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 노래가 생각나는 마음 따뜻해지는 그림책을 만났다.
김민지 작가와 김남희 작가는 안부를 물어주며 나 자신의 마음을 토닥이게 해주는 마법과 같은 그림책을 내놓았다.
가방을 맨 건이가 더러워진 주황색 티셔츠를 움켜쥐고 있는 모습이 앞표지를 꽉 채우면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입을 다문 건이가 묻는 걸까? 건이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걸까?
하루 동안의 안부를 물어주는 그림책이라니......, 초등학교 교사인 김민지 작가가 물어봐주는 안부가 궁금해졌다.
“오늘 하루 어땠어?”
앞뒤 책표지를 좌우로 펼치니 택배상자를 나르는 아빠, 공부하는 누나, 그림책 보는 동생, 그리고 축구하는 건이가 보인다. 건이 뒤로 보이는 파란 배경은 건이의 옷과 대비되면서 비눗방울이 퐁퐁퐁 떠다니는 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눈에 들어왔다.
앞면지를 열면 붉은 빛의 노을이 지는 도시의 풍경이 보인다. 온통 도시는 붉은 빛으로 물들어 어서 집으로 가야 할 것 같다.
뒷면지는 어떨까 궁금하여 넘겨보니 저 멀리 해가 떠있는 활기찬 아침이다. 도로 위의 차량도 훨씬 많아졌고, 유치원과 학교운동장의 아이들도 더 많아졌다. 잘 찾아보면 아빠 손잡고 유치원에 가는 동생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루를 마치는 저녁과 다시 활기차게 시작하는 아침의 대비되는 모습을 잘 표현하여 오늘 하루 살아갈 힘을 주는 느낌이다.
저녁 무렵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오면 하는 일은 옷을 갈아 입는 것이다.
세탁기가 들어오는 옷들에게 하루 동안의 안부를 묻는 독특한 구성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학교에서 뭐 했어?
재밌게 놀고 왔니?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
피곤하지?
옷이 더러워질 정도로 축구를 했는데 한 골도 못 넣은 건이의 티셔츠, 유치원에서 오줌 싼 동생의 바지, 하루 종일 엉덩이 붙일 시간도 없었던 아빠의 양말, 학원버스에서 졸았던 누나의 교복이 세탁기 안으로 들어온다.
아빠가 설거지를 하는 장면에서부터는 엄마는 어디 계시지? 궁금증을 가지고 보게 되는데, 세탁기가 돌아가면서 그 궁금증은 풀어지게 된다.
온 가족이 잠든 밤 세탁기는 바로 돌아가지 않고, 날이 밝아오면 제일 먼저 하루를 시작한다.
왜 아침 일찍 돌아가나 생각하다가 작가의 한밤중 이웃들에 대한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 동안의 안부를 물어주는 세탁기의 마음은 온 가족이 잠든 시간에도 보이지 않던 엄마의 손으로 가족들의 마음을 토닥이는 것으로 풀어간다.
가족들의 마음을 손빨래와 폭포수 물로 씻어주고, 비누거품으로 긍정적인 마음을 이끌어낸다. 방망이질로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자신의 마음을 토닥여주는 가족들, 아빠의 뒤엔 아빠 등을 두드려주는 엄마의 실루엣이 보인다.
더러움이 떨어져 나가듯 늘 바쁜 마음, 미래에 대한 걱정, 이기고 싶은 마음, 자꾸만 터지는 울음으로 표현된 하루의 고단함을 털어낸다.
엄마가 발사해주는 향기주머니는 가족들이 힘을 낼 수 있게 해준다.
모여서 빨래를 널고 개는 가족들의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다. 빨래 개는 가족들의 표정을 더 표현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장면이다.
해가 하늘 높이 떠 있고 가족들이 모두 나간 현관을 통해 보이는 가족사진에서, 신발장에 붙은 그림에서 엄마가 보인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먼저 시작하는 세탁기는 바로 엄마였다는 걸 알게 되고, 세탁기가 돌아가는 장면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엄마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동안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겪게 된다. 친구들과 싸웠거나 맘처럼 잘 안되었거나 자존감이 무너지는 일들을 겪을 수도 있다. 이는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긴장하고 힘들었을 하루의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집이 주는 편안함을 기다리는 모든 이들과 함께 『오늘 하루 어땠어?』를 보면 좋을 것이다.
힘들고 지친 감정들을 두드려주고 씻어주면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기는 것처럼, 옷에 묻은 더러움을 깨끗하게 세탁해주는 세탁기처럼 하루 동안 힘들었을 가족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다시 살아갈 긍정의 힘을 주는 것이 바로 엄마의 마음이고 엄마의 손길이라는 걸 이 책을 읽다 보면 알 수 있게 된다.
『오늘 하루 어땠어?』를 온 가족이 같이 보면서 오늘 하루 내 삶을 나누며 서로 토닥여 준다면 위로가 될 것이다.
잔잔한 톤의 그림으로 풀어가는 작가의 배려 또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세탁기가 돌아가면서 나오는 소리와 모양을 흉내내는 다양한 말들도 눈에 쏙 들어온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으면서 같이 소리내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서평단에 선정되어 쓰게 된 『오늘 하루 어땠어?』 그림책 이야기가 4월과 5월을 행복하게 만들어 가도록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