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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발암물질 386톤 대기배출, 주민은 ‘깜깜’


... 문수현 (2016-10-20 16:51:59)

전북 도내 40여개 시민·사회운동 단체들이 전북도에 미원상사 배출가스 특별점검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 그간 도내 산업단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특정대기유해물질 측정 결과를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안전대책 수립을 위한 민관협의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20일 오전 전북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습기 살균제 유독성분을 치약업계에 납품해온 미원상사가, 지난 2005~2014년 10년 동안 완주군 봉동 공장에서 총65톤의 벤젠을 대기 중에 배출했다”면서 “도민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몰랐고, 정부와 전북도 등 지자체는 아무런 대책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미원상사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인 CMIT/MIT가 함유된 12개 제품을 국내외 30개 업체에 전방위적으로 납품한 업체로, 연간 납품량은 3천 톤에 이른다. 지난달 27일 아모레퍼시픽과 부광제약 등 업체의 치약에서 같은 성분이 검출돼 총149개 치약이 판매 중단되기도 했는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원료를 납품받은 업체가 바로 미원상사였다.

게다가, 미원상사는 완주군 봉동으로 공장을 이전한 2005년부터 최근까지 1급 발암물질인 벤젠(Benzene)을 전북에서 가장 많이 대기환경에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같은 부지에 위치한 계열사 미원스페셜티케미칼 역시 완주에서 가장 많은 44톤의 화학물질을 배출하고 있었다.




이 같은 현황은 환경부가 415종 화학물질에 대해 기업의 보고를 취합해서 공개하는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시스템」에 드러나 있다. 이에 따르면 2014년 전라북도 소재 사업장에서 이동한 발암물질은 총 26종, 2205t이고 대기 중으로 배출된 량은 386톤에 달한다. 이동량 가운데 약30%가 폐기물처리장에서 배출된다고 치면, 실제 배출량은 1천 톤이 넘는다.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조사제도에서는 ‘배출’과 ‘이동’의 개념이 다르다. 배출은 배출량 조사대상 사업장에서 공정 중에 취급하면서 대기나 수계, 토양으로 배출하는 것을 말하고, 이동은 폐기물처리업체나 폐수종말처리장 등에 위탁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 2014년도 이동량 가운데 30%이상이 폐기물처리업체를 통해 폐기됐다.

다른 한편, 조사에 따르면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인된 1급 발암물질(국제암연구소 기준)도 7종, 총10톤이 도내 업체를 통해 대기 중으로 배출됐다. 그 중 절반에 가까운 양인 4.8톤을 미원상사가 배출했다.

문제는 대기로 방출된 중금속이나 독성 화학물질들은 땅이나 강, 바다에 떨어져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결국 음식을 통해 우리의 몸으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한편, 지자체의 노력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적이다. 대기 중 배출 가스는 지자체에서 측정·감독하고 있지만, 1년에 한두 차례 측정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결과는 공개되지 않는다.

민주노총전북본부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등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인근 주민들은 공장이 배출하는 유독물질 정보를 제공받은 적이 없고, 유독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공단 인근 노동자·주민들의 건강피해에 대해서도 검진 및 예방 대책은 전무할 뿐 아니라 유독물질 배출 저감에 대한 논의도 진행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전북본부 강문식 교육선전부장은 “전라북도에서 고독성 물질 배출 사업장의 반경 1마일 내 거주 주민은 21만 명으로 전체 도민의 10%가 넘는다”며 “미원상사 인근에서도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수 천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고, 봉서초중학교 및 주거단지가 위치하고 있어 전라북도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날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원상사에 제조 제품과 사용 원료를 공개하고 즉각 벤젠 저감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전북도에는 △미원상사 배출 가스 특별 점검 △산업단지 배출가스 측정 현황 및 결과 공개 △산업단지 노동자·주민의 건강진단 및 안전 대책 수립 △유독 가스 배출 대책 수립 위한 민관 협의 등을 촉구했다.


▲전북도내 40여 시민사회단체들이 20일 전북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원상사 벤젠 배출 등 실태를 알리면서 전북도에 발암물질에 대한 주민 안전 대책을 촉구했다.

<2014년도 화학물질 배출량조사 내용>

특정 기업이나 지역의 문제라면 해결책이 복잡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원상사가 아니라 도내 다수 기업, 전라북도가 아니라 전국의 문제(결국 전체 생태계의 문제)라는 점에서 쉽지 않다.

화학물질안전원이 작성한 ‘2014년도 화학물질 배출량조사 보고서’(2016년 6월 발표)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배출량 조사대상 3524업체에서 벤젠 등 226종의 화학물질 1억6361만 톤을 취급(제조·사용)했다. 이 가운데 사업장내 배출된 양은 5만4천 톤(취급량의 0.033%), 자가매립량은 8천 톤이었다. 사업장내 배출된 양은 대기가 86.7%로 가장 컸고, 수계 0.4%, 자가매립 12.9%였다.

폐기물 또는 폐수처리업체로 ‘이동’시켜 처리한 양은 87만2478천 톤(취급량의 0.533%)이었다. 이 중 폐기물처리업체로 76만1천 톤(위탁처리량의 87.3%)이, 폐수처리업체로 11만1천 톤(위탁처리량의 12.7%)이 위탁 처리됐다. 폐기물처리업체로 위탁처리된 양 중 69.5%는 재활용되고, 폐수위탁 처리의 86.0%는 산업단지 폐수종말 또는 공동처리장에서 처리됐다.

하지만 발생 폐기물의 53.2%는 ‘종업원수 30인 미만’ 또는 ‘배출시설 없음’ 등에 해당돼 보고대상에서 면제돼 있는 실정이다. 전체 폐기물·폐수처리업체는 1374업체이지만, 이 중 폐기물 처리업체 160업체만 배출량조사대상업체에 해당돼 처리과정에서의 배출·이동량을 보고하고 있다.

물질별 배출량을 보면, 유독물질인 자일렌(32.5%), 톨루엔(15.7%), 아세트산 에틸(7.8%)이 가장 많이 배출됐고, 상위 10개 화학물질이 전체 배출량의 85.0%를 차지했다.

환경으로 배출된 발암물질(국제암연구소 분류기준, 1급~2B)은 53종 7309톤으로 전체 배출량의 13.5%를 차지했다. 전년도의 6918톤보다 5.6% 증가한 수치다. 취급량도 3998만 톤으로 전년도의 3986만 톤에 비해 0.3% 증가했다. 주요 취급량 증가 물질은 에피클로로히드린(2A급, 4만 톤), 크롬 및 그 화합물 (1급, 20만5천 톤), 1,3-부타디엔(1급, 1만7천 톤) 등이다.

한편, 2001년도 조사에서 환경으로 배출된 발암물질 양은 1670톤이었다. 2014년엔 이때보다 4배 이상 는 셈이다.

이렇게 환경(대기)으로 방출된 중금속이나 독성 화학물질들은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들은 땅이나 강, 바다에 떨어져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결국 식물이나 해산물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음식의 형태로 사람의 몸에 들어온다.

기업이 먼저 유독물질 배출을 줄이고 정부와 지자체가 이를 철저히 관리 감독하는 게 중장기적 해결책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