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LOGO
최종편집: 2025-05-12 00:31:39

애완동물은 절대 금지!


... 편집부 (2015-08-09 22:48:27)

IMG
성묘가 다 되어서 우리 집에 함께 살게 된 고양이 반이 내 무릎에 앉아 있다. 내가 일어나면 함께 일어나서 내 작업실로 따라오고, 내 주변에서 놀거나 내가 하는 일에 훼방을 놓으며 항상 내 가까이에 있다. 가끔 반이가 보이지 않을 때 찾아보면 화선지 버리는 상자 안에 잠들어 있을 때가 많다.

우리 집은 남편이 동물을 싫어하는 이유로 애완동물이 금지되어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남편이 동물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번식력 강한 동물이 집으로 들어오면 나중에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애완동물은 금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연히 집에서 키우게 된 짐승은 대부분 마지막에 처치 곤란이었다. 얼마 전에 병아리가 수탉이 된 이야기를 썼다. 초등학교 앞에서 산 병아리를 새벽이면 홰치며 우는 닭까지 키우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병아리뿐만이 아니다. 짐승은 우리 집에 들어오면 수명이 길다. 이유는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달리 애완동물을 관리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전에 키우던 말티즈 강아지 하늘이도 다른 관리를 하지 않았지만, 교통사고 나서 죽기 전까지 11년을 함께 살았다. 하지만 그 전에 이미 애완동물은 집에서 절대 키우지 않는다는 남편의 다짐은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햄스터 키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린이집 다닐 때였다. 어린이집으로 어떤 아이가 햄스터가 들어있는 상자를 들고 온 모양이다. 처음 햄스터를 본 아이들이 그날부터 키우고 싶다며 노래를 불렀다. 남편은 며칠 동안 아이들을 달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했지만, 아이들의 소원은 계속되었다.
“안 돼! 햄스터는 그냥 쥐새끼야. 쥐. 시골 가면 찍찍거리면서 화장실에서 툭 튀어나오고, 창고에 가면 우글거리다가 후다닥 숨는 까맣게 꼬리 길어서 징그러운 쥐 있잖아? 그거랑 똑같은 쥐라서 냄새도 나고 자다가 햄스터가 이불 속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해 봐. 끔찍하잖아!”
“햄스터는 상자에서 키우면 돼요. 절대 밖에 못 나와요!”
“그래도 안 돼! 냄새나잖아!”
“창문 열어두면 돼요!”
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남편이 반대하는 것에 내가 나서게 되면 남편은 아이들에게 엄한 존재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남편의 주장이 부당하지 않다면 절대 나서는 법이 없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점을 찾을 때까지 기다렸다.
지치지도 않고 졸라대는 아이들과 햄스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고개를 저어대는 남편. 그들의 해결점은 찾지 못하고 밤마다 칭얼거림으로 아이들은 잠이 들었다.

그렇게 몇 주 동안 실랑이는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퇴근하는 남편의 손에 작은 상자 하나가 들려있었다. 햄스터 상자였다. 분홍빛 지붕을 가진 자그만 투명 플라스틱 상자에 햄스터 두 마리가 앙증맞게 놀고 있었다. 한 손에는 햄스터 밥과 각종 놀이기구가 들려있었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온 방을 뛰어다녔다.
“아빠, 정말 우리가 키워도 돼요?”
“응, 그런데 냄새나고 방에서 돌아다니면 바로 애완동물 가게 가져다줘 버릴 거니까 깨끗하게 키워야 해. 알았지?”
“네!”
아이들은 당장 햄스터를 꺼내어 손에 들고 있었다. 쓰다듬기도 하고 해바라기 씨를 손에 올려놓고 먹는 모습을 보기도 하며 마음껏 햄스터와 교감을 나눴다. 아이들이 잠든 후 조용히 남편에게 물었다.
“갑자기 왜 마음이 바뀌었어?”
“아, 가져오고 싶어서 가져온 것은 아니고, 누님댁에 갔더니 햄스터가 있던데? 그런데 새끼를 너무 많이 낳아서 처치 곤란이라고 두 마리만 어떻게 해결해 달라고 해서 가져와 봤어.”
“그러다가 우리 집도 나중에 새끼 낳아서 처치 곤란이면 어떡해?”
“사무실 사람들 죄 나눠주면 되겠네. 다들 애들이 고만고만해서 좋아할 것 같은데?”
“그렇긴 하지만….”

얼마 만에 새끼를 낳았는지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햄스터가 처음 우리 집에 들어온 지 그다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새끼를 낳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처음에는 새끼 낳은 줄 몰랐었다. 하지만 땅콩만 한 무엇인가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톱밥을 잔뜩 쌓아놓고 그 안에 새끼를 낳았다. 꿈틀거리는 새끼가 언뜻 다섯 마리는 넘는 것 같았다. 아이들과 나는 신기해서 내내 바라보았다. 모든 어미가 그러하듯 햄스터는 우리를 경계라도 하듯 어쩔 줄 몰라 상자 안을 헤집고 다녔다.
밖에서 놀다 들어온 아들이 새끼를 보더니 만지고 싶어 했다. 어찌 될 줄 몰라 만지지 못하게 했지만, 아이들은 새끼가 신기한 모양이다.
“엄마, 우리도 처음에는 저렇게 작았어?”
“아니, 사람은 더 크지. 햄스터는 어미가 작으니까 새끼도 작은 거지.”
“너무 작아. 근데 왜 빨개?”
“아직 털이 안 났으니까. 털이 생기면 어미랑 비슷해져.”
“저 쪼그만 것이 털 나면 진짜 귀엽겠다. 그렇지 누나!”
“응!”
딸아이는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집게손가락을 펴고 관자놀이를 톡톡 건드렸다.
“왜?”
“친구들이 그러는데 햄스터는 사람이 자기 새끼한테 관심 보이면 죽인다는데…. 정말일까? 설마 자기 새끼를 죽일까?”
“진짜? 그런데?”
사실 나 또한 햄스터에 관한 지식은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햄스터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히려 딸이 친구들에게 주워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나보다 더 해박한 듯했다.

( 그림=임솔빈 )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남편이 조용히 나를 깨웠다.
“왜?”
“아무래도 이거 수건이나 뭐 신문지로라도 덮어 놔야 할 것 같아. 애들 교육에는 별로 안 좋을 것 같다.”
“무슨 일 있어?”
아직 잠이 떨 깼기에 눈을 비비며 햄스터 상자를 바라보던 나는 그만 그 자리에서 소리칠 뻔했다. 햄스터 새끼 두 마리가 모가지가 잘리고 살이 찢긴 채 상자 구석에 버려져 있었다. 남편은 햄스터 어미들을 다른 작은 종이상자에 옮겨 놓은 후, 사체를 건져서 종이에 돌돌 말아 놓고 다시 어미들을 원래 집으로 넣어두었다. 출근 준비가 끝난 남편은 아침을 전혀 손대지 못하고 사체가 들어있는 종이 뭉치를 손에 들고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이 혹시라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현장에 버릴 생각 같았다.

어린이집 가기 전에 햄스터 상자를 바라보려던 아이들을 말렸다. 아이들은 아침 인사를 하고 어린이집 간다며 떼를 썼다.
“태훈이가 햄스터 새끼 만지려고 했잖아? 그런데 어미가 화가 났어.”
“왜에?”
“태훈이가 새끼 건들까 봐 화가 났나 봐. 아침에 무섭게 엄마를 째려보잖아. 그래서 무서워서 수건으로 가려놨어. 그러니까 태훈이 나중에 햄스터 새끼 털 나면 그때 보자! 알았지?”
“그때는 괜찮아?”
“응, 그러니까 조금만 참아. 금방 털 나올 거야!”
“그래도 보고 싶은데….”
“어린이집 차 올 시간 됐는데 오늘은 어린이집 안 갈 거야?”
“갈 거야!”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낸 후 햄스터 상자를 멀리서 바라보았다. 유년 시절에 토끼 집을 바라보는 심정이었다. 어머니께서는 내 몫이라며 토끼 두 마리를 사주셨다. 여름에는 토끼가 잘 먹는다는 토끼풀도 베어다 넣어주고, 가끔 곡식도 주고, 고구마나 당근 등을 토끼 집에 넣어 주었다. 그러다가 새끼를 낳았던 모양이었다. 나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토끼풀을 토끼장에 넣어 주기 위해 문을 열었다. 토끼가 다른 때와 달랐다. 풀로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주변을 뱅뱅 돌았다. 마침 들에서 들어오시던 어머니는 그 모습을 유심히 보시더니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어매 어찌야쓰까잉. 토끼 새끼 낳았고만, 그거를 바라보고 있냐. 얼른 가서 가마떼기(가마니) 항개 가꼬 온나. 내일 몇 마리는 죽어 나가것다.”
그때는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다음 날 어머니는 나 보란 듯이 마루에 땅콩 크기보다 조금 더 큰 빨간 시체를 꺼내 놓으셨다. 내 목덜미를 잡고 그 앞으로 끌고 가 세워두셨다.
“봐라잉, 니가 죽인 것이여!”
“나는 암껏도 안 했는디 어째 내가 죽였다고 헝가!”
“토끼는 원래 굴속에다가 새끼를 낳는디, 다른 짐승이 보믄 새끼 잡아 묵으러 와가꼬 지그들 까지 잡아 먹힐깜시 나 새끼 죽여서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다잉 험시로 새끼 죽여서 밖에다가 내놓는단다. 그랑께 사람이 봐도 안 됭거시여!”
“몰랐응께 봤제. 알고 봤가니?”

그랬다. 토끼도 그랬다. 유년 시절에 키웠던 토끼와 같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밥을 줄 때도 어미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밥그릇에 먹이만 주고 수건으로 투명 상자를 덮었다. 처음이었기에 실수한 것 같았다. 죽은 새끼들에게 미안하고, 어미에게 미안했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며칠 전부터 부산하던 햄스터 상자가 더 부산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수건을 걷을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매일 아침 수건을 열어보고 싶어서 햄스터 상자 앞에서 머뭇거리던 아이들이 본다면 얼마나 놀랄까 싶어 그 기대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팔짝팔짝 뛰며 좋아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벌써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왔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들어와 햄스터 상자를 기웃거렸다. 난 아이들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소리가 들리는데 못 보니까 화나지?”
“응! 이럴 거면 햄스터 왜 키워. 보지도 못하게 막아놓고….”
“기다려야지. 더 예쁜 햄스터 보려면!”
“응?”
유리 상자를 감싸고 있던 수건을 걷어 냈다. 아이들은 한동안 상자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미 곁에 네 마리의 햄스터가 쳇바퀴를 돌리고, 먹이를 먹고, 유리 상자에서 나올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기웃거리고 있었다. 귀엽다 못해 앙증맞았다.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같이 귀여운 모습에 아이들은 눈이 커지고 있었다.
“와! 엄마 너무 귀여워! 이제 손대도 돼?”
“응! 만져 봐. 이제 어미도 용서해 줄 거야!”
“정말 예뻐!”
딸아이는 어느새 햄스터 새끼 네 마리를 모두 꺼내어 손에 들고 있었다. 아들은 햄스터가 숨을 만한 벽장문부터 닫고 딸아이에게로 달려왔다.
“누나, 나도 줘!”
두 마리씩 손에 올려놓고 있었다. 방바닥에 내려놓자 장판이 미끄러운지 처음에는 재빠르게 달리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되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햄스터를 잡기 위해 온 방을 헤집고 다녔다. 남편이 돌아올 시간이 되었지만, 아이들은 햄스터와 노는 것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어느새 한 마리는 어디론가 숨어서 보이지 않았다.
“아빠 올 시간 다 됐어. 빨리 햄스터 찾아서 제자리에 둬야지. 아빠랑 약속 어기면 안 되잖아.”
아이들은 숨어 있는 햄스터 한 마리까지 찾아내서 햄스터 상자에 넣어두고서도 그 자리에서 떠날 줄 몰랐다. 그러나 처음 경험이었기에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년이 훌쩍 넘었다. 온통 햄스터 상자였다. 몇 차례 남편 사무실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며칠 키우지 못하고 죽는 집도 있었고, 우리 집처럼 새끼를 여기저기 분양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온 집안에는 햄스터로 가득 찼다.

남편은 밤이 되면 햄스터 상자 앞에서 한숨을 지었다.
“이제 분양해 줄 곳도 없다.”
“애완동물 가게는?”
“다른 동물은 새끼들 사는데, 햄스터는 넘친다고 안 산다는데?”
“진짜 곤란하네!”
“자영이네 반 친구들한테 물어보라고 해 봐!”
“내일 아침에 한 번 이야기해봐야겠다. 그런데 햄스터는 번식력이 너무 강하기는 한 것 같아. 암수 구분해서 상자를 따로 두었는데도 언제 만나서 연애질한 거야?”
“산모 집 만들어 주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내버려 두면 수컷들이 새끼 다 죽이니 안 해줄 수도 없고.”
“내 말이!”
정말 처치 곤란이었다. 분양하고 분양해서 이제는 분양할 곳도 없다. 그런데 아무리 암수 구별을 해서 따로 넣어두어도 한 마리만 잘못 보면 바로 새끼를 낳는다. 많을 때는 8마리까지 낳았다. 그 많은 햄스터를 관리하기란 쉽지 않았다.

딸아이 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모두 암수 한 쌍씩 분양하고 나니 몇 마리 남지 않았다. 홀가분했다. 혹시 부모님이 싫어하는 경우는 다시 가져와도 된다고 했지만, 다시 가져오는 아이들은 없었다. 그 뒤로 분양을 몇 번 더했다. 하지만 분양한 만큼 새끼는 계속 낳고 있었다. 아파트로 이사 올 때 햄스터도 함께 왔다. 아이들도 이제 햄스터에 관심이 없었다. 아이들은 이미 말티즈 하늘이와 사랑에 빠져 있었다. 학교 다녀와 현관문을 열면 나보다 먼저 하늘이가 반겨주니 햄스터는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비 오는 날이었다.
남편은 햄스터 상자를 잔뜩 사들고 와 거실 한쪽에 놓아두었다.
“자영이는 학교에서 친구들이 햄스터 갖고 싶어 하는 애들 있으면 내일 학교 끝나고 가져가라고 해. 알았지? 태훈이도!”
“네!”
“그리고 이제 햄스터 안 키울 거야! 괜찮지?”
“네!”
아이들은 망설임이 없었다. 대답은 했지만, 자영이는 뭔가 조금 아쉬움이 남는 모양이었다. 바닥에 톱밥을 깔고 암수 한 쌍씩 구분해서 넣는 아빠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품에는 하늘이를 안고 있었다.
“아빠, 그럼 어미는 어떡해?”
“응?”
“새끼들은 친구들이 가져가면 되잖아. 그런데 어미는 벌써 너무 많이 늙어서 털도 거칠고, 예쁘지도 않잖아. 누가 안 가져갈 것 같은데….”
“그건 아빠가 알아서 할 거야. 그러니까 자영이는 걱정하지 말고!”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 난 남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려고?”
“애완동물 가게 가서 물어보니까. 햄스터는 길어야 2년 반 산다네? 처음 가져온 햄스터 거의 3년 가까이 살았잖아? 애들 보는 데서 죽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서 안락사시키기로 했어. 아까 낮에 동물병원 가서 알아보고 왔어. 그냥 해 준다고 데려오래.”
“그럼, 그냥 죽을 때까지 데리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키우던 동물 죽으면 그 상처는 어떻고? 요즘 한참 하늘이한테 정 붙여서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죽는 것은 안보는 게 낫지. 더군다나 자영이 작년에 친구 사고도 있었잖아. 아직도 가끔 멍할 때 있던데. 이런 모습은 안 보여주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
“네.”
난 남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 의연해질 수 있는 자영이는 아니었다. 남편은 다음 날 아침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가장 늙은, 처음 우리 집에 분양 왔던 햄스터 한 쌍을 들고 나갔다. 점심 무렵에 동물병원으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난 3년 동안 귀염둥이 역할을 했던, 매일 아침마다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었던 햄스터와 간단한 작별 인사를 했다.
“미안해,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지 못해서. 잘 가.”
그렇게 모든 햄스터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 이후 햄스터는 우리 집에서는 금기 동물이었다. 15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햄스터 말만 나오면 남편은 고개부터 저었다.

남편의 팔을 베고 잠들어 있는 고양이 반을 바라보고 있었다. 짐승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도망가던 남편이 어느 날부터인지 고양이와 하나가 되었다. 잠들 때면 반이를 부른다. 부르는 소리에 남편에게 달려가 팔을 베고 내 자리에서 자는 반이를 볼 때면 지난날의 남편이 맞나 싶을 정도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나서 삭막했다.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대화를 많이 한다고 하지만, 평소에는 그다지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바빴고, 아이들도 아르바이트해야 하고, 학교에 다녀야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보면 얼굴 보기도 힘들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들어오면서 반이를 찾는다. 그리고 반이가 주제가 되어 거실에서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좀 더 늘어났다.
“피곤한데 그만 자!”
“아무리 피곤해서 우리 막둥이랑은 좀 놀아줘야지.”
딸과 달리 애완동물에게 그다지 정을 주지 않던 아들아이는 유독 반이는 정을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많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딸과 다르게 아들과 엄마는 공통관심사가 적기에 평소에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반이가 들어 온 뒤부터 부쩍 말이 많아진 아들을 본다. 애완동물은 그 자체만으로 가족의 유대감을 만들어 주는 매개체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오늘도 반이를 무릎에 앉혀 놓고 자판을 친다. 우리 집 막내다.

[작가 약력]
전남 나주 출생
전북 군산 거주
1995년~99년 소설창작모임 운영
2003년 수필집 [누룽지와 꺼먹고무신] 출간
2004년 월간 시사문단 시 등단
2004년 계간 대한문학세계 소설 등단
2011년 시집 [여백] 출간
2015년 현재
시낭송가
웹디자이너
홈페이지 : 설연화의 문학공간 (http://sichenji.com)

※ 설연화 작가의 [사고뭉치 엄마의 괴짜 교육법]을 연재 중입니다. 매주 월요일 새로운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