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선 (한국중등수석교사회)
최근 전북지역 중등수석교사들과 함께 대구로 연수를 다녀왔다. 대구는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교육 분야만 놓고 보면 전혀 보수적이지 않다. 오히려 전북이 더 보수적인 교육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 교육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키워드는 단연 ‘IB’이다. IB(국제 바칼로레아) 교육은 2022 개정 교육과정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우리는 이번 연수를 통해 IB의 개념기반 탐구학습에 대해 심도 있게 이해하고, IB 학교와 일반 학교 간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대구 미래학교의 논·서술형 평가 사례도 함께 살펴보았다. 이러한 노력은 2022 교육과정의 성취기준과도 잘 맞닿아 있다. 전북 역시 공교육 기반 위에서 IB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노력을 더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대구의 교육은 IB나 논술형 평가만이 전부는 아니다. 수성구처럼 여전히 수능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는 곳도 있다. 해마다 전국 수석들이 대구에서 많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대구 교육에서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이 ‘다양성’이다. 그리고 교육에서의 다양성은 진보의 핵심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이번 연수에서 대구 교육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예담학교’를 직접 방문하지 못한 것이다. 예담학교는 전국 최초의 공립 예술 위탁교육 전담학교로, 고등학교 2~3학년 학생 중 예술계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클래식, 뮤지컬, 실용음악, 디자인, 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전공이 가능하며, 실기 중심의 레슨 수업이 무료로 제공된다. 매년 80% 이상의 학생이 예술계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성과도 뛰어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반고 1학년에 진학했지만 자신의 진로나 적성과 맞지 않아 고민하던 학생들이 2학년부터 예담학교에 위탁되어 다시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고교학점제 시대에 예술 특목고 진학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예담학교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제공하는, 매우 의미 있는 학교다.
예체능 학생 중에서는 특히 수학 등 기초 교과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들에게 ‘최소 성취 보장제’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1학년 때는 가까스로 진급하더라도, 2~3학년에는 일반 학생들과 같은 방식으로 영어와 수학을 배우며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결국 이들에게는 예술 중심의 특별한 교육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공교육이 책임지는 교육이며, 모든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길이다.
이번 연수에서 예담학교를 직접 가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러나 그만큼 전북에도 ‘전북형 예담학교’가 하루 빨리 세워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정리해 본다. 교육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학생도, 교사도 행복한 전북 교육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