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금) 단국대학교 교양기초교육연구소와 교과교육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국가교육위원회가 후원하는 ‘학생의 정인적 성장을 위한 교육정책의 방향’공동학술대회에 토론자로 참석하였다.
전인교육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가능하지만 ‘학술 중심 교육과는 반대로, 지식 전달에 치우친 교육에서 탈피하여, 체(體), 덕(德), 지(知)의 균형 잡힌 발달을 지향하는 교육’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재 학교 교육 과정에서 이러한 전인 교육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영역은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이라고 할 것이다.
2022 교육과정 교육부 고시 제2022-33호,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 설계 개요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생들이 건전하고 다양한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고 개인의 소질과 잠재력을 계발하며, 창의적인 삶의 태도와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교육과정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의 성격으로 첫째, 창의적 체험활동은 총론에 제시된 핵심역량인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협력적 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을 함양하는 데 기여하고, 학생의 자기주도성과 선택을 기반으로 한다.
둘째, 창의적 체험활동은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간, 학년(군) 및 학교급 간, 창의적 체험활동의 영역 및 활동 간 연계와 통합을 추구한다.
셋째, 학교는 학생의 발달 단계에 따라 창의적 체험활동의 특정 영역과 활동을 중점적으로 편성하여 운영할 수 있다.
넷째,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생의 삶과 연계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전인 교육과 창의적 체험활동은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그런데 2022 교육과정에서는 고교학점제의 안정적 정착과 학생중심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주당 이수 단위를 2015 교육과정 34단위에서 32학점으로 감축 운영한다. 성취 평가와 졸업에 필요한 최소 이수 학점제를 추진하기 위해 30학점 운영을 고려하며 창의적 체험활동은 폐지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인지 영역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우려와 효과적인 교과 시수 운영의 필요성에 따라 교과 영역 1단위, 창의적 체험활동 1단위를 감축하여 32학점으로 편성 운영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2015 교육과정의 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진로 활동의 네 영역에서 자율⋅자치활동, 동아리 활동, 진로 활동의 세 영역으로 감축된다. 결론적으로 학생 인성 함양과 공동체 의식의 향상에 가장 필수 요소였던 봉사 활동이 정규 교육과정 운영에서 사라지게 된다.
학생의 전인적 성장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창의적 체험활동의 교육과정을 감축하여 편성 운영해야만 하는 학교 교육의 현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다음은 2025, 2024 전형유형별 모집 인원을 비교한 도표이다.
2025에서 수시와 정시의 선발 비율에서 수시는 79.6%, 정시는 20.4%로 수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학생부 교과 전형은 45.3%, 학생부 종합 전형은 23.1%이다. 학생부 교과 전형은 학생부의 교과만을 정량화하여 대학 입학 응시를 하는 것이다. 학생부의 교과학습발달사항에 기재되어 있는 숫자들만이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상관없이 교과 점수를 잘 받는 것이 관건이 된다. 흔히 아는 내신을 잘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학생부 종합 전형은 학생부의 교과학습발달사항 + 세부능력과 특기사항(세특) + 창의적 체험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되 정량이 아닌 정성평가를 하는 것이다. 학생부에 기재되어 있는 기록에서 수업의 참여도와 학생의 학습 노력 등을 통해 학업 역량,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학교생활충실도나 문제 해결력이나 자기주도학습능력이나 소통 능력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학생부 교과 전형과 학생부 종합 전형 가운데 무엇이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도와주는 전형일까? 그런데 모집 인원에서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모집하는 인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언론에서는 정시를 공정한 시험이라고 평가하나 현재 수험생이 진학하고자 하는 학과나 계열에 상관없이 표준점수와 백분율의 유불리에 따라 응시 과목을 선택한다. 이렇게 실시한 수능 시험은 정시와 수시의 학생부 교과 전형에 수능 최저등급으로 활용한다.
수능 시험의 수험생 응시 결과는 사회적 요구는 물론이고 각 대학의 학과·계열별 선발 인원과도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다음은 2024, 23, 22, 21 탐구 영역별 선택 과목 현황과 서울대 및 수도권 5개 대학교 핵심 권장 과목을 정리한 도표이다.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그리고 지구과학, 생명과학의 선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문제는 응시 인원과 대학의 전공학과에서 요구하는 권장 및 핵심 권장 과목의 비율이 서로 불일치한다는 점이다.
정략적인 학습 기준을 바탕으로 합격 만을 목표로 하는 수능 정시와 학생부 교과 전형 중심의 입시는 학교 현장에 수능 중심 교육과정 운영을 초래하고 있을 뿐이다. 수능 중심 교육 과정 운영은 내신 상대평가 유지와 더불어 2022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학생의 전성과 진로에 맞는 다양한 교육과정 선택권을 부정하고 오로지 교사 중심의 주입식 교육만을 강요하는 교육으로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는 거리가 완전히 멀다.
다양한 교내 대회는 그동안 내신 상대평가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즉, 사전 예고된 시험 일시와 범위를 기반으로 암기 중심의 정기고사와 절대평가를 기반으로 한 수행평가로는 일상적인 해당 교과에 대한 흥미와 관심 그리고 창의력을 측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교내 대회는 일상적인 창의력과 소통 그리고 비판적인 학습 능력을 평가할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였다.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에서 독서 활동은 학생의 전공 적합성과 발전 가능성을 평가하는 소중한 도구였다. 그러나 2024학년 대입에서부터는 독서 활동을 반영하지 않는다. 게다가 자율 동아리 활동, 개인 봉사 활동 실적, 수상 경력, 영재·발명 교육 이수도 대입에서 미반영된다. 당연한 결과로 예전에 비해 독서 활동, 봉사 활동, 영재·발명 교육 이수도 크게 위축되었다. 자율 동아리 활동은 학기말 단위 학교별로 실시하는 유연화 교육과정의 학교 자율 교육과정 운영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마저 학교생활기록부의 기록에는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러한 학생부 기재의 각종 제약은 소위 공정한 대학 입시라는 명목으로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자기 주도적인 학습 경험, 창의적 체험활동을 기반으로 한 나눔과 배려 그리고 성장 경험, 자신의 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독서 활동 기록 등을 내용으로 한 자기소개서 작성마저도 금지되고 있다.
수능과 정량적 내신 성적 이외의 학습 경험은 철저하게 금지되고 있는 현재 입시 상황을 전인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경제학에서 흔히 ‘낙수효과’를 이야기한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듯이 대기업이 성장하면 대기업과 연관된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창출되어 서민 경제도 좋아지는 효과를 말한다. 학교 현장에서도 과연 이러한 ‘낙수효과’가 가능할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그래도 상위권 학생에게 전인 교육의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다면 학교 교육 전반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현실은?
다음은 자연 계열 상위권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2024 의예과 전형별 모집 인원이다. 대체로 수도권 대학은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 인원이 많지만, 전남대, 전북대와 같은 지방 국립대는 학생부 교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역시 수도권 대학은 학생부 종합 전형이, 지방 대학은 학생부 교과 전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주지하는 것처럼 의생명 계열은 생명을 다루는 직군으로 성적뿐만 아니라 인성과 덕성 그리고 공동체 역량 또한 매우 중요시되는 분야이다. 그런데 이러한 의생명 계열 학생 선발이 단순 면접조차 없이 학교 내신과 수능 최저 등급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이러한 최상위권 학생에 대한 이러한 대학 입시 성향이 학교 교육 전반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아마 전인 교육에 도움이 되는 방향은 절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