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LOGO
최종편집: 2025-06-07 18:41:26

전북-일본 노동자, 종전70년 ‘평화선언’ 준비


... 문수현 (2015-06-12 15:01:42)

일한민주노동자연대와 민주노총전북본부가 ‘2015 평화·평등 한일노동자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두 단체는 11일 오전 전북경찰청 앞에서 ‘해방70주년, 종전70주년 한일노동자 평화·평등 선언’ 관련 기자회견을 갖는 한편, 오후에는 전북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일 노동자들의 역사적 교훈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국 쪽에선 민주노총전북본부 이창석 사무처장이, 일본 쪽에서는 방한단의 한 사람인 가네나카(관리직 유니온 간사이 지부)씨가 각각 초안한 2015 평화평등 한일노동자 선언문안을 청중들 앞에서 해설했다.

가네나카씨는 <노동자 ‘풀뿌리 교류’ 선언> 초안에서 “2차 세계대전 종전 70년인 현재 한일 간엔 역사인식 문제와 영토문제가 현안이지만 노동자들끼리의 교류에서 이런 문제들은 조금도 장애가 되지 않는다”며 “서로 얼굴과 얼굴이 보인다는 ‘풀뿌리 교류’를 자랑스러워하고 있고 소중하게 키워갈 것을 약속한다”고 적었다.

또 “26년 전 전북에서 아세아스와니 투쟁을 함께 한 때부터 시작한 노동자의 교류가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며 “노동자들이 국경을 넘어서 연대하고, 세계적인 착취를 강행하는 세력을 추방하며, 사람이 사람답게 노동자가 노동자답게 살아갈 세상을 만들어내자”고 역설했다.

한국 쪽 선언문 초안을 작성한 이창석씨는 “전후 70년이 지난 지금 신자유주의로 인해 엄청나게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고 경기침체로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며 “자본가들의 일방적인 치부로 사회는 더욱 불평등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한일 노동자들은 자본의 세계화에 맞서 노동자·민중의 평화로운 공존을 원하며, 전쟁과 폭력이 난무하는 국경이 아니라 문화적 차이와 언어의 차이를 극복하는 평화로운 국경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평등, 평화, 생태적인 삶을 실현하기 위한 연대를 약속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노총전북본부와 일한민주노동자연대는 전북 노동자들이 방일하는 9월에 최종 선언문을 완성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최종 선언문은 양쪽 노동자와 활동가들의 25년 교류의 역사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평화운동단체인 평화바람의 활동가 구중서씨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동북아시아 긴장의 원인과 진단’이라는 제목으로 30여 분간 특강했다.

구 씨는 강연에서 “동북아시아 긴장의 원인은 ‘아시아로의 회귀’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미국의 정책에 있다”며 “이 같은 미국의 전략적 변화가 일본의 재무장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북 노동자들과 일본 오사카 노동자들의 교류는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9년 당시 이리(지금의 익산) 자유무역지대에 공장을 세우고 스키장갑을 생산하던 일본회사 아세아스와니는 대부분 10대 후반인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직장을 폐쇄하고 자본을 철수해버린다. 노동자들은 바다를 건너 원정투쟁에 나선다. 이들은 100일이 넘는 원정투쟁과정에서 많은 일본 노동자, 재일교포 등의 도움을 받았다.

최근 평화바람 단원인 오두희씨가 아세아스와니 투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작품 <스와니-1989 아세아스와니 원정투쟁의 기록 (2014)>을 제작해 인천여성영화제(2015), 서울인권영화제(2015) 등에 출품하기도 했다.

이번 6명의 방한단 중 한 사람인 나카무라 다케시(71. 아래 사진 앞줄 왼쪽에서 네번째)씨는 일본 쪽 간사 역할을 맡아 교류를 이어온 주역이다.

방한단은 12일 오전 전주대를 방문해 전주대 청소노동자들과 만나고 저녁 7시 30분에는 전주풍남문광장에서 세월호 추모 촛불집회에 참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