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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5-31 11:05:23

진짜 원하는 것을 잊지 말자


... 편집부 (2015-04-10 1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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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링벅』(창비청소년문학 12), 배유안 지음, 창비 2008.

(사진=박지민)

이 책은 중학교 때의 인정도서 목록에서 처음 봤던 기억이 난다. ‘스프링벅’이라는 특이한 제목에 이끌려서 읽어봤던 이 책은 읽었던 날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몇몇 구절이 떠오를 정도로 인상 깊었다. 그리고, 그 책을 다시 접한 지금의 나에게 그때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아프리카에 사는 양인 스프링벅. 이 양들은 풀을 먹기 위해서 무리를 지어 초원을 달려대다가 어느 순간부터 풀을 먹으려던 원래 목적을 잊어버리고선 무작정 뛰기만 하다가 절벽 앞에서 멈추지 못해 그 아래로 떨어져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런 스프링벅이 왜 이 책의 제목이 되었을까?

스프링벅이 이런 양들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는, 왜 제목에 쓰였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읽다보니, 제목을 스프링벅이라고 지은 것은 현대의 청소년들을 그 양들에 비유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책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인 동준이와 그 주변의 연극부 친구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동준이와 함께 연극부 활동을 하던 창제가 갑작스럽게 가출을 하고, 모범생이며 명문대생이 된 동준의 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두 가지 큰 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역할이었던 창제를 대신하여 동준이는 ‘미키’라는 등장인물 역할을 맡게 된다. 처음에는 주인공 역할이라는 것에 대해 약간 부담감을 가지지만, 이내 열심히 연습에 임하고 또한 자신의 형의 죽음에 대한 슬픔도 극복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 도중, 자신의 형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성적이 떨어져갔던 형은 어머니의 부탁으로 과외선생님이 대리시험을 치름으로써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고, 그에 대한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것이다.

이 일로 인해서 동준이는 약간 방황하지만, 그의 친구 예슬이 곁에서 위로해주고, 가출에서 돌아온 창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꿈을 찾고 좀 더 성장한 모습이 된다. 또한 연극부의 축제 공연도 성공적으로 마치고 마지막에 동준이가 자신의 형을 부르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

이것은 책의 본 내용 중에서, 연극부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해주는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너희는 대학생이 되기 위해서 사니? 지금 이 순간순간이 너희들의 삶이야.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풀을 뜯어 먹으라고. 풀, 맛있는 풀!”

학생들에게 스프링벅이라는 양에 대해서 알려주고 이야기를 하던 도중 나온 구절이다.

현대의 청소년들, 학생들은 자신이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같은 미래의 꿈에 대한 ‘진짜’ 목표보다는 좋은 학력을 위한 대학과 같은 입시에만 혈안이 되어 경쟁하는 모습을 보인다. 성적이 좋지 않게 나옴으로써 심하게 스트레스 받고, 종종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리기도 한다. 마치 자신들의 진짜 목적인 풀을 잊고 계속 달리다가 절벽 밑으로 떨어져버리는 스프링벅처럼. 그런 비유의 의미로써 스프링벅이 이 책의 제목이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크고 작은 사건을 거치면서 성장해나갔고, 그들의 이야기와 성장 과정들은 나 또한 스프링벅처럼 내가 진짜 미래에 하고 싶은 꿈에 대한 진짜 목적보다는 바로 앞의, 성적이나 입시에 신경 쓰며 정신없이 지내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만들어주었다. 배유안 작가가 이 책을 쓴 의도는 바로 그런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이 책이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이미 사회에 나가있는 어른들에게도 한번쯤은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입시와 성적에 매달리고, 자신의 장래를 그것에 맞추려 하다가 자신이 정말로 원하고 하고 싶은 꿈을 잃어버리고 있진 않았는가?


(출판사 제공 표지 그림)

※ 전북교육신문은 매주 금요일 [내 마음을 움직인 책]을 싣습니다. 이번 주 글쓴이가 다음 주에 책을 소개할 사람을 지명하는 방식으로 이어갑니다. 다음 주에 책을 소개할 사람은 군산남고등학교 1학년 최수아 학생입니다(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