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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6-01 10:59:15

김승환 교육감의 애매한 소신


... 문수현 (2016-07-04 10:54:14)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지난 7월 1일로 취임 2주년을 맞았다. 2010년 교육감을 처음 시작한 이래 만6년이 되는 날이었다. 김 교육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유로운 형식으로 기자들과 문답을 가졌다.

간담회에서 김 교육감은 지난 2년의 임기를 평가하면서 “스스로와 도민들에게 부끄럽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평소의 소신도 당당히 내보였다. 우리 사회에 가장 부족한 것이 정의로움과 법원칙이라면서, 자신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그것을 지켜나가고 있노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최근 전교조 전임자 직권면직 추진은 그러한 소신[철학]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서는 ‘정의’와 ‘법원칙’ 대신 ‘현실구조’를 앞세웠다. 그러면서, 소신과 다른 현실에 맞서면서 겪는 갈등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김 교육감은 전교조 전임자 직권면직을 거부하고 자신의 철학을 그대로 밀고 나가면 교육감직도 잃고, 그렇다고 얻는 것도 없을 것이라고 현실을 나름대로 진단했다. 법률조항의 위헌성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권력구조 하에서 교육감의 힘으로 돌파하기는 굉장히 어렵게 되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김 교육감은 대법원 판결 때까지만이라도 직권면직을 미룰 수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나름의 현실 진단에 기초해 답변했다. 헌법재판소가 교원노조법 2조 단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합헌결정을 내린 마당에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봐봤자 달라질 게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감이 직권면직을 미루면) 나중에 대법원이 볼 때 “이 교육감은 여기에 대해서 어떤 처분을 할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다.”라는 판단을 갖기 쉽다고 말했다. 교육감직과 직권면직을 두고 고뇌가 컸음이 짐작된다.

김 교육감은 그러면서, 내 손으로 전교조 전임자들을 직권면직 처분한 것은 두고두고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육감은 전교조 전임자 직권면직 이외의 사안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다음은 기자간담회 내용 일부.

▲ 지난 2년을 결산하면서 아쉬운 점은

지난 2년에 대해, 이 정도면 나 자신과 도민들께 부끄럽지 않은 수준은 됐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가장 아쉬운 것은 2010년 7월 1일에 제1기 교육감 시작할 때 다짐했던 “교원업무를 적정수준까지 줄이겠다”고 한 것이 아직까지도 만족스러울 만한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 누리과정 예산 책임

어떤 타협의 여지도 없다. 정부에서 50% 하면 전북교육청은 50% 하겠느냐? 타협의 여지는 없다. 타협의 여지는 1%도 없다. 100% 다 정부가 하라는 것이다.

▲ (누리과정 종사자 및 지역사회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교육NGO의 지적에

(지적한) 해당 단체와는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교육관련 시민단체와는 소통이 잘 되고 있다.

▲ 교육부와 너무 갈등하고 그 피해는 결국 교육수혜자들에게 가는 거 아닌가
우리 사회가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정의로움이고 법원칙이다. 이것을 교육감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지켜나가겠다는 거다.

▲ 그런 의미에서 보면 최근에 전교조 미복귀전임자 직권면직은 교육감이 가진 철학과 달라 보인다

과거에 가졌던 그 철학을 그대로 밀고 나가면 교육감 직은 상실된다. 교육감 직을 상실하고서라도 지켜낼 것, 얻을 것이 있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교육감 직은 직대로 상실하면서 전교조 전임자들을 지키지 못하는 그런 결과를 원하는 집단은 누구겠나. 바로 정권 아니겠나. 이 사안은 명백하게 결과가 예견되는 사안이다...법률조항의 위헌성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권력구조 하에서 이것을 교육계에 있는 사람들의 힘으로 또는 교육감의 힘으로 돌파하기는 굉장히 어렵게 되어 있다...내 손으로 전교조 전임자들에 대한 직권면직 처분을 하는 그 상태는 아마 제 삶의 두고두고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을 거다.

▲ 3선도 생각을 하는지

교육감이 일하는 데 가장 결정적으로 크게 발목을 잡는 것이 있다면 그게 뭘까. 교육감 머릿속에 차기가 있다는 거다. 그때부터 눈치 볼 수밖에 없고 엉뚱한 일을 하게 되고 이러면서 교육계가 힘들어지는 거 아니겠나.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 자유롭냐고 물어보면 자유롭다고 말한다. 왜 그런가. 머릿속에 (3선에 대한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 이것만큼은 잘했다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교육청렴. 그리고 아이들의 삶이 많이 즐거워졌다. 사례들이 너무나 많다. 어느 초등학교는 졸업을 하지 않겠다고 떼를 쓰고 집에 안 간다고 떼를 쓴다. 세 번째로 든다면 교원 또 교육행정직 이런 분들이 이제는 조금씩 일할 맛이 난다고 (말한다).

▲ 오늘 질문에서도 교육부와 마찰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교육부가 있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의 삶이 행복하다 더 행복해질 것이다, 이런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대한민국교육부에는 그런 것이 없다. 그리고 학교교사들도 교육부에서 뭔가 정책을 발표하면 바짝 긴장한다. 이번에는 뭘로 괴롭히나. 그런 점이 굉장히 안쓰럽다는 거다. 교육부 공무원들 머릿속에는, 무엇이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없거나 부족한 것 같다. 무엇이 교원들의 삶에 보람을 줄 수 있는 것인가 여기에만 집중한다면 지금처럼 전북교육청이나 다른 교육청과 충돌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권차원에서 누리과정처럼 압박이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우리 교육청과 사이에 협력관계가 가능하지 않겠냐 하는 거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7월 1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전북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