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자동차판매대리점 카마스터는 개인사업자인가?
노동자로 일하면서도 노동자가 아니라는 소리를 들으며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동차 대리점 판매노동자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 중 한 부류다.
◯ 노동자의 단결할 권리와 대법원의 판단
전국의 현대·기아자동차 판매 대리점 카마스터들은 지난해 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이하 자동차판매연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이들에게 노동조합 설립신고필증을 교부했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이들이 노동자인가,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가를 가지고 논란이 일었다.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은 대리점 대표가 교섭요구 사실을 게시판에 공고하지 않자 노조가 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을 내려달라고 청했고, 대리점 대표는 도리어 이들 판매원들이 자신과 자동차판매 계약을 체결한 특수고용직이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결국 노동위원회가 ‘카마스터는 노동자인가’에 대한 해답을 내놨다. 먼저 3월에 전북지방노동위원회가, 이어 4월에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노동위원회는 비록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이지만, 준사법적 성격을 지닌 행정기관인 만큼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판정에서 1차적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는 먼저 “노조법상의 근로자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하고, 그 사용종속관계는 당해 근로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지휘·감독관계의 여부,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 노무의 성질과 내용 등 그 노무의 실질관계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라는 1993년과 2006년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또한 2014년 대법원 판결(골프장 경기보조원 판결)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일정한 사용자에 대한 종속관계를 조합원의 자격요건으로 하는 기업별 노동조합의 경우와는 달리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노동조합의 경우에는 원래부터 일정한 사용자에 대한 종속관계, 즉 근로계약관계를 조합원의 자격요건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일정한 사용자에 대한 사용종속성에 관한 징표의 충족 여부만으로 노조법상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노조법의 입법목적, 즉 해당 근로자들 사이의 단결권 등을 보장해 줄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충족 여부와 무관하게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여 일단 단체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노조법상 노동조합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조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하는 데 묵시적 근로계약의 존재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므로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지휘·감독의 정도 및 근로자가 독립하여 자신의 위험과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등 주로 ‘업무의 종속성 및 독립사업자성’을 노조법상의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평가요소로 삼아야 한다.”
◯ 노동위원회는 무엇을 판단 근거로 삼았나?
노동위원회는 그러면서 대법원의 그 같은 판단 법리에 카마스터들의 경우를 비추어 이렇게 해석했다.
첫째, (판매인원들은) 사용자(대리점 대표)가 준수하도록 되어 있는 현대자동차의 업무지침, 각종 교육, 업무지도, 판매인원별 판매실적 관리 등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아 노무를 제공하고 있고, 자동차 판매조건, 판매계약서 수납, 고객관리 프로그램, 각종 집기와 판촉물 사용 등 구체적인 업무수행 과정에서도 사용자가 관여하는 정도가 커서 업무종속성이 상당하다.
둘째, 출근시간이 정해져 있고, 퇴근시간 즉 오후5시30분까지 사업장에 복귀하지 못할 경우 해당 팀장에게 보고해야 하며, 휴가 사용 시 사용자에게 통보 내지 보고하는 등 사용자가 사실상 근태를 관리하고 있다.
셋째, 판매사원에게 지급하는 판매수당은 판매사원이 판매한 차량의 대수와 차종별로 정해진 일정 기준에 따라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비록 영업 능력에 따라 판매실적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판매수당은 판매사원이 자동차판매라는 노무제공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므로, 노조법 제2조1호가 말하는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해당한다.
넷째, 판매사원들은 자동차판매라는 노무만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당을 받을 뿐,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하게 하거나,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독립된 사업자로 보기 어렵다.
다섯째, 사용자와 현대자동차 간에 체결한 판매대리점 계약서에는 판매절차, 판매조건 등 업무수행 과정에서의 준수사항들, 카마스터 직급체계, 업무수행상 금지행위, 출·퇴근 시간, 제재조치, 교육에 관한 사항 등 판매사원들이 준수해야 할 사항들이 있는데, 준수여부에 따라 판매사원의 수당 및 판매방식 등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취업규칙에 해당한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취업규칙이나 복무 등에 관한 규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사회적으로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그 적용 여부나 적용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노조법상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여섯째, 같은 이유로 판매사원의 정년이 없고, 사업소득세를 부과하며, 4대 보험 적용이 배제되고 있는 점 등은 노조법상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부차적인 요소다.
일곱째, 근로자성 여부는 노무제공의 실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고, 계약의 형식에 따라 좌우되지 않으므로, 판매사원이 자동차판매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판매실적에 따라 수당이 지급된다는 사정은 노조법상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지난 10월 10일 전주비정규노동네트워크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자동차판매 대리점 카마스터 노동조합 활동은 부당한가? 카마스터는 노동자인가 개인사업자인가?”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수많은 지시를 한다.”
노동위원회 결정문에는 없지만 이밖에도 △대리점협회 지역장의 승인 →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의 승인 → 현대자동차 본사의 최종 결정을 거치는 ‘채용 과정’ △겸업 시 해고 원칙 △외산차 및 타사 차에 대한 판매 금지와 적발 시 강력한 징계 등은 강한 업무종속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할부금융사인 현대캐피탈을 강제하는 것은 사용종속관계를 매우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보통 카마스터는 고객에게 할부금융사의 대출 관련 서류 등 업무를 대행해주면서 할부금융사로부터 인센티브를 받는데, 현대캐피탈의 인센티브는 타사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현대자동차 계열사는 노동자에게는 꿈의 직장으로 불려왔고, 자동차 판매 직영점(영업소)의 정규직 사원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대리점 판매사원은 현대차 안에서도 ‘변두리’로 인식돼왔다. 직영점 노동자, 즉 정규직 판매사원들과 동일한 자동차 판매업무를 거의 동일한 방법으로 수행하면서 판매실적 올리기 압박까지 받는 이중고를 겪으면서도, 기본급커녕 4대보험조차 안 되는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또한 기본급이 없이 완전히 판매수수료만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변동에 의한 생계의 위협이 극심하고, 각종 복리 후생 등의 지원도 전혀 없는 등 열악한 경제적·사회적 지위에 놓여 있다. 따라서 (2014년 대법원의 판결에서 보듯이) 노조법의 입법목적에 따라 단결해 불이익한 처우의 개선을 요구할 수 있도록 인정해줄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 같은 법률적·현실적 필요에도 불구하고, 대리점 대표는 노동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대형로펌을 대리인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카마스터들은 독립사업자여서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카마스터들의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도 노조법상 노동조합이라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금속노조 법률원 박현희 노무사는 이에 대해 “비록 현재 행정소송 중이기는 하지만, 이미 수많은 전국의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현대차 및 기아차의 수많은 대리점 소속 판매사원에 대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을 인정한 바 있다”고 말했다.
박 노무사는 한편 “자동차 판매사원의 1차적 사용자는 대리점 대표라고 보는 게 당연하지만, 원청인 현대자동차 또한 판매사원들에게 수많은 지시를 실제 행하고 있기 때문에 판매사원들에 대한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하는 것이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