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LOGO
최종편집: 2025-05-12 09:57:27

독일 고교학점제 오버슈투페(Oberstufe) 운영 사례


... 최승희 (2021-05-27 00:56:00)

IMG
독일은 전통적이고 독자적인 교육 커리큘럼인 ‘김나지움(Gymnasium)’을 오랫동안 운영해왔다. 그중 상급단계에 해당하는 오버슈투페(Oberstufe)는 마지막 3년 과정으로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과정에 해당한다. 상급단계 오버슈투페(Oberstufe)는 1년의 입문단계(Einführungsphase)와 2년의 자격획득단계(Qualifikationsphase)로 구성되는데, 총 3년의 과정은 전적으로 대학 수학 능력을 위한 사전 준비단계 역할을 한다. ‘일반교양’ 수업을 중심으로 융·복합적 사고와 가치지향적 태도를 지닌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며, 대학 입학 시험인 아비투어(Abitur)를 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입문단계(Einführungsphase)는 1년과정으로, 다음 단계인 자격획득단계(Qualifikationsphase)에서의 성공적인 과정 이수를 목표로 운영된다. 학점제 교육과정을 적용하여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만 자격획득단계(Qualifikationsphase)로 진학할 수 있지만, 입문단계의 성적은 내신에 포함시키지 않음으로써 학생들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만약 입문단계 성적 미달로 다음단계 진학이 어려운 경우에는 재시험의 기회를 보장하여,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한다.

자격획득단계(Qualifikationsphase)는 2년 과정(4학기)으로 대입 시험인 아비투어(Abitur)를 준비하는데 목표를 둔다. 이 과정 또한 교과목별 학점제로 운영되며, 기본과정들과 두 개의 심화과정으로 구성된다. 기본과정들을 통해 과학적 기초지식을 쌓고 다양한 전공의 특징들을 배우면서 기본 연구방법에 대한 개관을 획득한다. 심화과정은 전공의 상세한 내용과 다양한 관점을 해결하는 과정으로 구성되며, 대학에서 전공하고자 하는 과목이나 관심있는 과목들 중에서 학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상급단계 오버슈투페(Oberstufe)는 문·이과 구별이 없는 통합교육과정이며, 과목군은 ① 언어, 문학, 예술 분야, ② 사회과학 분야, ③ 수학, 자연과학, 기술 분야, ④ 그 외 분야로 분류된다. 오버슈투페(Oberstufe)의 교육과정은 모든 학생이 인문, 사회, 자연과학 분야의 소양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골고루 함양할 수 있도록 의무 수강과목을 둔다. 이때, 외국어로 영어를 무조건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다양한 외국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넓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한다.

한편 자격획득단계(Qualifikationsphase)에서 학생들은 아비투어 시험 과목을 확정하는데, 아비투어 시험과목은 2년 동안 연속해서 수강해야 하며, 그중 2개 과목은 자신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목으로 선택하도록 한다. 아비투어 시험 해당 과목은 의무적으로 지필시험(모두 주관식 서술형)을 응시해야 한다. 지필시험의 유무와 별개로 수업시간의 학업능력, 태도, 과제수행 등을 평가하는 구술시험은 모든 과목에 적용된다.

성적평가는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자격획득단계(Qualifikationsphase) 이전 학년은 6등급체계로 평가하고 내신에 포함되지 않으며, 다음 단계 진학을 위한 평가로 활용된다. 내신에 포함되는 자격획득단계(Qualifikationsphase)의 성적은 세분화하여 평가하기 위해 15점수체계를 사용한다. 성적평가의 과정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시험 성적 등급과 평가 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궁극적으로 각 학생의 개별적인 결핍사항을 확인하고 보완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도록 한다.

대학 입학 시험인 아비투어(Abitur)는 내신성적 2/3와 아비투어 시험 성적 1/3의 비율로 합산된다. 아비투어 시험은 4-5과목인데, 이들은 상급단계 오버슈투페(Oberstufe)에서 지속적으로 수강한 과목이어야 한다. 이 중에서 2과목은 자신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과목(Leitungskurs)으로 선정할 수 있으며, 이 과목은 2배의 비중으로 내신에 반영된다.

아비투어 시험은 독일의 16개 주 가운데 15개 주에서 주의 중앙 관리가 이루어지며 라인란드-팔츠(Rheinland-Pfalz) 주에서만 분산 관리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아비투어 시험의 전국적 수준 유지를 위해 주 교육장관회의에서 합의된 동일 시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아비투어 시험은 2회 이상 응시할 수 없다. 아비투어 시험은 일반적으로 논술 형식으로 출제되며, 적어도 한 개의 구술시험을 의무적으로 치러야 한다.

독일 ‘김나지움(Gymnasium)’의 상급단계 오버슈투페(Oberstufe)에서 운영되는 학점제 교육과정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번째, 대학 진학 전 초·중등교육이 학생 수준과 적성에 따라 엄격하게 분리되어 관리되고 있다. 중학교에서는 기초 능력을 축적하고 고등학교도 1년의 입문과정과 2년의 심화과정을 나누어 운영하며 대학 수학 능력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여러 단계를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고 배치하는 기준이 발달했다. 이에 따라 각 기준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만의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셋째, 활용하는 평가 기준이나 시험 체계가 거의 동일하다. 주정부가 제시한 평가 규정이 비교적 상세하며 이는 점수 체제나 평가 기준, 평가 종류도 명시하고 있어, 평가의 객관성과 엄격성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절대평가를 제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고교 1학년 또는 3학년 과정에서 학점 취득 교과목을 난이도에 따라 차별 배치하고 주관적 질적 평가를 병행함으로써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한다. 동시에 교사의 평가 자율성을 보장한다.

위의 사례와 시사점을 바탕으로 우리 만의 교육문화를 접합하여 고유의 교육과정을 고안한다면, 보다 통합적이고 견고한 학점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