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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구태정치 지방정부도 매한가지


... 편집부 (2016-11-23 14: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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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문태성 평화주민사랑방 대표(사진)

지난 10월 27일 전주시는 사단법인 전주시자원봉사센터 창립총회를 언론과 시민들에게 공표하였다. 센터 설립 목적은 ‘자원봉사의 자율성과 공익성을 충족하고 전문성과 종합성을 갖춘 전담기관으로서의 법인을 설립함으로 시민 참여와 창의적 자원봉사활동을 효율적으로 조정·개발·육성함으로 사회문제 해결과 행복한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자원봉사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다.

전주시는 전국 최초로 자원봉사센터 전담부서와 전용건물을 신축했으며, 봉사자 마일리지를 전국 최초로 개발 운영하는 등 전국에서 자원봉사를 선도해낸 곳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3년, 2012년 전국자원봉사 최우수센터, 우수센터로 선정되어 전국에서 배우기 위해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센터이기도 하다. 또한 최근(11월16일)에는 경북 경주 9.12 지진 및 태풍 ‘차바’ 피해복구를 지원해주기도 하는 등 자타가 인정하는 자원봉사센터이다.

이렇게 전국에서 최우수 자원봉사센터로 인정받는 전주시자원봉사센터가 지난 2012년 1월에 취임해 4년여 동안 근무한 센터장 퇴직(2016년 1월) 후 그 자리를 왜 10개월 동안 공석으로 두면서까지 사단법인 자원봉사센터를 설립하려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문제는 없는지 점검해보았다.


▲2016년 10월 27일 사단법인 전주시자원봉사센터 창립총회

첫째, 전주시장의 선거조직으로 이용될까 우려된다.

최근에 불거진 사단법인 전라북도자원봉사센터가 전북도지사의 선거조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전주시가 전북도와 같은 못된 전철을 밟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된다. 더욱이 이번 사단법인 설립이 현 전주시장 뿐만 아니라 이후 또 다른 지자체장에게 반복적으로 악용되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될까 우려되기까지 한다.


▲출처=2016년 10월 12일 전주MBC 뉴스


▲출처=2016년 1월 14일 전주MBC 뉴스


▲출처=2016년 1월 14일 전주MBC 뉴스

더욱이 지난 1월 14일 전주MBC 뉴스는 전·현직 전주시장의 측근이 전주시자원봉사센터에 근무한 경력을 보도하면서, 현 송창대 전라북도지사 비서실장과 현 채주석 전주시장 비서실장을 사례로 보도했다. 당시 뉴스는 전주시자원봉사센터에 근무한 전 송하진, 현 김승수 전주시장이 자신들의 측근을 위한 자리 만들기에 전주시자원봉사센터를 악용하고 있다면서, 센터를 전주시장의 하부조직으로 여기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지탄했다. 시민들의 헌신과 나눔을 실천하는 자원봉사센터에서 조차도 예외가 아닌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출처=2016년 10월 17일 티브로드 전주방송

둘째, 전주시의 법인 설립 명분은 실질적 이유가 아니다.

지난 10월17일 티브로드 전주방송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전주시장은 “그동안 행정에서 지원도 했지만, 관여하던 것들을 가급적 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시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자발적인 시스템을 갖춰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사단법인 설립의 핵심 명분이 자율성과 전문성인 셈이다.

즉, 센터가 잘해왔지만 앞으로 더 전문성과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실상 사단법인 설립만으로 그런 평가에 따른 후속조치를 충족한다는 보장은 없다. 전문성과 자율성이라는 목적은 자원봉사센터의 실질적 운영에서 담보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주시가 전문성과 자율성이라는 두 가지 목적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는 등 세부사업과 프로그램이 마련하지 않은 채 사단법인 설립이라는 형식변경만으로 목적을 달성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사단법인 설립이 곧 전문성과 자율성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는 가능성 높은 대안이라기보다 주장에 가까워 논리적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전주시 관계자는, 지난 2015년 전주시의회 행정위원회가 “자원봉사센터에 집행되는 예산과목이 출연금이 아닌 경상보조금이어야 한다.” “사단법인 설립을 통해 예산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고, 마침 국회의원의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제19조 제2항 삭제로 지자체가 더 이상 직영할 수 없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리하면, 예산 집행의 예산과목 구분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의회의 지적과 아직 국회 소관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도 되지 않은 국회의원의 개정안 발의로, 전주시가 센터를 직영하는 것이 불가능한 시점이 오기 전에 사단법인 설립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출처=전주시 자치행정과-24283(2016.10.14.)호 내용 중

셋째, 전주시 사단법인 설립에 문제가 있다.

전주시 법인설립 계획 공문에서 밝힌 것과 같이 전주시는 사단법인 설립의 주체이다. 그러나 전주시가 추진하는 사단법인은 전주시가 시민에게 또는 의회에 묻는 과정이 없다.
최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 1항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2항이 거론되고 있다. 비슷하게 전주시는 법인 설립시 발기인을 모집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주시가 발기인 전원을 자체적으로 구성하면서, 발기인 구성에 있어 공론화 절차를 생략했다. 이는 시민 참여 기회를 박탈한 문제뿐만 아니라 전주시 행정에 대한 감시체계를 사전에 제어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발기인 구성원 중에는 행정을 감시하는 시민단체 사람은 한 명도 포함하고 있지 않은 점에서도 그 의도가 불순하다.

이는 전주시가 명분으로 내세운 자율성과 전문성은 물론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없는 태도다. 이처럼 전주시는 주민을 중심에 두지 않은 행정으로 자신들의 구태 정치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최근 불거진 박근혜식 ‘자기사람 중심’의 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전주시가 설립하는 사단법인의 설립발기인으로 ‘전주시’가 아닌 전주시 공무원을 내세우며 당연직 이사로 하는 정관을 만든 것도 문제다. 법무부 지침(비영리·공익법인 관리·감독 업무 편람)과 답변에 의하면, 민법에서 정하는 법인의 사원인 발기인(이사)은 자연인이 아닌 단체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전주시가 자체 설립하는 사단법인의 설립발기인(당연직 이사)으로 직접 나서지 않고 공무원을 이사로 하는 것은, 전주시가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사단법인의 각종 권한은 행사하려는 꼼수라고 할 수 있다.


▲출처=2014년 8월 28일 전주MBC 뉴스

실제로 전라북도가 설립한 사단법인 광역자활센터의 사례를 보아도 전주시와 동일하다. 2014년 8월 28일자 전주MBC 뉴스 내용에 의하면, 전라북도가 설립한 사단법인 전북광역자활센터 당연직 이사를 도청 국장이 맡고 있으며, 센터장 심사위원에도 도청 과장이 포함되어 있다. 보도는 이에 대해 “정치권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는 구조, 복지분야 관피아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평가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재검토하려 한다면 방법은 있다.

결국 구조가 문제라는 것인데, 전주시가 발기인 당사자로 나서지 않으면서 당연직 이사로 공무원을 내세워 사단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사단법인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언제든지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은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사단법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구조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법인의 이사가 전주시가 아닌 자연인 공무원일 때, 법무부의 답변처럼 전주시가 설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인 발기인이 사단법인의 권한을 행사할 때 전주시와 센터의 운영권과 법적 권한을 둘러싼 다툼도 예상될 수 있다. 그 또한 전주시의 사단법인 설립 결정과 내용이 매우 우려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밖에도 기존의 전주시 자산인 차량 등 부대설비와 재산의 처리, 자원봉사센터 사업의 민간위탁 기간 및 방법, 기존 직원들의 신분보장 및 인건비 등 예산 지원, 센터에 파견된 공무원의 계속 파견 문제 등은 앞으로도 문제가 될 소지를 안고 있다. 전주시가 현재 추진하는 사단법인 설립 방법은 이런 폭탄들을 함께 넘기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전주시가 더 이상 센터를 직영할 수 없는 시기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또한 명분으로 내세우는 자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현재의 추진 배경이나 과정, 절차 등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시는 이 과정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까? 다시 재검토할까?

참고로, 전주시가 직접 권한행사도 하면서 책임을 질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재단법인 설립이 가능하다. 재산도 기존 센터의 부동산과 부대설비로 가능하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기존에 설립된 다른 법인에게 센터를 위탁 공모하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주시가 사단법인의 이사 당사자로 나서는 방법도 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단법인의 정관 등 내용적으로는 전주시 공무원이 굳이 당연직 이사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더 자율성을 보장하는 길일 것이며, 협력과 지원을 위해 반드시 당연직 이사로 들어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지금이라도 법인설립을 재검토할 요량이라면 시민들의 의견 수렴과 발기인 모집 등 민주적 방법을 시도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하겠다.


▲출처=2014년 실무자를 위한 비영리·공익법인 관리·감독 업무 편람_법무부 발행

(※혹, 사단법인의 이사로 전주시가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이 질의에 대해 행정자치부가 “판단이 불가하다”며 안내한 법무부 법무심의관에서는 “더 검토는 필요하겠지만 가능하다”고 하였다. 또한 전주시가 사단법인 설립계획을 세우고 추진 일정을 모두 담당하였다고 해서, 발기인이 아니면서 당연직 이사로 공무원을 내세운 것만으로 전주시가 설립자라고 할 수 있는지, 또는 없는지, 그래서 법적인 권한이 가능한지 등 법리적 해석은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으며, 행정자치부 민간협력과는 법제처 등 관련 기관과 검토하겠다고 하였다.-글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