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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5-12 09:57:27

대통령의 퇴진을 넘어 새 세상으로!


... 편집부 (2016-11-28 16: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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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규홍)

대통령과 그 일당들이 말아먹은 국가의 명예와 국민의 자존심을 국민들 스스로가 살려냈다. 아니 위대한 우리 민중의 참모습을 만방에 떨쳐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세계의 어느 나라도, 어느 국민들도 흉내 낼 수 없는 장엄하고 유쾌하고 가슴 짱한 평화의 혁명을 우리는 지난 토요일 밤에 목격할 수 있었다. 190만의 국민이 한 목소리로 외쳐대는 소리와 찬란했던 그 불빛을 보고 듣지 못한다면, 마음은 굴뚝같지만 형편이 되지 않아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오천만의 바람을 읽지 못한다면 대통령은 이미 사람이 아니다. 이미 사람이 아닌 것의 의중을 우리가 일일이 헤아릴 필요는 없다. 그냥 사뿐히 지르밟고 지나가면 그뿐.

몸이 불편한 아비를 대신해 두 딸과 사위가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지역의 시민단체가 마련한 전세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집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눈과 귀 또한 현장에 가 있는 이들의 뒤를 좇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2016년 11월 26일, 어느 곳, 어느 자리에 있든 한반도 남쪽의 사람들의 눈과 귀, 마음이 머문 자리는 한곳이었으리라.
190만의 거대한 촛불의 바다는 한순간의 실수도 없이, 한 점의 오류도 없이, 한 치의 빗나감도 없이 정확히 과녁을 설정하고 자신들의 바람과 마음을 모아 화살을 쏘아댔다.
그 화살은 이미 명운을 다한 대통령 한 사람을 향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리석고 용렬한 대통령 한 사람 끌어내리자고 온 국민이 이 추운 날씨에 들고 일어선 것은 아닐 게다. 그는 이미 죽었다. 정치적 생명이 다한 정치인이 무슨 의미가 있어 목구멍으로 밥숟갈을 집어넣겠는가. 그러니 이제 우리의 화살은 이미 쓰러진 과녁을 넘어 더 큰 과녁을 정조준 할 차례다.

지금의 이 난장판의 대한민국이 과연 박근혜와 최순실이라는 불세출의 멍청이들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게다. 그들이 좀 멍청한 짓거리를 해서 들통이 난 것일 뿐, 아직 공식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모두가 짐작하고 있는 엄청난 오물들이 이 나라를 뒤덮고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권력과 결탁해 국민들의 피를 빨아 제 배를 불려온 재벌들과,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며 오직 승자의 편에만 서 온 언론과, 만 명에게만 평등한 법질서를 실천해 온 권력의 하수인 검찰과 경찰, 그리고 제일 질이 나쁜 야비한 정치인들까지…….
이 오물들을 다 걷어내고 새로운 체제를 세우기까지 촛불을 든 마음들은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만약 박근혜 하나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으로 촛불이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착각하고 사그라든다면 그야말로 죽 쒀서 개 준 꼴이 아니고 뭐가 되겠는가.


▲11월26일 전주관통로 촛불집회에 도민들이 비를 맞으며 참여했다.

여와 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제발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길 바란다. 제일 나쁜 놈 몰아냈으니 그 다음 나쁜 놈이 권력을 잡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국민이 바라는 건 더 못된 놈들과 덜 못된 놈들이 권력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공유하는 게 아니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지금의 이 한참 잘못된 체제를 바꾸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틀렸으니 그럼 공산주의 체제로 가자는 말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정중히 그런 의미는 아니라고 말씀드린다. 에이. 아직까지도 이렇게 자기검열에 신경을 쓰고 있다니...)
지금 촛불에 담겨진 국민들의 마음은 명쾌하고도 장엄하다. 거대자본과 썩은 언론의 지원을 받는 한줌의 권력이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지금의 비정상적인 시스템을 뜯어고치고 정상적인 사회의 틀을 세우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거다.

비정상적인 곳들이 하도 많아 어디서부터 뜯어고쳐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문제를 찾아 하나씩 해결을 해 나간다면 못할 것도 없지 않겠나. 우리는 우리 자신들의 저력을 바로 엊그제 보질 않았나? 이 위대한 국민 모두가 팔 걷어붙이고 참여해서 힘을 보태기로 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 이 나라가 새로워지는 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보다 쉽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