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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 올해도 천사 선행


... 고수현 (2016-12-28 14:43:19)

12월 28일 오전 11시 8분.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중년 남성의 목소리로, 통화 내용은 “주민센터 뒤 공원 나무 밑에 있으니 가져가시고, 어려운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딱 한 마디였다.

주민센터 직원들이 이 남성과의 통화내용에 따라 주민센터 옆 기부천사쉼터를 찾아가보니 화단에는 A4용지 박스가 놓여 있었고,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과 1만원권 지폐 다발, 동전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이 들어 있었다. 금액은 모두 5,021만7,940원으로 집계됐다.

천사가 남긴 편지로 보이는 A4용지에는 컴퓨터로 타이핑한 큰 글씨체로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든 한해였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이라는 선물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혀있었다.

얼굴 없는 천사가 보내준 이 성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통해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중노2동주민센터에 보낸 뒤 사라져 불리게 된 이름으로, 해마다 성탄절을 전후로 남몰래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목소리가 40~50대 남성으로 추정된다는 사실 외에는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천사가 올해로 17년째 총 18차례에 걸쳐 몰래 놓고 간 성금은 총 4억9,785만9500원에 달한다.

이처럼 해마다 이어지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전국에 익명의 기부자들이 늘어나게 하는 ‘천사효과’를 일어나게 했다.

전주에서도 이러한 천사효과로 인해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이웃 나눔을 실천하는 자원봉사자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밥 굶는 아이 없는 엄마의 밥상’ 등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각종 복지사업에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지 않고 후원에 참여하는 천사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