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정부는 2015년 5.31 교육개혁안에 따라 절대평가제를 2000학년도 대입에서부터 시행하였고, 노무현 정부에 의해 절대평가제의 내신부풀리기 등의 논란이 일자 2005학년도부터 상대평가로 전환되었다. 당시 정부는 문제점을 보완하기보다 과거로의 퇴행을 선택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경쟁교육의 원인으로 여겨지는 상대평가는 경쟁의 일상화를 당연하게 여겼던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 맥을 같이 했다. 노무현 대통령 조차도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정체성이 분열되는 말을 만들어 내며 이러한 흐름에 부합하려 했다. 이렇게 시행된 상대평가제는 너무나도 오랜기간 한국 교육을 지배했다. 전북에서 자타 진보임을 자처하는 교육단체와 김승환 전 교육감도 이율배반적으로 상대평가제를 옹호했으며 절대평가제를 주장하는 고졸 출신의 언론사 기자의 이름을 사용하여 “*** 대학진학 결정했냐?”라는 광고를 대거 기재하며 조롱하는 작태도 보였다.
상대평가의 큰 문제점은 학생 본인의 학업성취도와는 무관하게 비교우위를 따지는 수단으로 서열화 경쟁을 만들어 낸다. 학업의 성취도가 100점이라면 상대평가제에 의해 60점 미만을 맞은 학생이 1등이라면 1등급이 된다.
그리고 교육의 획일성을 가져온다. 이러한 획일성에 의해 이뤄지는 교육과정을 공정한 평가와 균등한 기회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교육과정에서 똑같은 수업, 똑같은 시험문제가 아니면 상대평가는 불가능하게 된다. 각 단위 학교에서 1등급이 전국단위에서 1등급이 아닐 수 있다는 점도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학생들의 각기 다른 재능으로 교육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본래 학업의 목적이 진로와 성취라면 상대평가제는 오직 경쟁에서 등수만이 성공의 지렛대일 뿐이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학업의 성취가 이뤄져야 공정하다. 그런데 상대평가는 각각의 집단속에 동료학생과의 비교에 따라 평가받고 결과가 달라진다. 또한 비교집단의 대상이 적은 학교와 상대적으로 비교대상 학생이 많은 학교에서 평가의 기준이 달라진다. 대입 내신교과전형에 1등급을 맞아야 진학하는데 상대평가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1등급 학생이 존재할 수 없는 학교가 전북에서만 10개교이다, 한마디로 공정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상대평가제는 잠자는 학생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이들은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내신들러리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제로섬 경쟁구도에서 학생들은 서로 합동하여 협력하여 학습하기 보다 동료 학생과 적이 된다. 그래서 학교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것이 당연하게 받아 들여지며 성장하게 된다.
한국에서 이처럼 맹신처럼 여겨져온 상대평가는 교육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독일 , 영국, 캐나다, 프랑스, 핀란드 등 어디에도 내신 상대평가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
누가 창의력을 죽이는가의 공동저자인 영국의 교육학자 켄 로빈슨은 “창의성 교육을 위해서는 잘못하거나 실수해도 괜찮다고 여길 수 있는 교육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의 상대평가구조는 시험문제 하나의 틀리고 맞고의 차이가 극명하다. 한 문제라도 실수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창의성’ 교육은 실종되고 수업 역시 반목 되는 요약과 정리 암기를 통한 문제 풀이를 강요받는다.
이러한 상대평가제를 폐지하고 절대평가제로의 전환은 교육의 본래 목적을 회복하는 길이다. 절대평가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대입진학에 있어서도 일관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내신평가에서 뿐만 아니라 대학입학자격시험에도 절대평가제가 시행되어 한다. 절대평가제로 인해 자사고·외고·국제고 출신 대한 대학의 선발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고교학점제를 통해 고교서열화를 탈피할 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평준화의 일반고와 자사고, 특목고의 극단적 서열화에서 고교학점제는 자사고과 특목고를 무색하게 만드는 다양화로 답을 찾아야 한다.
2021년 2월에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에 따르면 ‘학교 유형의 다양화가 학교 서열화로 이어지는 한계를 넘어서서, 학생 개개인의 교육 수요에 부응하는 수평적 다양화 구현’을 명시하고 있다.
경쟁교육이라는 살인적인 교육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의식이 있는 교사들은 수많은 노력으로 헌신하고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대다수의 교사들은 변화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우선했다.
전북교육에 있어 전임교육감의 재임 시절 12년 동안에 절대평가제 시행과 고교학점제에 대비한 준비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반대하는 교원단체들의 눈치를 보는 차원을 넘어서 반대 목소리에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이후 김승환 교육감은 3선에 성공하며 태세 전환을 했지만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는 전임 김승환 교육감의 후계라고 할 수 있는 선출과정을 통해 출마한 후보는 다시금 고교학점제에 항상 부정적 여론을 선도하며 새로운 교육제도 변화에 반대하는 교사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1위 후보와 근접전을 펼쳤다. 교육계의 보수적이고 교사 집단의 이기적인 중심적 사고가 마치 교육의 진보 인양 호도되는 것을 바로잡는 것은 전북교육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큰 과제로 남아있다.
전북교육에서 배움과 성장이 모든 학생들에게 골고루 주어지고 교육의 본래 가치가 미래세대에게 구현될 수 있는 초중고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절대평가제도와 고교학점제에 대해 소모적인 찬반논쟁의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전폭적인 전북도민과 여론의 협력이 이러한 제도 변화에 대한 기대를 기반으로 어떻게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