육정책 및 행정의 권한이 주정부에 있기 때문에 주정부가 책임을 지고 교육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지원청에 해당하는 교육구(school district)는 자체적으로 조세 징수, 행정법 제정, 교원과 교육공무원 채용 권한도 있다.

영국의 교육청은 지방의회의 분과 형태로서 역시 지자체의 집행기구적 성격을 지닌다. 미국과 달리 상당 부분 교육의 행·재정 권한을 단위학교 운영위원회에 이관해 운영한다.

미국이나 영국은 교사가 장학사가 되면 학교로 돌아오지 못한다.

일본은 교육자치가 지방자치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청이 지방의회의 교육정책 사무국으로 기능하며, 교사는 지방공무원이다.

송 교장은 “교육자치가 교육관료의 자치로 변질돼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우리나라의 교육청 형태와 다르게, 외국의 교육행정은 철저하게 단위학교의 교육자치를 지원하고, 지자체의 성격을 반영해 최대한 지역사회의 교육적 욕구를 수렴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며 “이에 반대 한국의 교육청은 독립 행정기관의 위상을 갖고 있지만 자치 기능은 별로 없고 단순히 주어진 예산과 인력을 집행하는 집행기관의 성격만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