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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5-12 00:31:39

[안중만 연재] 마령을 만나다, 마령을 만들다 4. 학생, 배움의 주체, 학생자치는 학교자치의 꽃


... 편집부 (2024-06-03 23: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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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만 연재] 마령을 만나다, 마령을 만들다 3 - 학교와 교사 [ 이전 내용 보기 ]


학생, 배움의 주체로 서다

교육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의 궁극적 목적은 ‘자립’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기 삶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돕고 보살피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학교의 기본적 책무라는 생각이다.

마령초등학교는 학생을 자기 삶의 주체이자 배움의 주체로 세우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특별히 ‘학생 다모임’을 통해 학생자치능력을 키워왔고, 이제는 자신들이 불편을 느끼는 삶과 생활의 문제에 대해 어느 주체에게라도 당당히 요구할 정도의 집단적 힘이 생겨났다. 단순히 학교나 선생님들에게 건의 사항을 전달하는 수준을 이미 오래전에 넘어섰다. 다모임을 중심으로 하는 학생자치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루기에 여기에서는 2020년 진행된 학교 환경 개선을 위한 학생들의 활동에 관해 소개하고자 한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의 시기에도 방역기준을 준수하면서 시골 작은 학교는 매일 등교수업 (전교생 100명 이하의 학교는 매일 등교수업이 가능함)을 했다. 시골 작은 학교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어쨌든 팬데믹이라는 전지구적 위기의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즐거운 배움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아이들이 행복한 배움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공간혁신’을 수업과 교육과정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도교육청에서 진행하는 공간혁신 사업에 선정되어 아이들과 함께 ‘사용자 참여 설계’를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건축사와 함께 공부하게 되었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어느새 아이들에게도 공간을 바라보는 눈이 생겨났던 것 같다.

아이들이 학교라는 공간을 세밀히 들여다보니 평화롭고 안전한 배움을 방해하는 위험 요소가 곳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공동체의 삶을 위해 전체적으로 이야기할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결국 ‘학생 다모임’의 안건이 되었다. 아이들은 두레별로 학교 공간을 살펴보고 위험한 것들을 모으고 정리해서 학교에 환경 개선의 요구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모임 시간을 이용하여 학교 곳곳을 두레별로 둘러보고 위험 요소를 정리해 두레별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여러 두레가 조사를 하다보니 조사한 내용 중에는 겹치는 부분이 많았지만 발표를 통해 공유된 내용들은 모두 정리해서 교장선생님께 전달했다. 전달하는 방식은 학생 대표들이 교장실에서 정리된 내용을 프리젠테이션하는 방식을 택했다.

2020년 7월 2일 동아리 시간에 교장실에 학생대표단(이끔이, 도움이)과 학생자치 담당교사, 교장, 교감, 행정실장, 교무담당이 함께 앉아서 프리젠테이션을 들었고, 그 자리에서 학교장의 해결방안과 추진 일정에 대한 대답을 들었다. 그리고 다모임 시간에 논의한 내용에 대해 학교측 대답(입장)을 공유하고, 추가 요구가 필요한지 다시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치며 학생들의 요구가 행정으로 집행되는 소중한 교육적 경험을 하게 되었다. 민주시민성 교육의 살아있는 모범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학생자치는 학교자치의 꽃이다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학교에서 정작 교사들 간에는 민주적으로 회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래되어 익숙해진 관행이나 편의주의, 권위적인 관리자에 의한 관료적 통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수평적인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교는 구성원들 간에 소통과 참여, 상호존중과 협력을 통해 민주적 자치공동체가 이루어질 때 교육적 목표를 최대한 실현할 수 있다. 때문에 전라북도교육청은 학교자치조례 제정을 통하여 학교가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정비하고 학교자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라북도학교자치조례」의 핵심은 단위학교에 구성원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다. (2015. 5. 19. 전주교육지원청에서 열린 「전라북도 학교자치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 자료집의 정재균 전북교육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의 발제문 인용)

전북교육청의 이러한 교육정책을 잘 이해하여 단위학교의 학교장들이 분권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민주적 학교문화를 만들어 학교가 희망의 공동체로 세워져 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이번 장에서는 학교자치를 만들어가는 여러 영역 중에서 학교자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자치’에 관해 나누어 보려고 한다.

마령초등학교는 ‘학생 다모임’을 중심으로 학생자치활동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미 여러 연수를 통해 소개된 내용이지만 다시 복기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자치활성화를 위한 상상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다모임 조직

1) 이끔이와 도움이

평등은 교육의 결과가 아니라 시작이라고 한다. 아이들 사이의 관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수직적 서열관계를 발견할 수 있고, 이는 이미 고착화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수평적인 관계로 되돌려야 평화로운 관계 속에서 인간적이고 교육적인 활동들이 스스럼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물론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님). 따라서 전교 어린이회장, 부회장이란 용어가 가지고 있는 서열적 의미를 누그러뜨리고, 전체회의(다모임)의 진행자 역할이라는 의미를 강조한 ‘이끔이’와 ‘도움이’란 용어를 선택했다.

6학년에서 이끔이 1명, 도움이 1명, 5학년에서 도움이 1명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투표로 뽑는다. 3월 1~2주에 선거운동을 하고, 3월 2주 금요일 다모임을 2시간 편성하여 후보 연설 및 투표를 한다.

진안군 선관위에서 기표소와 투표함을 빌리고, 한글을 모르는 1학년 친구들을 위해 투표용지에 후보 얼굴을 넣는다. 마령초등학교 다모임의 일상적인 틀은 크게 “칭찬소나기-자유발언대-두레별 협의”로 이루어져 있다.

5학년 도움이는 칭찬소나기를, 6학년 도움이는 자유발언대를 진행하고, 이끔이는 다모임 개회와 폐회를 선언하며 전체적인 진행과 기타 여러 협의할 내용들에 대한 진행을 맡는다. 물론 학생들의 입학과 졸업에 따라 구성원들이 달라지면서 초기의 틀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2) 두레

새로운 학년과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아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두레’의 조직이다. 다모임(이끔이와 도움이 선출) 선거 이후인 3월 3주에 두레를 조직한다. 두레는 무학년제로 조직되며 학년 구성, 남녀성비 등을 고려하여 조직한다. 두레는 학생 다모임 및 다양한 학교 활동의 기초를 이루는 협의 및 생활 조직이다. 다모임의 주요 협의는 두레별로 이루어진다. 고학년이 두레장을 맡아 협의를 진행하고, 각 두레의 협의 결과를 두레원이 발표한다. 각 두레에서 나온 내용을 종합 정리하여 실제 학교생활에 반영하여 실행 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 마령초등학교는 교직원 화장실을 학생들과 함께 사용한다. (2013년도에 교무실 앞쪽에 신설됨. 교무회의를 통해 교직원 화장실을 학생들과 함께 사용하기로 결정. 함께 사용할 時 생겨날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고서라도 아이들의 편에서 생각하고 아이들을 위하는 쪽으로 결정함.)

아이들과 함께 화장실을 사용하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불편함이 생겨난다. 이의 해결을 위해 다모임 자유발언 시간을 이용하여 화장실을 너무 더럽게 사용한다는 의견이 제출되었고, 협의주제로 채택되어 이를 해결할 방안을 찾기 위해 두레별 협의회가 진행되었다. 두레별 협의 후에 각 두레의 의견들을 모았더니 두레별로 ‘요일을 정해 청소를하자’는 의견으로 합의가 되었다.

협의가 이루어진 그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실제로 아이들은 동아리 시간을 할애하여 화장실을 청소했고, 1~2달 정도 지속되니 화장실을 매일 청소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화장실 사용 문화가 성숙 되었다. (2014학년도에는 전교생 60명이 5개의 두레로 편성되어져 있었음. 5개의 두레가 월~금요일까지 요일별로 순번을 정해 화장실 관리 및 화장실 이용지도를 돕기로 결정함)

아이들 스스로의 문제의식과 문제제기, 해결방안 도출 및 실천까지 이어진 좋은 사례라 생각된다.

두레활동은 요일을 정해 두레별로 급식을 함께 하기도 하고, 과학의 날 행사, 뒤뜰야영, 현장학습, 두레별 체육대회, 영화 만들기 등 학교의 각종 행사에 두레별로 참여하게 된다. 때문에 6학년들이 졸업할 때, 동생들이 보내는 영상 메시지에 함께 두레활동을 한 언니, 오빠들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또한 동생들을 돌보며 회의와 여러 활동을 진행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동생들도 회의 문화와 공동체 문화를 배우게 된다. 이 밖에도 어린 1학년 동생들과 장난꾸러기 동생들을 돌보며 두레활동을 진행하는 고학년들은 선생님과 부모님들의 고충을 이해하며 성장해 간다.

3) 동아리

이끔이 및 도움이 선거, 두레 조직 이후 3월 4주에는 동아리를 조직한다. 오전 중간놀이 시간과 월요일 방과후 시간 1시간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동아리를 조직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해주었다.

다모임 시간을 이용하여 아이들 스스로 만들고 싶은 동아리를 공동체에 제안하고 희망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만들어 운영한다. 교사는 지도교사가 아닌 지원교사의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춤 동아리’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추진하는 행사에 공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면 그때 아이들의 의상대여 요청에 적절한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다.

동아리는 다모임에서 자주 회의 주제로 등장한다. 운영이 잘되지 않는 동아리는 없애기도 하고, 새로운 동아리로 변경되기도 한다. 아이들도 시행착오를 통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동아리에 대해 고민하면서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해내어 활용하고 있다.

4) 모두가 참여한다.

학생 다모임 활동의 주요 원칙 중 첫째가 ‘모두가 참여한다’이다. 모든 학생들과 모든 교사들이 함께 참여하여 학교생활 전반의 문제들을 공유하고 함께 풀어가기 위함이다.

2013학년도부터는 교장, 교감선생님도 함께 참여했다. 다모임 시간에 나온 여러 사안들을 전해 듣는 것과 아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의 차이는 행정으로 실천되는 지점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였다.

운동장과 강당의 시계설치 문제, 모래놀이장을 새로이 만드는 문제, 불친절한 언어를 사용하는 운전원 선생님에 대한 문제 등 생활 속에서 생겨나는 여러 문제뿐만이 아니라, 학생회 주관행사 등의 사안을 해결하는 데에도 큰 차이가 났다.

교장, 교감 선생님이 논의 과정부터 함께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행정이 집행되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아이들 역시 다모임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안중만 소개


1971년 전주에서 태어나 금평초, 전주서중, 동암고, 전주교육대학교에서 공부했으며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

1999년 9월 1일, 김제 만경초 장흥분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으로 전주신동초, 전주동신초, 전주북초를 거쳐 2010년 마령초등학교에 이르렀다.

2012년부터 전북형 혁신학교 운동을 진행하며 학교혁신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마령초등학교의 다양한 학교혁신 사례를 전북교육청 직속기관(전북교육연수원, 지역청, 학교 등), 제주, 세종, 충북, 울산교육청 연수를 통해 전국적으로 소개해왔다.

그동안 전주교육대학교에서 ‘교사론’ ‘교직실무’ ‘특별재량활동의 이해’에 대해 강의했다. 전라북도교육청에서 예산 TF 위원과 주민참여예산제 위원(2011~2017)으로 품앗이를 했고, 현재는 청소년정책위원회 위원, 혁신학교운영위원회 위원, 학교자치활성화 지원단 위원으로 역할하고 있다.

전교조 전북지부에서 부지부장, 참교육실장, 전주초등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전교조 진안지회 지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진안군 마령면 추진위원(2015~2021)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여전히 아이들이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생태시민으로 자라가도록 교육과정의 생태적 전환에 힘쓰고 있다. 학교와 마을, 지역이 더불어 행복한 마을교육공동체 구축 운영에도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