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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재정 위기 “자구책 절실”


... 문수현 (2015-10-19 16:33:25)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이하 교육자치연대)가 ‘전북 지방교육재정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주제로 19일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지역사회가 누리과정 대란을 치르면서 지방교육재정 위기가 최대 교육담론으로 떠오른 가운데 열린 전문가토론회여서 더욱 관심을 받았다.

토론회는 전북도의회 1층 세미나실에서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 10분까지 열렸으며, 전주교육대 이경한 교수의 사회로 전북대 교육학과 박세훈 교수의 주제발표가 이뤄졌다.

‘지방교육재정 현황과 쟁점’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 교수는 “최근 지방교육재정의 부족으로 시도교육청과 일선학교는 심각한 재정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면서 그 원인으로 △몇몇 교육청에서 시작한 무상급식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증액 없이 이뤄진 누리과정 △고교무상교육 실시 검토 등을 들었다.

박 교수는 특히 “정부는 내국세 총액이 늘고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유초중등교육재정에 여유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만3~5세 누리과정을 전면 실시했지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교육세를 증액하지 않아 결국 각 시도교육청에 지원된 교부금의 범위 안에서 부담하게 됐다”며 지방교육재정 압박의 원인을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지방교육채와 민간투자사업(BTL)도 시도교육청에 큰 재정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채무 총액은 13조851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지방교육채가 3조7044억원, BTL은 10조1466억원이나 된다.

한편, 지방교육채 발행 규모가 늘어나면 다음해 시도교육청의 가용 예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시도교육청의 재정난이 심화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추가적인 재정확보 없이 추가사업이 진행되고, 학생 수 급감을 이유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교부율 감소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방교육재정의 현황을 살펴보면 재정위기의 실태가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먼저, 2015년 예산 중 유초중등교육 예산은 2014년 예산에 비해 1조4천여억 원이나 준 39조7142억여 원이었다. 3.5% 삭감된 액수다. 박 교수가 최근 교육부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교육부는 내년도 유초중등교육 예산이 올해 대비 1조5천억 원 정도 다시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추가재원이 확보되지 않은 채 교육복지예산이 급증한 것도 교육재정 악화의 원인 중 하나다. 교육재정 규모는 명목상으로는 2008년 약 36조원에서 2015년 약 55조원으로 증가돼 왔다. 하지만 정부예산 중 교육예산의 비율은 1990년에 22.3%였던 반면, 2014년에는 16.4%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표. 연도별 정부예산 대비 교육예산 비율(교육부) - 박세훈 교수 발표자료)

2015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산은 39조5206억1500만원으로 전년도 40조8680억7700만원 대비 3.3%인 1조3474억6200만원이나 감소했다. 지방교육재정은 총 세입예산의 70% 전후 비중을 국고보조금이 차지하는 등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교부금 축소는 지방교육채 비중 증가로 이어진다.

교육예산이 어떤 분야에 쓰이는지 경향을 살펴보면, 예산 압박이 교육의 질에 미친 영향을 유추해볼 수 있다.

박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만5세 누리과정이 시작된 2012년과 만3~4세 누리과정이 추가된 2013년을 전후로 교육재정의 지출 구조 변화를 살펴보면, 누리과정을 중심으로 한 교육복지 예산만 크게 늘었을 뿐 다른 분야는 대부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교수학습지원비나 학교교육 여건 개선 및 시설비 등의 경우에는 구성비뿐만 아니라 지출액 자체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구조적 변화를 “기본교육이 위축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세출 구조조정이 한계상황에 다다랐다”고 덧붙였다.

전북교육청의 경우 2015년도 세입예산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세입이 대폭 감소했다. 세입 총량이 늘긴 했지만, 이는 교육부가 용도를 지정한 △학교신설 △교원명퇴 △교육환경개선시설 등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한 데 따른 것이었다.

전북교육청의 2015년 정책사업별 세출예산에서도 대부분의 사업에서 예산이 감소하는 반면, 인건비 등 인적자원운용 예산 증가분은 795억원에 달한다. 또 학교교육여건개선비 증가분 629억원은 지방채 증가분에 포함된다. 성질별 세출예산을 살펴보면, 인건비가 951억원, 시설비가 666억원 크게 증가한 반면, 교육사업비는 1323억원, 학교운영비는 108억원이 줄었다. 교육여건이 후퇴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지표다.

전북 교육재정의 앞길은 더 험난하다. 정부가 지방교육재정 효율화 방안에 따라 앞으로는 학급 수가 아니라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부금을 배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북은 학생 수가 급감하는 대표적인 지역이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단순계산으로 약 150억 원쯤 보통교부금이 감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밖에도 누리과정 지출,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교실 운영 확대, 교원 명예퇴직 증가 등이 지방교육재정에 대한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교육재정은 이념의 문제가 아닌 국가발전을 위한 교육투자의 상수로 봐야 한다”며 “학생 수 감소로 인한 교육재정 감소분은 교육여건 개선에 할애해 OECD평균 이상으로 교육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이어 “정부 부담 공교육비 규모를 GDP 6%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편 전북교육청에 대해서도 “교육재정에 대한 국가 의존도를 탈피하고 불용비용이나 소모성 경비를 축소하는 한편, 지자체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014년에 비해 2015년에 특별교부금이 500억이 줄었다”며 “도교육청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의 토론자로는 호원대 행정학과 송재복 교수, 전북어린이집연합회 김옥례 회장,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김남규 정책위원장,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정호영 의원이 참여했다.

호원대 송재복 교수는 “현재의 교육재정 부족 문제는 포퓰리즘에 입각한 점이 적지 않다”며 “현재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간의 교육재원갈등으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그에 따른 지방교육의 질, 수준의 저하 문제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특히 전북교육청의 경우 이념 대립의 선봉장이 됨으로써 교육재정교부금의 충당액에서 상당한 손실을 불러왔다”며 “결과적으로 학교의 피해, 교사 및 학부모 교육복지서비스 피해가 큰 만큼 하루빨리 이러한 갈등구조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또한 “정부 부담의 공교육비 규모를 OECD국가 수준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어린이집연합회 김옥례 회장은 “교육재정 확충이라는 대명제에 찬성하고,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데도 동의하지만, 전북교육청이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예산편성을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전북교육청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전북교육재정의 실태를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논의하는 2차 토론회가 마련돼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선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김남규 정책위원장은 “지방교육재정 위기의 주요 원인은 주로 중앙정부에 있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인 만큼 중앙정부 등 외부 탓으로만 돌리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에 자치단체와 협력을 강화해 지역교육재정 확보에 더 노력해야 하며, 전라북도 교육청 차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산규모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정호영 의원도 화답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법률 정비를 통한 안정적인 교육예산 확보에 대해서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행을 하지 않고 상황이다. 따라서 한정된 재원에 대한 선택과 집중에 대한 지역 내의 많은 의견들이 도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교육청이 이미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있으므로, 실질적 수요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보다 폭넓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