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기후위기와 코로나 바이러스
_코로나19, 인류를 향한 경고
영화는 곧잘 미래를 예측해왔지요. 참으로 놀라울 정도로, 아니 기막힐 정도로 지금의 코로나 사태를 예측한 영화가 있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몇 해 전 개봉한 영화, 바로 <컨테이젼>(Contagion, 2011)입니다. 다국적기업의 무분별한 개발로 숲이 파괴되고 터전을 잃은 박쥐가 돼지축사로 날아들게 되고, 그때 박쥐가 먹고 있던 먹이를 떨어뜨림으로써 이야기는 전개되지요. 자, 그 다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박쥐가 떨어뜨렸던 먹이는 돼지의 입으로 들어가고 이후 이 돼지는 도축되어 레스토랑에 공급되게 됩니다. 주방장은 주방에서 이 돼지를 손질하다 씻지도 않은 손으로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고 바이러스는 드디어 인간에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19처럼 엄청난 속도로 인간세계를 휩씁니다. 영화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깝게도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시작에 불과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지구가 가열되면서 여러 곳에서 바이러스와 세균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나오기 시작하였거나 확장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 영화 <컨테이젼> 스틸
2016년, 지구가열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75년 전에 탄저병으로 사망했던 순록사체가 드러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소년 하나가 사망하였고 스무 명이 탄저균에 감염되었으며 2천 마리 이상의 순록이 떼죽음을 당하였습니다. 영구동토층 안에는 아주 오랜 세월동안 인류가 만나보지도 못했던 수많은 바이러스와 세균들이 잠들어있는데, 인간은 지구를 가열시킴으로써 그것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지구가열로 인해 현존하는 질병이 장소를 확장하거나 진화를 거듭하는 것은 전염병학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입니다. 지리적으로 한정된 곳에 존재했던 바이러스가 열대지방이 확장되면서 그 범위를 넓히거나 세계화로 인해 대륙에서 대륙으로 순식간에 번지는 상황 등입니다. 브라질의 아마존 분지 지역에서나 존재했던 황열병은 2017년부터는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같은 거대도시 주변까지 확장되었고 사람들은 사망률이 3~8%이르는 전염병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지구가 뜨거워짐에 따라 말라리아 감염자 역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만 명(!) 이상 사망하고 있는 말라리아는 최근 코로나19의 전 세계 사망자가 33만명(5월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수는 아닙니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말라리아 감염 1위라는 타이틀마저 가지고 있습니다. 지구가열이 가속화되면 말라리아 매개 모기 역시 국경선 지역에서 수도권 이남으로 내려오고 대한민국은 이제 전 지역에서 말라리아를 경험하게 되겠지요. 게다가 세계은행은 2030년이면 전 세계 36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말라리아에 노출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우리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스스로 열을 내어 질병을 이겨내고자 합니다. 그런데 만약 바이러스들이 외부의 뜨거운 공기에 적응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우리의 면역기제가 열을 내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이 아무 의미 없어지고 우리는 더 고통스런 상황과 더 높은 사망률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입니다.

▲ 야생 큰코영양 수십 만 마리가 죽은 카자흐스탄 벳팍-달라 지역. 과학자들은 큰코영양의 떼죽음이 환경적 요인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출처=BBC News(2018년 1월 17일)
섬뜩한 사실이 또 하나 있습니다. 2015년 5월 카즈흐스탄에는 수많은 연구진들을 경악시킨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아주 불가사의하면서도 기괴한 사건은 바로 ‘큰코영양의 떼죽음 사건’이었습니다. 매일 수천마리의 암컷 큰코영양과 새끼들이 거품을 뿜고 설사를 하며 죽어갔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큰코영양의 흔한 장내세균이 이례적으로 높은 온도와 습도를 맞아 출산직후의 암컷 큰코영양과 새끼를 떼죽음으로 몰아넣게 된 것입니다. 우리 몸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즉 세균 중 99%는 아직도 학계에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지구가열은 우리 몸 안의 박테리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그들은 뜨거워진 지구환경에서도 우리에게 계속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까요? 아니면 큰코영양의 장내세균처럼 우리를 집단죽음으로까지 몰아넣게 될까요?
코로나19를 비롯하여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위험스럽고도 치명적인 상황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백신이 진정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는 유감스럽게도 변이하기 쉬운 바이러스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 당장 백신이 개발된다하여도 또 다른 변종 코로나 앞에서 우리들은 다시 참혹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백신과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은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가 말하듯 ‘생태백신’으로 우리를 무장하는 것입니다. 무분별한 개발은 야생동물들을 서식지에서 쫓아냈으며 공장식 가축사육은 수많은 가축을 병든 존재로 혹은 새로운 질병의 매개체이자 전파자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수많은 가축을 기르기 위해 혹은 그들이 먹을 사료를 만들어내기 위해 밀림이나 숲을 다 밀어버리는 것은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야생동물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수많은 둘레길이 다 우리에게 필요할까요? 산속 이곳저곳을 다 인간이 들어가야만 할까요? 지구는 인간만이 사는 곳이 아닙니다. 인간이 아직 파악조차도 못한 수많은 생명체들이 사는 공동의 집입니다. 그러니 그들이 살 곳을 존중해준다면 수많은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더 늦지 않게 우리가 달라져야합니다. 자본주의적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고자 한다면 우리에게는 자연스레 생태백신으로부터 항체를 선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은 바로 이 생태백신이 아닐까요?
[참고자료]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2050 거주불능 지구』, 추수밭, 2020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영화 「컨테이젼」(2011)

▲ 글쓴이와 두 딸
[글쓴이 방선영]은
결혼 후 세상을 다시 보게 된 여자, 셋이 되어 도시를 떠나 자연을 벗 삼은 여자, 넷이 되어 예쁜 손보다 흙 만진 손이 더 좋아진 여자. 6년째 완주군 동상에 살며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방선영의 ‘불타는 지구 그리고 개구리’]라는 제목 아래 기후위기 및 사회현안 문제를 한 달에 한두 번씩 쓸 예정입니다. 여기서 개구리는 끓는 냄비 안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 얘기에서 따온 것으로, 불타는 지구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