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등수석교사회(회장 권혁선)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분석을 바탕으로 재학생과 졸업생 간 주요 과목 성적 격차를 확인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능 난이도 조절과 정시 비중 완화를 제안했다.
"정시 파이터."
고등학교 교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학교 정기고사에서 만족스러운 성적을 얻지 못한 1~2학년 학생들이 수능 중심의 입시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선생님, 저는 이제 수능에 몰빵해서 정시로 대학 갈 거예요.”
이들은 학교 수업보다는 사교육에 집중하고, 낮에는 학교에서 잠을 자고 밤에는 학원과 독서실을 전전하는 ‘올빼미족’ 생활을 이어간다.
교사들은 이 같은 학생들에게 모의고사와 수능의 차이, 수많은 실패 사례를 들며 설득하지만, 이미 굳어진 전략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2025학년도 수능 성적 분석 결과는 이 같은 현실의 연장선상에서 시사점을 준다. 이번 분석에서는 응시자 현황, 학생·학교·지역 배경별 분석이 포함되었으며, 특히 2020년부터 2025년까지의 재학·졸업 여부에 따른 표준점수 및 등급 분포 자료를 통해 학교 현장의 문제 해결 방안을 탐색했다.
국어: 졸업생 1등급 비율 2.6배… 검정고시생보다도 낮은 재학생
2025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에서 재학생의 1등급 비율은 2.9%, 졸업생은 7.5%로 무려 4.6%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이는 졸업생이 재학생보다 2.6배 많은 비율로 1등급을 차지한 것이다. 심지어 재학생은 검정고시생보다도 낮았다.
2등급에서도 졸업생은 재학생보다 6.7%포인트 더 많았고(2.3배), 3~4등급에서도 각각 9.1%, 7.1%포인트 높아 차이는 2배 이상에 이르렀다.
2022년 국어 영역 1등급 비율은 전체 4.0%였고, 이 중 재학생은 2.5%, 졸업생은 8.2%를 차지했다. 2025년 수능에서 재학생 1등급 비율은 소폭 상승했지만(2.9%), 졸업생은 7.5%로 줄었다. 이에 따라 졸업생과 재학생 간의 1등급 차이는 5.7%에서 4.6%로 줄었고, 비율 격차도 3.3배에서 2.6배로 감소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수능이 어려울수록 격차는 오히려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단순 입시를 넘어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쉬운 수능이 더 유리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수학: 어려운 시험일수록 격차 더 커져… 최대 3.7배 차이
수학 영역은 2022년부터 문·이과 통합(가/나형 폐지)으로 실시되었다. 분석에서는 1등급 비율이 가장 높았던 2023년과 가장 낮았던 2025년을 비교했다.
2023년 수학 1등급은 5.3%였고, 재학생 중 3.2%가 1등급을 차지했다. 졸업생은 10.4%로 재학생보다 3.2배 많았다. 반면 2025년 수능은 전체 1등급 비율이 4.1%로 줄었고, 재학생은 2.2%, 졸업생은 8.1%로 그 격차는 3.7배까지 벌어졌다.
절대 인원으로 보면 격차는 더 크다. 2023년 재학생 9,865명, 졸업생 13,121명으로 3,256명 차이였지만, 2025년에는 재학생 6,657명, 졸업생 11,623명으로 4,966명 차이로 확대됐다. 수학에서도 수능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재학생이 불리해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영어: 절대평가의 효과… 1등급 인원은 재학생이 더 많아
영어는 절대평가 과목으로, 상대적으로 쉬운 난이도와 함께 재학생의 1등급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2024년 영어 1등급 비율은 4.7%로 다소 어려운 편이었지만, 재학생은 3.6%, 졸업생은 7.1%로 나타났다. 그러나 절대평가라는 특성상 격차는 국어·수학보다 작고, 인원 기준으로는 재학생이 오히려 많았다(재학생 10,350명, 졸업생 10,066명).
2023년(1등급 비율 7.8%)과 2021년(12.7%)에는 졸업생이 재학생보다 1등급 비율에서 각각 2.2배, 2.3배 높았지만, 재학생 수는 각각 18,189명, 27,741명으로 졸업생보다 많았다. 이는 절대평가가 쉬운 시험 환경을 통해 재학생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함을 보여준다.
수능 중심 대입 구조가 초래하는 '정시 좀비'와 사교육 악순환
최근 10년간 수능 응시 졸업생은 2016년 124,858명에서 2025년 143,496명으로 11% 증가했다. 이는 단순 수치 증가가 아니라, 졸업생에게 유리한 수능 환경이 지속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정시를 통해 40% 이상 선발하면서 수능의 변별력 필요성은 증가했고, 이는 졸업생 중심 구조로 이어졌다. 수능이 어려울수록 졸업생이 유리하고, 이는 다시 재수와 사교육을 반복하는 '입시 좀비' 양산으로 연결된다.
해법: 수능 난이도 완화와 정시 축소, 학생부 중심으로 전환
결론적으로 수능 정시 중심의 입시 구조는 공교육을 약화시키고, 사교육 부담을 증가시키며,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의·생명 계열처럼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높은 교과전형과 정시 비중을 줄이고,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수능이 대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공교육 정상화를 바탕으로 한 재학생 중심의 입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중등수석교사회는 국민주권 정부가 실용적이고 균형 잡힌 교육정책을 통해 재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수능 중심 입시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