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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7-19 00:42:43

17세 클라이머 신은철군 화제


... 문수현 (2016-02-01 16:33:16)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신은철군이 암벽등반가들 사이에서 ‘신의 경지’로 불리는 8b+(5.14a)급 난이도 루트를 등반해 주목을 받고 있다. 신 군은 새 학기에 2학년이 되는 17세 소년으로, 등반경력이 3년 남짓일 뿐이어서 더욱 주위의 감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암벽등반 등급체계에서 8b+는 ‘등반할 수 있는 클라이머가 전 세계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 극도로 어려운 등급의 루트’에 매기는 프랑스식 난이도 표기다. 국내에서는 미국식인 요세미티 등급체계를 사용하며, 8b+는 5.14a에 상응한다.

신 군은 지난달 31일 태국 크라비 지역 톤사이 해변에 있는 덤스 키친(Dums Kitchen) 바위의 ‘Of Popes and Power’ 루트를 레드포인트 방식(경험해 본 루트를 추락없이 한 번에 오르는 것)으로 완등(完登)하는 데 성공했다. 루트 등반에 도전한 지 12일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전남대 사대부고 신은철군이 태국 크라비 톤사이 해변에서 8b+ 난이도인 ‘Of Popes and Power’ 루트를 등반하고 있다. 사진=이숙종

‘Of Popes and Power’는 한 마디[pitch]로 이루어진 스포츠클라이밍 루트이지만, 9개의 앵커가 설치돼 있고 등반거리가 25m로 긴 편이다. 해외의 한 등반 사이트에서는 이 루트를 ‘manic’(일정한 틀을 벗어난; 병적인)이란 수식어를 붙여 소개하고 있다. 그만큼 성공하기 어려운 루트라는 뜻이다.

2000년대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활약하던 손상원(손상원 클라이밍 짐 대표)씨가 개척하고 초등한 루트인데, 신 군이 재등(두 번째로 등반)하기까지 국내에서 누구도 등반에 성공하지 못했고 국제적으로도 아직 완등자에 대한 보고가 없다.

신 군은 등반 직후 소속 클럽인 광주실내암벽(대표 이윤재) 회원 밴드에 “태국시간으로 저녁 6시 39분, 해가 어두워지고 구경꾼 한 명 없이 파트너와 단둘이서 등반을 준비했고, 끝내 12일간의 프로젝트를 끝냈다”고 완등 소식을 알려왔다.

신 군은 또 “현지에 있던 (한국의) 선배들께서 ‘인공등반으로도 마지막 확보물에 로프를 통과시키는 등반가를 본 적이 없었다’고 하면서 ‘(해가 져) 보이지도 않는데 정신력과 집중력이 대단하다’고 칭찬해줬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전남대 사대부고 신은철군이 태국 크라비 톤사이 해변에서 8b+ 난이도의 ‘Of Popes and Power’ 루트 완등에 성공했다. 신 군은 2013년 전주에서 개최된 제4회 고미영컵 전국청소년스포츠클라이밍대회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이숙종

광주실내암벽 이윤재 대표는 “제가 지도한 청소년이 (인공암벽등반) 대회에서 1등을 하는 것도 항상 기쁘지만, 바위에서 이뤄냈을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며 “특히 최근 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 스스로 태국 훈련여행을 결정하고 이런 굉장한 일을 해냈다는 게 몹시 대견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자연바위를 하는 선수들은 클라이머라는 소리를 듣지만 인공홀드만 잡는 많은 선수들은 스포츠클라이머에 그치고 만다. 또 대회를 위해 설계된 루트는 이내 사라져버린다”며 “신 군의 이번 등반이 다른 선수들에게 자극이 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자연바위를 항상 가까이 함으로써 선수 생활 이후에도 계속 클라이머로 남기를 바라는 충정이 담긴 말이다.

암벽등반계 선배들도 은철 군과 이윤재 대표에게 축하의 말을 쏟아냈다. 또 태국 현지에 함께 있던 한국인 등반가들은 “은철 군은 등반도 잘하고 선배들한테 인사성도 좋아 톤사이 해변에서 이쁨을 받았다”며 칭찬했다.

한편, 신 군은 운동으로 단련된 근육질의 몸매가 최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공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