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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반미래적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안' 유감


... 편집부 (2023-10-17 0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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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0일 공개된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에서는 현재와 달리 수능에서 선택과목이 사라지면서 2022학년도 국어·수학 영역에 ‘공통+선택과목’이 도입된 지 6년 만에 다시 공통과목 체제로 돌아가게 됐다. 탐구 영역은 1999학년도 이후 약 30년 만에 공통과목 체제로 바뀐다.

현재 국어는 공통과목과 함께 [화법과 작문] 또는 [언어와 매체]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지만 2028학년도는 모든 학생이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을 출제 범위로 하는 공통 문항을 풀게 된다. 수학도 공통과목(수학Ⅰ·수학Ⅱ) 75%, 선택과목(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25%로 출제되는데, 2028학년도부터는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에서 공통으로 출제된다. 탐구 영역도 사회, 과학 17개 탐구 과목에서 최대 2과목의 선택에서 1학년이 배우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을 치르는 방식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제도 개편의 배경으로 ‘선택과목 난이도 유불리 해소’를 내세웠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대학 입시 제도 개편 배경에 시안 제목과 달리 ‘미래 사회에 대한 대비’도, ‘고교 학점제에 적합한 환경 조성’도 없다. 근본적인 문제 분석과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말까지는 검토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아직 결론은 없다. 발표된 것은 시안에 불과하다. 항목별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능 영역별 평가 방식과 성적 제공 방식은 현행 수능과 같다. 영어 영역과 한국사 영역, 제2외국어·한문은 절대평가이며 나머지는 표준점수와 상대평가 9등급이 유지된다.

학교 현장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는 요소는 내신 9등급제의 5등급제로의 변경이다. 논·서술 평가 확대를 위해 절대평가를 실시한다고 해놓고 점수 부풀리기에 대한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성취도 비율과 석차 등급을 함께 기록한다고 한다. 이 경우 절대평가는 사문화되고 만다. 극심한 ‘모순당착’이다. 논·서술형 평가에서는 객관적 사실과 창의, 비판적 사고를 자기 주도적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대평가에서는 평가 결과의 민감함과 성취도 설정의 어려움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논·서술형 평가가 필요하다면 실시의 여건을 조성하여 학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교육부의 역할이다. 논·서술형 평가가 필요하면 내신 절대평가는 꼭! 필요한 필수 조건이다. 아직 본격 시행에 3년이 남아있다. 교사의 성취 평가 역량을 함양하고 온라인 평가 시스템의 블라인드 교차 채점으로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한다면 절대평가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절대평가이지만 영역별 구간 점수를 제시해야 하고 또 학생부 교과 세특 기록에 성취 목표와 학생의 세부 특기 사항을 기록한다면 정량평가와 정성평가가 가능하여 절대평가의 변별력 부족과 점수 부풀리기 우려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현장 교사에 대한 불신으로 절대평가를 실시할 수 없다는 반교육적 배경 설명에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낀다.

학교 내신 절대평가를 실시하지 못하는 교육부의 불안감은 수능 상대평가 9등급으로 그대로 나타난다. 국어, 수학 영역의 공통+선택과목의 실시도 영역별 표준점수 유불리로 발생한 쏠림 현상을 배경으로 공통과목 실시로 전환한다.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학생 중심 선택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을 목표로 한 고교 학점제에 대비한 대입 시안이 선택과목 폐지로 나타난 것은 매우 유감이다. 자격고사를 목표로 한 수능이라면 공통과목 평가가 바람직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정시 전형으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현행과 같은 선택과목의 평가가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과목별 유불리에 따른 쏠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능 절대평가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내신 평가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9등급이 아닌 5등급 평가해야 한다.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안 마련보다는 폐지를 선택한 결과, 또 다른 평가의 필요성을 초래하여 심화 수학 도입 여부라는 파생적 문제를 가져오는 원인이 되었다. 선택과목 아래에서도 절대평가를 실시한다면 표준점수의 편차에 따른 쏠림 현상은 당연히 사라진다. 절대평가 과목인 영어는 표준점수가 없다.

융합 사회와 과학을 기반으로 한 탐구 영역의 융복합 평가도 절대평가를 기반으로 하고 여기에 논·서술 문항까지 결합한다면 본래 취지에 적합한 평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2, 3학년 진로와 융합 과목과 연계한다면 유의미한 평가가 될 것이다.

시안은 내신 평가는 25년, 수능시험은 28년부터 실시된다. 시간이 없다면 촉박하기는 하지만 무조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우선 2, 3학년 진로 선택과 공동·온라인 교육과정부터 절대평가의 성취기준과 평가에 적합한 논·서술 평가와 교과 세부 특기 사항의 기록을 통해 역량을 함양한다면 시간 부족만을 탓할 수는 없다고 본다.

미래 교육에 대비하는 교육의 혁신적 변화를 바란다면 당연히 혁명적 평가 전환을 기본적인 전제로 해야만 한다. 타협적인 제도의 변화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부족하다. 더욱 전향적 자세로 대입 제도의 시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의 정답은 입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
(사진, 글= 권혁선 전북교육공동연구원 대표, 전주고등학교 수석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