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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미달’ 극복방안 활발한 논의


... 문수현 (2016-05-12 16:30:58)

위기의식에 따른 걱정도 많았지만 교사와 교육청에 대한 주문과 대안적 제안도 쏟아졌다.

‘전북 기초학력 미달문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주제로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가 주최한 토론회가 11일 오전 전북도의회 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이하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전북지역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해를 거듭할수록 부진해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학업성취도평가는 일명 ‘일제고사’로 불리며, 1998년부터 시작해 해마다 이뤄지고 있다.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표집평가를 해오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대한 전수평가로 확대했고, 평가 영역은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5개 교과목이었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부인 2013년 초등학생에 대한 평가를 폐지하고, 중3과 고2 전체 학생에 대해 국어, 수학, 영어 교과목을 평가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수준을 과목별로 우수학력,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미달 등 4단계의 절대기준을 둬 평가하며, 이 중 기초학력미달은 목표성취수준의 20% 이상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를 말하는데, 100점 만점제로 환산할 경우 0~25점에 해당한다.

이날 토론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9년째 학업성취도평가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이인호 박사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분석하면서 전북지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살피는 것으로 시작됐다.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가 주최한 ‘전북 기초학력 미달문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주제의 토론회가 5월 11일 오전 전북도의회 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이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0~2015년 전북지역 중학교 3학년의 ‘성취수준(우수학력~기초미달) 비율’은 국어 수학 영어에서 모두 우수학력과 보통학력 비율은 전국 평균 비율과 비슷하거나 낮고,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전국 평균 비율보다 높은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이들 전북지역 중3 학생들의 ‘성취도 점수’는 국어 수학 영어 모두 전국 평균보다 낮고 2011년 이후 전국 평균과의 차이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의 경우, 정도는 약해지지만 중3에서 보인 경향을 그대로 나타냈다. 요약하면, 전북지역 중학교와 고등학교 모두 전체 학생 중 기초학력미달 학생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박사는 학업성취도 평가는 단지 국어 수학 영어 세 교과에 대해서만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에 대해 모든 것을 알려주는 평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평가 결과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우리 지역 학생들을 다른 지역 학생들과 비교하기보다는, 교육 목표 도달 정도를 구분하는 기준에 비춰 우리 지역 학생들이 얼마나 도달했는지 살피는 데 초점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목적 자체가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육 목표에 대한 도달 정도를 파악하는 것, 즉 도달 정도를 구분하는 일정한 기준을 정해놓고 학생들의 성취 정도를 판단하는 일종의 절대평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같은 절대평가 기준에 비추더라도 전북지역 학생들(특히 중3)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중3의 경우 2014년부터 기초학력미달 학생의 비율이 5%대를 유지하고 있다.

토론자로 참여한 전주교대 이경한 교수는 “이인호 박사의 발표에서도 전북 중학교의 학업성취도가 전국 학업성취도보다 낮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더구나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5%를 넘어섰다는 점은 심각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전북의 고등학교 또한 자사고인 상산고를 포함한 인문계 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평가했는데도 수학과 영어에서 2011년을 계기로 전국 평균보다 학업성취도가 낮아지고 있다”며 “상산고 등 자사고의 성적이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일반계 고등학교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낮아짐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학업성취도평가 영역이 비록 국어 수학 영어 세 과목에 제한될 뿐이지만, 이 세 과목이 교육과정 전반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그 이상 높은 지표는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학업성취도평가와 그 결과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한편, 학교 학력에서 협치의 중요성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어민교사, 기초학력 인턴교사, 스포츠강사, 대학생 멘토링 등 학습 및 상담 지원 인력은 지자체의 협조 아래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며 “전북교육청은 협치의 측면에서 아주 낙후한 상태지만, 앞으로 도교육청이 중심축이 돼 협치를 끌어간다면 보다 많은 학교교육 지원을 이끌어내고 학력으로 선순환시킬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하지 않겠는가”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이인호 박사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다양한 배경변인과의 관계 속에서 고찰했다.

이에 따르면, 학교 설립유형에 따라 학업성취도에 차이가 있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모두 국·공립학교가 사립학교에 비해 평균 학업성취수준이 낮고 학교들 간의 학력차이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의 경우 이러한 관계가 약한 반면, 고등학교는 사립의 학업성취도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성적우수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공부를 더 시키는 데 따른 결과로 추정된다.

한때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남녀공학이 추천되던 일은 옛이야기가 됐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여학교나 남학교에 비해 남녀공학 학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학교 규모가 클수록 학업성취도 평균이 높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학교 규모가 크면 한 과목에 배정된 교사의 수가 많고, 이들 교사들 사이에 수업에 관한 상의가 이루어지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업 보조교사, 대학생 멘토링, 스포츠강사 등 학습 지원 인력과 상담 지원 인력의 비율이 높을수록 학업성취도가 높았다.

일반의 상식을 뒤엎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한 학교에서 교사 직무 연수를 받은 교사의 비율이 학업성취도와 갖는 관계에 대한 분석한 결과, 직무연수(교육과정, 교수·학습, 평가, 상담 등 4종)를 받은 교사의 비율이 높은 학교보다 그 비율이 낮은 학교에서 도리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높게 나오거나 뚜렷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토론자로 참여한 전주완산고 박제완 교사는 이에 대해 “궁극적으로 방과 후 수업보다는 정규수업시간에 수업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학력에 대해서 더 좋은 대안”이라며 “기초학력이든 심화학력이든 수업과 관련된 교사의 능력을 제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주교대 이경한 교수도 “교사의직무 연수와 학교 수업의 연계성이 낮은 데서 기인한 결과로 보인다”며 “행정기관 중심의 타자가 이끄는 연수보다는 교사의 자발적 자기계발이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교사 직무 연수뿐 아니라 학습부진 학생 지도 프로그램으로써 방과 후 특별 보충수업의 경우도, 이를 운영하는 학교가 운영하지 않는 학교에 비해 중학교와 고등학교 모두 국어 수학 영어에서 학업성취도가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특별 보충수업을 하지 않는 대신 학원교습 등 사교육에 투자하기 때문으로 짐작됐다.

방과 후 뿐 아니라 방학 중의 특별 보충수업도 결과는 비슷했다. 학생이 사교육에 접촉하는 시간이 길수록 학업성취도가 높았다. 다만, EBS교육방송이나 교육청인터넷강의를 많이 시청하는 경우에도 학업성취도 평균이 높았다.

독서 시간의 경우, 하지 않아도 학업성취도가 낮았지만 많이 해도(하루 2시간 이상) 학업성취도가 높지 않았다.

이 박사는 “교육에서 기본은 기본개념을 이해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공감을 얻기도 했다. 물리학 전공자이기도 한 이 박사는, 언젠가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 참가하는 국내 학생에게 ‘가속도’의 개념을 설명해보라고 질문했더니 대답하지 못하더라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학교의 심화보충수업이 혹시 ‘우수학생’ 양성을 위한 문제풀이 훈련 시간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나 못 하는 학생이나 그 수준에 맞춰 (예를 들어, 가속도의 개념을) 설명해주는 능력을 교사가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전북도의회 정호영 의원(교육위원회 소속)도 토론자로 참여했다. 정 의원은 “한 명의 학생이라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교육 일선은 물론 도교육청이 지금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