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5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학업성취도 평가는 지난 6월 23일 전국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약 106만명을 대상으로 국어와 수학, 영어 3과목에서 실시됐다. 평가 결과는 보통학력 이상(이해도 50% 이상), 기초학력(20% 이상∼50% 미만), 기초학력 미달(20% 미만) 등 3단계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은 지난해 80.8%에서 77.4%로 3.4%포인트 감소했다. 국·수·영 교과별 이해도가 80% 이상인 우수학력 학생 비율은 지난해 26.3%에서 올해 28.1%로 1.8%포인트 증가했지만 보통학력 학생 비율이 지난해 54.5%에서 올해 49.3%로 줄면서 결과적으로 이 둘을 포함한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이 줄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은 전년과 동일한 3.9%다.
지역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서울이 5.7%로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는 전북 4.9%, 강원 4.6%, 경기 4.4% 전남 4.2% 순으로 높았다. 특히 중학교의 경우는 5.%%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반면, 울산은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1%로 가장 낮았고, 대구와 충북도 각각 1.5%를 기록했다.
전북은 2015년 4.9%(하위 2위), 2014년 5.0%(하위 2위), 2013년 4.0%(하위 3위), 2012년 2.2%(하위 6위) 등 4년 연속 기초학력 미달 비율의 상승세는 물론 매년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북 지역뿐만 아니라 충북을 제외한 진보 교육감 지역에서 모두 4% 이상의 기초학력 미달비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교육감 지역은 울산 1.0%를 비롯하여 모두 2~3%로 나타나 양호한 성적을 나타내고 있어 비교가 되고 있다.
우리 지역 학교 현장에서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대해 전혀 신경을 기울이지 않는다. 특히 전북 교육청은 학교 서열화 반대를 이유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하고 있는 입장에서 평가의 무력화를 시도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모 지역은 지난 10월 15일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줄 세우기 실태 토론회에서 나타난 증언에서처럼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1위를 목표로 점심 시간 20분 축소 및 강제 자습, 체육대회 2학기 연기, 부정 행위 방조 등 비교육적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을 볼 때 지역 간 미달 학생 비율 차이에 따른 서열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서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은 도교육청의 대응이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전북 지역은 학업 성취도 평가에 전혀 신경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즉, 전북 지역의 경우 학업 미달 학생 비율이 5%에 가깝다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거의 5% 학생은 전혀 수업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며 이러한 학생의 비율이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진실이다.
도교육청은 학업성취도 평가에 따른 순위 결과를 무조건 외면하거나 회피만 할 것이 아니라 매년 학업 미달 학생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특히 상대평가가 아닌 성취도 평가제를 바탕으로 한 ‘전북형 성취 평가제’를 교육감 공약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볼 때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방치 내지는 무시를 하는 교육 행정은 쉽게 인정하기가 어렵다.
도교육청에서는 중학교의 경우, 혁신학교의 지속적 보급으로 협력과 협동의 배움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어 학력이 크게 신장되어 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성취도 평가 결과는 2013년 4.8%, 2014년 5.7%, 2015년 5.5%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어 도교육청의 주장을 신뢰하기가 어렵다. 혁신학교 프로그램이 오히려 상위권이나 중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선 학교에서도 상위권 중심의 서열화된 상대평가인 정기고사나 모의고사에 대해서 보이는 정성만큼이나 하위권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측정하는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서도 각별한 신경을 기울이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최소한 학생들이 그저 “잠이나 자는 날”로 인식하도록 방치하는 비교육적인 고사 관리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