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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5-12 09:57:27

[권혁선 칼럼] 왜? 전북대는 학생부 종합 전형을 기피할까?


... 편집부 (2024-05-13 23: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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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 입시 요강을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서울 및 수도권 대학은 학생부 교과(이하 교과 전형), 학생부 종합(이하 학종), 수능 정시 전형 가운데 두 번째 학종전형에 크게 집착한다는 점이다.

서울대도 지역 균형이 교과 전형에 들어가긴 하지만 실제로는 서울대에서 실시하는 지역 균형 전형도 교과 전형이라기보다 학종이다. 소위 수도권 상위 16개 대학도 학종을 굉장히 선호한다. 이처럼 학종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학종에 대해서 살펴보자. 학종은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의 학업 성취도(내신)는 물론이거니와 교과 세부 특기사항의 기록 내용을 중요시한다. 수업 시간에 학생이 어떠한 자세로 수업했으며 교사와 어떻게 소통했고 소통 내용을 바탕으로 어떠한 자기 주도적 성장했는지 파악했다. 여기에 더하여 전공 적합성을 추가로 살펴보고 있다.

전공 적합성은 학생이 선택한 교과목을 통해서 나타난다. 내신이나 수능에서 불리할 수도 있지만 학생이 희망하거나 적성과 진로에 필요한 교과목이라면 이수하는 자세를 대학에서는 발전 가능성과 전공 적합성 차원에서 매우 중요시한다.

최근에는 학생들의 발전 가능성과 관련해서 독서 활동이라든가 자율 동아리 활동이 생활 기록부에 더 이상 기재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이 대학에서 요구하는 권장 과목이나 필수 권장 과목의 이수 여부는 학종전형에서 학생 선발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상당수 학교에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이 자유롭지 못하여 특정 과목을 부득이하게 선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교과목 이수와 함께 학업 수행과정에서의 주도적인 학습 태도와 수행평가와 보고서 활동 등에 나타난 탐구 능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교과 전형은 정량평가이다. 간단하게 내신 성적과 수능 최저 기준 충족 여부를 가장 중요시하는 평가이다. 교과 전형에서는 학생이 어떤 교과목을 이수했는지는 중요한 선발 기준으로 하지 않았다.

최근 교과 전형이 최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5 교육 과정은 공통 선택, 일반 선택, 진로 선택 과목으로 구분되는데 일반 선택 과목까지 9등급 상대평가를 한다. 진로 선택은 A, B, C 3등급 절대 평가한다. 따라서 교과 전형에서는 2학년 2학기 정도까지의 내신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진로 선택 과목을 평가할 수는 있으나 3등급 절대 평가에서 30~40%의 학생이 A등급을 얻는 상황에서 학생을 정량 평가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부족한 변별력 보완을 위해 교과 전형은 수능 최저 기준을 적용한다. 그런데 수능 최저 기준을 높이면 입결(입시결과)이 낮게 나타나고 수시 모집 인원을 충원하지 못해 정시로 선발 인원을 이월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지속적으로 수험생이 감소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수능 최저 기준을 상향 조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더구나 교과 전형은 치명적인 약점을 추가로 가지고 있다. 수험생이 대학에서 요구하는 권장 과목, 핵심 권장 과목의 이수 여부를 구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교과 전형으로 대입 지원을 희망하는 수험생은 진로와 적성에 필요한 과목이 아니라 일단 많은 학생이 수강 신청해서 내신을 쉽게 취득할 수 있는 과목을 우선 선택하게 된다.

교과 전형을 선호하는 지역과 학교에서는 학생의 진로와 관련된 자율 선택권을 강조하는 2015 교육 과정과 2022 고교 학점제 교육 과정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학생이 적성과 진로 보다 내신 성적의 유불리를 기준으로 교과목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능 최저 기준 영역도 마찬가지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과목을 수능 영역으로 선택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쉽게 등급이나 백분율, 표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과목으로 수험생이 집중된다. 그 결과 고등학교 교육의 의미 자체가 약화된다.

교육을 수단이나 목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대학 혹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과목을 학생들이 이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은 교육의 여러 목적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교과 전형이나 수능 정시 위주의 대학 입시에서는 이러한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처럼 성격이 전혀 다른 대입 전형 가운데 수도권 대학만 학종의 선발 비중이 높을까? 하는 점이다. 서울 32.4%, 경기·인천 25%이지만 광주·전남·전북은 16%에 불과하다. 서울 지역의 정시 비중이 높은 것은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내린 이상한 결론으로 서울 16개 대학은 수능 정시 40% 이상을 선발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결과이다.

우리는 서울 사람을 ‘깍쟁이’라고 표현한다. 손해 볼 일은 안 한다. 위 사례의 분석과 함께 수도권 대학 모집 인원을 비교하면 학종이 대학에 가장 유리한 입학 전형인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2025년 전형 유형별 모집 인원을 보면 교과 전형이 45%, 학종 23%, 수능 정시 20% 정도이다. 압도적으로 교과 전형의 비중이 높고 학종, 수능 정시의 순서이다.

이러한 현상의 발생 원인은 지방대학에 있다. 교과 전형이 서울은 15%이지만 호남 지역은 70%가 넘는다. 수도권 대학은 학종을 통해 적성과 진로에 대해 충분하게 고민한 학생을 선발하지만, 지방대학은 왜? 조금밖에 선발하지 못할까? 2015 교육과정이나 2022 고교학점제를 바라보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지방에 있는 대학이 학종보다 교과 전형에 집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

먼저 수도권 대학과는 달리 지방대학, 특히 전북대는 그동안 안일한 입시를 했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2015 교육과정이 시작되면서 학생 중심 교육 과정이 중요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북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교과 전형이나 수능 정시를 고집했다. 상대적으로 교과 전형은 학생을 선발하기 편하다. 내신에 수능 최저 기준을 더하면 끝이다. 수능 정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전북대는 교육과정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지역 우수 학생 선발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말았다.

두 번째, 학종으로 선발한 수험생의 학업 능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가졌다. 전북대를 학종으로 지원하는 수험생은 수도권 대학을 같이 지원한다. 수도권 대학을 4~5개 지원하고 지방 국립대학은 보험용으로 1~2개를 작성한다. 따라서 전북대는 우수한 학생을 학종으로 선발해도 최종적인 등록 과정에서 많은 학생이 수도권 대학을 선택하면서 전북대는 우수 학생을 선발해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게 되었고 학종 확대를 주저하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세 번째 비슷한 이야기이지만 학종에서도 교과 전형과 마찬가지로 내신이 우수한 학생이 유리하다. 같은 내신 성적이라 해도 도시 지역 학생은 수도권을 우선으로 지원(6회 기준 수도권4 : 지방2)하고, 읍면 단위 학생은 상대적으로 지방대학을 많이 지원(수도권2 : 지방4)한다. 상대적으로 내신이 유리한 읍면지역 학생이 학종에서 많이 선발되었다. 전북대 국립대 교수들은 읍면지역의 학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대단히 위험한 분석이다. 이제는 단순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시대는 끝났다. 학생이 가진 역량을 평가해야 한다.

넷째, 가장 최상위권 학생이 지원하는 의대 선발을 보면 전북대의 전형 유형별 모집 성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전북대는 의대 모집 인원 142명 가운데 교과 전형으로 79명, 학종으로 5명 모두 84명, 수능 정시로는 58명을 선발하였다. 서울대는 수시 96명 모두를 학종으로 선발하고 정시는 39명이다. 고려대는 18명 교과 전형, 49명 학종 선발이다.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의대생을 선발하면서 인성 면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이 현재 상황이다. 위 2, 3번째 해석은 의대 선발을 살펴보면 모두 변명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교육과정 변화에 따라가지 못했고 따라서 관련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이에 따른 부작용에 따른 격차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커진다는 점이다.

학종에 소극적인 전북대의 입시 경향은 전주, 익산, 군산 등 도시 지역 학생의 학습에 엄청난 악영향을 주었다. 학종은 내신을 기본으로 한다. 특히 전북대는 순수 학종 선발 인원이 10%도 되지 않고 이마저도 내신 중심의 정량 평가 성격이 강했다. 상대적으로 내신이 부족한 친구는 학종 준비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신 3등급 후반이나 4등급 초반 학생은 학종을 포기하고 교과 전형이나 수능 정시에 몰입하게 된다. 그 결과 적성과 진로와는 상관없는 특정 교과목에 학생 선택이 집중되면서 2015 교육 과정이나 2022 고교 학점제의 정상적인 운영을 가로막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과정의 왜곡된 운영으로 고등학교만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대학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전북대는 최근 몇 년 동안 교과 전형에서 학생 선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수능 최저 기준을 완화하였다. 특히 탐구 과목에서 계열 구분을 없애거나 1과목을 선택하는 방법으로 내신 성적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교과 전형의 입결을 유지하고자 했지만 2024학년도 수험생 감소로 인해 입결은 이전과 마찬가지 상황으로 하락하고 말았다. 대학은 대학 나름대로 물리나 화학을 전혀 이수하지 않고 이공계에 진학하는 학생이 증가하면서 더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2월 예비 대학을 개설하여 고등학교 교과목을 학습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서로에게 불행만을 가져온 것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동서양 고금의 속담을 떠올리게 된다. 고등학교와 대학 그리고 학생 모두 잘못된 교과 전형과 수능 정시 중심 전형으로 커다란 피해를 보고 있다. 게다가 전북대의 높은 정시 전형 비율은 타지역 학생이 전북대에 입학하는 비율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2025년은 고교 학점제가 본격 시행되는 원년이다. 전북대는 지역 교육의 발전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준비를 통해 학종 선발 비율을 2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부득이하게 실시하는 교과 전형에서도 정량평가뿐만 아니라 지원 학과와 관련된 최소 권장 과목의 이수 여부는 서류와 면접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고교 학점제에 따라 학생이 선택하고 학습하는 교육 과정이 서로 다른 현실을 외면한 입시 정책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