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군사훈련은 우리나라의 방어를 위해 필요하지 않나요?"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의 실체를 밝힌다!
- 이준혁(사회진보연대 반전팀) -
한미 양국군의 연례적인 연합군사훈련인 키리졸브(Key Resolve)와 독수리 훈련(Foal Eagle)이 지난 3월 7일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4월 30일에 종료될 예정이다. 한미 군사연습은 진행될 때마다 북한은 군사적 대비태세를 갖추고 크게 반발하는 등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켜왔다. 이번 훈련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 훈련이 시작된 지난 7일에는 북한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전쟁 도발 광기에 전면대응하기 위한 총공세에 진입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은 오로지 방어용일 뿐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렇다면 북한이 이렇게까지 반발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단지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한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 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것일까? 그러나 그 실체를 살펴보면 이번 한미군사훈련이 방어의 목적과는 전혀 무관한, 오히려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호전적 성격의 훈련임을 알 수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군사훈련
이번 훈련을 두고 언론에서 오르내린 가장 ‘핫’한 키워드는 바로 ‘역대 최대 규모’라는 말일 것이다.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응징하고 도발을 막는다는 이유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병력과 장비가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동원된 병력 숫자만 해도 미군 17,000명, 한국군 30만여 명으로 작년 미군 11,300명, 한국군 20만 여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투입된 군사 장비의 면면을 살펴봐도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군이 자랑하는 5대 전략자산인 B-2 스텔스 폭격기, B-52 장거리 폭격기,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 핵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 호, 핵 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 호가 동원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전략자산(strategy assets)이란, 곧 적국에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무기들을 뜻하는 말이다. F-22 랩터만 하더라도 북한의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은 채 10분 만에 북한의 핵시설과 평양 주석궁을 폭파할 수 있다. 핵 항공모함은 한반도에 들어오기만 해도 북한 전역과 중국까지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말 그대로 이동하는 요새다. 이러한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투입시킨 것은 곧 미국이 언제든지 북한에 핵공격을 가할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협박과 공갈이라며 비판하지만, 정작 자신들 역시 핵전쟁 연습과 능력 과시라는, 또 다른 협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호전성을 더해가는 한미군사훈련
이번 훈련은 훈련의 내용상에 있어서도 매우 호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훈련의 규모면과 더불어 이번 훈련이 언론에서 화제가 된 내용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만 보여도 선제공격을 가하고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 연습을 한다는 것이었다. 흔히 한미훈련은 남한의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었기에, 이번 훈련은 선제공격 시나리오를 담고 있어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이 훈련 시작 불과 두 달 여 앞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압박의 차원에서 이번 훈련이 이례적인 것이라 이해되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한미훈련의 호전성은 최근 1-2년 사이에 불거진 문제는 아니다. 그 공격적 성격은 훈련이 시작되고 지난 40여년 간 꾸준히 더해져 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키리졸브 훈련의 전신은 1976년 시작된 팀스피리트(Team Spirit)훈련이다. 팀스피리트 훈련의 내용을 담은 한미연합사령부의 ‘작전계획 5027’을 보면, 맨 처음에는 단순히 북한군의 남침을 억제하고 격퇴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베트남전쟁이 발발하면서 주한미군의 전력 공백이 생기자 단순한 침공 격퇴에 더해 북한을 직접 점령하는 시나리오로 발전했다. 그리고 1994년 북한의 핵 무장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되면서 북-미 관계가 본격적인 대결 구도로 들어가게 되자, 작전계획 5026은 1998년에 선제공격전략 개념을 도입했다. 2006년에는 북한의 핵, 미사일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전략으로 구체화되었다.
2005년에는 미군이 작전계획을 변경하고자 했다. ‘작전계획 5029’가 그것이었는데, 내용을 보면 북한에서 쿠데타, 혁명, 대량 탈북, 대규모 자연 재해 시 한미 양국군이 개입하여 상황을 안정시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남한 정부의 반대로 폐기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일부 내용은 ‘개념계획 5029’라는 이름으로 남아 실제 훈련에 적용되고 있다.

(▲미국의 전략자산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F-22 랩터 전투기, B-2 스텔스 폭격기, 핵 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 호, 핵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 호)
이번 훈련에 처음 적용된, 선제공격 시나리오를 담은 것이 바로 작전계획 5027을 대체한 ‘작전계획 5015’다. 작전계획 5015는 작년에 발효될 당시, 군사보안이라는 이유로 국회의원들에게도 공개하지 않다가 거센 비판과 논란에 휩싸인 바 있었다.(결국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했다.) 내용 면을 보자면, 이전의 작전계획에 비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요건을 더욱 모호하게 규정함으로써 선제공격을 더욱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전의 작전계획 5027은 북한군의 남침이라는 명확한 전시 상황을 규정했지만, 작전계획 5015는 단지 핵무기 사용 징후만 포착되었다는 이유로 선제공격을 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명백한 전시 상황이 아니더라도 손쉽게 한미 양국군이 북한에 먼저 군사적 행동을 가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때문에 사소한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하고 호전적인 전쟁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한미연합사가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에 바탕을 두고 훈련을 실시하면서 그 침략적 성격은 더욱 노골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특히 북한 내 소요사태 등의 체제불안정을 가정한 상륙, 점령 작전과 핵과 미사일 제거 훈련 등을 실시하는 것은 북한에게는 내정간섭을 넘어 체제에 대한 직접적이고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호전적 성격을 지닌 군사훈련을 두고 방어 위주의 훈련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강화되는 한미일 군사동맹
한편, 앞으로는 일본 자위대가 키리졸브 훈련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작년 10월, 황교안 국무총리가 “필요에 따라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수도 있다”고 발언하여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한 작년 9월에는 해군 참모총장이 국정감사 자리에서 직접 “대북 억제 차원에서 키리졸브 훈련에 일본도 참여해 연합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비단 남한만의 독자적인 주장은 아니다. 지난 2010년 마이크 멀린 당시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한국과 일본이 과거 문제를 초월해 한미일 3국의 연합훈련이 실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화되고 있는 한미일 삼각동맹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면서, 중국에 대한 견제와 북한을 동맹국들과 함께 봉쇄·관리하고자하는 미국의 의도에 따른 것이다. 3월 29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는 안보법안이 발효되었다. 이는 이제부터 일본 자위대는 외국 군대와 외국에서 공동 군사작전을 시행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이른바 ‘한반도 유사사태’도 포함되어있다. 한반도에서 전쟁 상황 시 미군만이 아닌 일본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한일 양국의 군사협력은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작년 12월 23일에는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남한의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비밀리에 통신훈련, 전술기동 등의 공동훈련을 실시한 사례가 있다. 다음에는 자위대와 한국군, 미군의 공동훈련이 한반도에서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앞서 한미군사훈련이 점차 호전성을 더해가고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공동훈련에 일본까지 참여한다면, 한미 동맹만이 아닌 한미일 삼각동맹의 선제공격적 성격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는 중국과의 잠재적 갈등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북한의 안보 불안을 더욱 자극하여 또 다른 군사적 행동에 나서게 만든다. 북한은 훈련이 진행 중인 지난 4월 15일에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무수단미사일 발사 실험을, 4월 23일에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을 진행했다. 5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보도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미사일 발사 실험은 실패했다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2-3년 내에 미국 서부만이 아닌 동부의 워싱턴까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실전배치할 수 있다는 분석에 동의하고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의 호전성이 강화될수록, 북한의 군사능력 역시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미 군사훈련,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미국의 패권과 동아시아 군사 대결 구도를 강화하는 한미군사훈련은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한미 양국은 훈련은 단지 방어용이라 선전하며 민중들을 호도하고 있지만, 그 훈련이야말로 이 땅 민중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구축하는 길은 호전적 군사훈련을 지속하는 것이 아닌, 훈련을 즉시 중단하는 것이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되고 제한적이나마 전쟁위기를 완화시킬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에 팀스피리트 훈련의 일시적 중단이 있었음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 반전과 평화를 주제로 한 이준혁님의 칼럼을 정기적으로 게재합니다(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