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희만)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자동차판매연대노동조합의 금속노조 가입을 반드시 승인해야 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강령 제1항과 규약 제8조 9항을 폐기하든지 자동차판매연대노동조합의 금속노조 가입을 승인하든지 결정해야 할 때이다.”
연일 매서운 추위다. 겨울이 한껏 부풀어 올라 기운을 뿜어내는 요즘, 서울 경향신문 본사가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사무실 앞에서 수상한 이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금속노조를 향해서 노조가입을 승인하라고 말이다.
이들은 현대자동차 판매대리점에서 해고된 이들이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 그 이유 하나로 해고되었고 해고가 무효하다는 법률적 판단을 받았음에도 이들은 회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거리를 헤매고 있다.
자신들을 해고시킨 회사 앞에서 집회를 하고 해고 무효를 외쳐도 부족할 터인데, 왜? 비정규직 보호의 마지막 보루인 이곳 민주노총 금속노동조합 앞에서 노조가입을 승인하라며 피켓을 들고 있는가?
민주노총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그리고 상급단체 가입은 노동조합의 규약이 정한 방법에 따라 결정하고 이를 상급단체가 승인하면 된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더군다나 노동자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진 민주노총과 그 중심에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차별받는 노동자들이 저항할 수 있도록, 연대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한민국 노동자들에게 상징적인 곳이다. 그런 곳에서 비정규직을 외면할 리 없다’라고 생각하면 너무나도 순진하다. 세상 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
‘가난하고 힘없는 자여 천국에 오라. 단! 바늘귀를 통과해야만 올 수 있다. 돈 많은 자가 천국에 올 때는 비단길을 깔아주겠다.’ 이렇게 성경에 쓰여 있다면 예수가 지금처럼 존경받는 존재가 될 수 있었을까?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이 민주노총에서 제명된 지 12년 만에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한다. 민주노총은 뜨거운 가슴으로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가난하고 힘없는 자동차판매대리점 비정규직이 자동차판매연대노동조합을 만들고 금속노조에 가입하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금속노조는 가입승인을 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자동차판매연대 비정규직의 금속노조 가입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없고, 단 한 줄의 논평도 내지 않았다.
가난하고 힘없는 노조여!
금속노조에 가입하려면 바늘귀를 통과해야 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은 고통받는 노동자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에게는 노동조합을 구성하는 것도 어렵지만 상급단체를 결정하고 가입하는 것도 어렵다.
나는 왜 대한민국 1천만 비정규직 중 겨우 2.8%만이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는지 그 이유를 다시 고민해본다. 노동조합을 싫어하고 기업 내 한 주체로 인정하기 싫어하는 경영진의 전근대적인 인식과 보수적인 정권의 반노동조합 정책이 그동안 비정규직의 낮은 노동조합 가입율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만이 이유는 아닌 것 같다.
노동조합을 만들어왔고 2천만 노동자가 하나라고 외쳐왔고 그래서 비정규직을 위해서도 뭔가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했던 노동조합의 핵심 활동가들이, 노동조합 강령과 규약에 있는 ‘비정규직 조직화’라는 문구를 고대 전설의 비석에 쓰인 비문 정도로 치부하려고 하기 때문은 아닐까?
나는 함부로 욕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된다. 왜냐면 민주노총과 민주노총 금속노조에는 지금도 비정규직과 함께 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수많은 이들이 민주노총을 만들고 지키고 키우고 있는 때문이다. 그분들까지 함께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좀 더 솔직하게는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라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금속노조가 비정규직을 외면한다고 비판하기에 앞서 비정규직과 함께 하기 위해 스스로는 무엇을 해왔나 먼저 자문하는 것이 순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노동자를 위한 역사가 2017년 2월에 무너지는 것보다, 내가 욕이라도 해서 2017년 2월 어느 날 비정규직을 쫓아내는 결정이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 게 낫지 않을까?
1월25일 최순실이 특검에 불려가며 자신이 부당하게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항변하자 옆에 있는 청소노동자가 세 마디 했다. ‘염병삼창’이라고 하던데 어느 날 민주노총 금속노조 지도부를 향해 건물을 청소하는 어느 분이 염병삼창을 할지도 모른다. 비정규직을 외면했다고...
※ 민주노총 금속노조 규약 제8조 9항
【우리는 임시·비정규·여성·이주노동자 등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해 노력하며 차별철폐투쟁을 통해 금속노조의 강화·확대를 위해 투쟁한다.】

▲지난해 10월 27일 현대자동차 전주금암대리점 판매사원들이 사회단체 회원들과 원직복직 요구 기자회견을 하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