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중서)
문재인대통령의 방미와 사드
문재인대통령은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첫 해외순방지로 미국을 택하고, 트럼프행정부와 미국의회를 방문했다. 문재인정부가 첫 해외순방을 미국으로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문화를 가져왔고, 이 사회의 지도층(엘리트)들은 미국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이 나라의 안보와 경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사대주의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정대통령과 트럼프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6월30일)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문대통령은 트럼프대통령을 만나기 하루 전 미의회를 방문해 한반도 사드 배치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혹시라도 저나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절차를 갖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 “한국은 미국과 같은 민주국가이므로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은 꼭 필요하다.” “최근 한국은 정치적 시련을 겪었으나 한·미동맹이 뿌리내린 민주주의로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탄생시켰다...특히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강한 시기이며 그만큼 사드에 대한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요구가 크다”(세계일보 기사 참고).
사드가 배치된 성주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은 통탄할 말들이다. 현 정부는 사드배치는 한미 양국 간의 합의사항으로 이전정부의 합의를 이행하는 것이 맞으며, 한미동맹을 위해 사드 배치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진행하게 될 것이니 트럼프행정부와 미의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 사안을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에서 삭제하는 효과를 가져왔고, 실제로 정상회담에서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
사드 배치 부지 환경영향평가만 문제인가?
사드를 배치하기 위해서는 사드라는 무기가 무엇이고 어떠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하며, 그로 인한 군사적 효용성이 무엇인가를 국민들에게 설명을 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사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미국은 사드에 대한 정보를 한국정부에 제공해야 하며, 그 내용을 정부는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으로부터 사드배치에 대한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이 과연 사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지 미지수이며, 미국이 한국정부에 제공해도 한국정부가 내용을 공개할지도 미지수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첫 단추는 정보의 투명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방분야에서 정보의 투명성에 기반을 두고 정책을 수립한 경우가 거의 없다. 안보라는 논리로 모든 것을 가리고 추진해 온 것이 한국사회의 역사다.
문재인 정부는 그 동안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와 관련한 나의 (진상조사) 지시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이며, 기존의 결정을 바꾸려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5/31)고 밝혔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을 방문해 “새 정부가 사드 체계 배치를 철회하는 일은 절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통보했다”고 한다(중앙일보, 6/6).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미 배치된 사드는 환경영향평가를 한다고 해서 굳이 철회하거나 그럴 이유가 없다”(6/7)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 등 일정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여 사드를 배치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으로 주민에게 설명하는 주민설명회를 하고, 주민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하는 것이 선과제이다. 하지만 주민의 저항이 예상되면 편법적으로 진행된 선례가 많다. 주민공청회 이후에는 국가의 중대한 사안일 경우 국회에서 그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국회비준을 하는 경우가 있다.
사드는 동아시아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미국의 전략자산이다. 이런 무기체계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주민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첫 번째 과실을 자행했고, 군사 안보의 이유로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국회에서 전 국방부장관 한민구는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거짓말을 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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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일 제3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행동 참가자들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불법사드 원천무효’ 등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소성리 종합상황실.
주민의 동의와 국회의 동의를 얻고 난 후 사업의 규모를 따져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를 하면 비민주적인 절차가 해소되는 것으로 현혹시키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민주주의 기본은 가장 작은 단위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며, 그 동의를 구할 때는 정보의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의회민주주의를 하는 국가이므로 국가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의 경우 국민의 결정권을 위임받은 국회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후 그 사업이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를 평가하는 절차가 환경영향평가인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이 진행되는 행정절차 중 가장 마지막에 하는 행정 절차인 것이다.
사드 배치는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전략자산
한반도 사드 배치는 단순한 무기체계를 한국에 배치하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과 미국은 SOFA(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협정을 통해 한국은 미군의 한국 주둔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미군이 미군의 무기를 배치하는데 한국 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가 격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면 북한은 사드에 대해 일언반구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사드가 배치된다고 김정은 정권에 아무런 위험요소가 아니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다르다. 이들 나라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까닭은 사드의 AN/TPY-2(X-밴드)레이더를 통해 자국의 군사훈련 등을 볼 수 있기 때문이고,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한국이 자연스럽게 미국의 MD체계에 흡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맺어져 있는데, 한국이 취득한 군사 정보를 미군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는 전 세계 무역의 2/3을 차지하는 경제허브다. 이곳의 패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미국과 신흥강자 중국이 새롭게 패권을 잡으려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동맹에 기반을 둔 군사력으로, 중국은 일로일로 등 문화·경제로 그 힘을 키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환경영향평가에 명분을 얻으려 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동아시아 및 세계 평화를 위해 사드 배치를 철회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