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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김사부 같은 교육자가 되기를 원하면


... 편집부 (2016-12-26 11: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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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제원(전주 완산고등학교 사회교사·사진)

“당신이 진짜 진보적 교육자라면 꽃 같이 화려해보이지만 어설픈 정책에 환장하지 말고, 완장 좀 찼다고 거들먹거리지 말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줄서가면서 승진에 목매지 말고, 부단한 연구와 성찰을 통해 교실의 제왕이 될 수 있는 교육적 실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난 22일 교육부는 지능정보사회를 대비한 창의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고등학교에도 대학처럼 학점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등 ‘지능정보사회에 대응한 중장기 교육정책의 방향과 전략’을 발표했다.

정권이 바뀌면 교육제도의 변화는 당연하게 이루어졌고 정권이 바뀌지 않더라도 세부적 시행과정에서 여러 세칙의 변화가 있었다. 교육부의 취지는 항상 같았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세상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사교육비 등 교육적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선택이 아닌 우리 세대의 사명이라고.” 교육청도 다르지 않았다. 단위학교에 적용하는 여러 정책이나 규칙을 정할 경우에 비슷한 이유를 약방의 감초처럼 들이밀었다.

2003년에 교사가 되었는데 정책적으로 변한 것이 여럿이다. 7차 교육과정에서 변화가 있었고 다양한 수업방식을 모색하고 적용해봤으며, 입시제도도 정시중심에서 수시중심으로, 수시도 논술에서 학생부로, 학생부도 학생부 교과에서 종합으로 계속 바뀌었다.

금년 봄에는 알파고가 바둑천재 이세돌 입신 9단을 이기자마자 갑자기 알파고 교육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그 흐름에 적응하지 않으면 세상이 절단날 것처럼 보였으며, 따르지 않으면 교육적 과오를 범하거나 뒤처지는 미개인적 취급을 받을까 두려운 느낌을 갖게 했다. 인공지능이라는 말은 모든 교육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것처럼 보이는 전가의 보도가 되었다.

그런데도 교육은 여전히 많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받고 있으며 실제로도 상당한 문제를 갖고 있다. 교사, 학부모, 학생, 시민단체, 정치권을 포함해 진보도 보수도 여전히 불만이다.

이처럼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우리가 불만족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교육당국이 발표한 각각의 정책들을 놓고 보면 긍정적인 측면이 상당한데도 정책에 대한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로는 정책적 불완전성에 따를 수 있고 새로운 정책이 안착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데 있다고 본다. 정책의 변화에 관계없이 지금까지의 관성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교육계 내부의 고루한 사고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는 까닭이다. 교육청, 교장, 교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가르치는 것과 관련된 그들이 교육과정이나 평가과정의 변화에 무관하게 개인의 독단적 방식을 고집하거나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체화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상황에서 교실의 변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 기존의 음식이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지 못해 새로운 음식을 개발해 보급하려고 하는데 그 음식의 조리법을 익히려고 하지 않거나 새 음식과 무관하게 기존의 음식으로 밥상을 차리는 경우에 우리의 지적 영양 상태는 개선되지 않는다.

이러한 경향은 초중고 현장에서 ‘학문연구’에 대한 매우 잘못된 세계관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문연구는 대학교수들이나 하는 것이며 교육 관료나 교사들은 그것과 무관하게 단지 주어진 것들을 수동적으로 가르치거나 적용하면 자신의 역할을 다한 것으로 간주하는 우상적문화가 교육계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나아가 그런 연구는 더 상위의 사회적 지위를 위해 승진하려는 부류에게 해당되는 것이지 장학사, 교장, 교감, 교사와 무관하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국가가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를 교육현장에 적용시키려고 해도 시큰 둥 하다. 전교조나 교총 등 교원단체나 교육청 및 교육정책연구소등 교육조직에서 새로움을 대하는 자세도 아주 문제가 많다. 그들은 기존의 시각으로만 새로움을 이해하려고 한다. 새로움의 사실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새로움을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재단하고 평가함으로써 조직적 집단적 이익의 유무만 바라본다.

물론 그들도 근사한 말잔치를 벌이지만 내실은 없다. 잘 차려진 밥상처럼 보이지만 먹을 것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그것들을 수용할 집단지성적인 성찰에는 큰 관심이 없으며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주는가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

더 큰 문제도 있다. 정책을 개발하는 주체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움을 현실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새로움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 현실과의 조화를 고려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은 거의 없다. 즉 지금의 현실의 문제점을 해결해보려는 정책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에 항상 현실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개량종도 땅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더 기가 막힌 현상도 있다. 교육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이 오히려 교육문제를 악화시키거나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인 경우도 많다. 전북처럼 ‘기초학력미달자’가 전국적으로 최대에 가까운데도 순전히 정치적인 권력 유지를 위해 보통학력 이상의 학생들에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참학력 이나 배움의 공동체와 같은 상위의 교육정책을 무리하게 안착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것도 정책추진의 주체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선전과 포장에만 열을 올린다. 심하게 표현하면 광고하지 못해서 안달이다.

그러니 다양한 교육정책의 신상품이 나와도 현실은 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세계로 가는 경우가 많다.

교육부의 이번 정책도 학생들의 사고력, 문제해결력,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한다. 전북교육청도 올해 사고력, 문제해결력,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참학력을 추진하고 교육현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난리를 피웠다. 그런데 전북교육청이 주장하는 참 학력은 실체가 없다. 정책이라면 평가가 필요한데 평가결과도 없다. 좀 자극적으로 말하면 위선적이게도 그것을 추진하거나 동참하는 당신들은 자신의 아이는 1등 사교육 학원에 버젓이 보내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하는 초등성장평가제가 앞으로 기초학력 미달자를 지금보다 보다 많이 양산할 것이라는 점은 말할 필요가 없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이런 점이다. 좋은 이야기들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어떤 것이 좋은 것이냐고 물어봐도 대충은 말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교육현장에서 교육청이나 교장, 교사가 진짜로 할 수 있는가이다. 최근 가장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좋은 의사의 기준을 말하듯이 정말로 좋은 교육자가 되려는 그 누군가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꽃 같이 화려해보이지만 어설픈 정책에 환장하지 말고, 완장 좀 찼다고 거들먹거리지 말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줄서가면서 승진에 목매지 말고, 부단한 연구와 성찰을 통해 교실의 제왕이 될 수 있는 교육적 실력을 갖추도록 노력하는 교육자가 되시라고.”


▲출처=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