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디톨로지』, 김정운 지음, 21세기북스, 2014.
(사진=이홍철)
평소 TV에서 독특하고 익살스러운 모습에 괴짜교수로 알고 있던 김정운 교수. 올 초 방송된 KBS 신년특강 ‘오늘, 미래를 만나다’에서 이 분의 ‘창조는 편집이다’라는 특강을 보게 되었다.
모두 세 편으로 구성된 강의는 사흘에 걸쳐 나의 시각과 청각 모두를 즐겁게 해주었다. 이 즐거움 때문에 방송이 끝난 후 특강의 모태가 되는 김 교수의 『에디톨로지』라는 책을 구입하여 다시 한 번 강의 내용과 연결해가며 읽어 보았다.
강의를 즐겁게 봐서 그런지 책 역시 즐거움과 가벼운 마음으로 폈지만 나의 생각이 빗나갔다.
『에디톨로지』는 다소 생소한 말이지만 세상의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된다는 편집학에 대한 개념적 이해를 위해 많은 시각적 예시들로 설명한 책이라고 보면 될듯하다.
이 책은 내가 봤던 재미있던 강의와 많은 부분 비슷하지만 방송에서 보았던 강의보다 좀 더 학문적 해석의 비중이 커 책을 읽는 중간 중간 이해의 어려움으로 머리의 무거움을 느끼기도 하였다.
하지만 스티븐 시걸의 감정차트, 유숙의 수계도원,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 세계지도 투명법 이외에도 다양한 시각적 예시로 내용 이해를 도와주는 부분들이 흥미를 이끄는데 많은 작용을 한다.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에 대한 부분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다. 수태고지를 바라보면 그림 속의 인물의 신체비율과 주위 배경이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게 보인다고 한다. 이를 보고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이 그림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그림을 정면이 아닌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보게 되면 인물의 비율뿐만 아니라 주위 배경까지 하나의 소실점으로 모이는 것을 알 수 있다(이는 강의로 보면 그 차이를 더욱 이해하기 쉽다).
나는 여기서 보는 것처럼 사람의 인식이 얼마나 편협한지를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틀에 박힌 사고, 흔히 말하는 고정관념이 우리의 무궁무진한 창의력과 상상력의 한계선을 긋고 있는 건 아닌가 되짚어보게 되었다.
더불어 예전에 우스갯소리로 하던 ‘개미와 베짱이’ 현대판에서 개미는 힘들게 일만 하다 늙어 고생하고 베짱이는 노래를 잘 부르게 되어 유명한 가수가 돼 잘 먹고 잘 살았다고 하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렇듯 지금의 시대는 과거의 많은 것들이 지금의 시대에 맞추어 재해석되고 편집된다. 우리 또한 기존 생각의 틀을 벗어나 재해석하여 보다 나은 자기발전을 도모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출판사 제공 책표지)
※ 전북교육신문은 매주 금요일 [내 마음을 움직인 책]을 싣습니다.다음 주에 책을 소개할 사람은 전주덕진중학교 1학년 김신영 학생입니다(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