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중서. 평화바람 활동가)
국가안보에서 인간안보로
안보(安保). 다른 나라의 침략이나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주권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 이를 위해서는 군사력뿐만 아니라 경제적 수단과 외교력도 필요하다. 정말로 국가를 보호하고 국민을 평안하게 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정치인들과 정부의 고위층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사회는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 난 후 안보라면 무조건 군사력만 이야기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무기의 도입, 한미동맹의 강화 등의 주된 논거가 국가안보다. 이런 군사적 안보는 낡은 시대의 유물과 같은 사고다. 세계는 급변하고 있고 급변하는 세계는 새로운 학설과 이론으로 중무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사회는 아직도 과거의 개념에 머물러있는 듯하다.
현대사회의 안보는 인간안보(人間安保)를 중시하는 추세로 전환하고 있다. 인간안보
(매경시사용어사전 발췌)는 1994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1994년 펴낸 《인간개발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되었는데, 소극적 평화
(소극적 평화는 강자가 폭력으로 약자를 억누름으로써 유지되는 평화, 비판적으로 말한다면 평화유지를 명분으로 약자의 저항을 억누르는 폭력(Pax Romana, Pax Americana)이 소극적 평화이다. 다음백과사전 발췌) 개념인 국가안보를 넘어선 적극적 평화 개념을 지칭한다. 이는 한 국가의 경제, 군사적 우위를 잣대로 삼는 국가안보 개념과는 상반된 개념이다.
과거와는 달리 현재 개별 국가를 위협하는 요소는 곧 세계 전체의 문제로 직결된다. 점점 많은 사안들이 모든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해결 가능한 것이 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시대에 개인은 평화와 질서, 경제활동의 확산, 오염 방지, 지구온난화 억제, 질병 제어, 군축과 비핵화, 생태계 보전 그리고 부패 방지 등 가능한 모든 목적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권보호, 여성권 향상, 지구오염 방지, 핵확산 금지 등 많은 이슈들이 세계 공통의 관심사로 다뤄졌고 해결되고 있으나, 이러한 산물은 보다 안전한 지구를 만들기에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문제는 현시점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배치를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정서가 전자의 안보개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보편적으로 인간안보의 개념을 사용했고 또 그렇게 인식되었다면 지금 같은 상황을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 미래, 국방부에만 맡길 수 없다
얼마 전 TV에서 대통령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을 한명씩 불러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다가 어처구니없는 현상을 목격하게 되었다. TV프로그램의 고정패널이 후보에게 “안보가 먼저인가? 경제가 먼저인가? 하나를 선택하세요.”라고 묻자 후보는 1분의 망설임도 없이 “안보!”라고 답하는 장면이었다. 당시 사드 배치에 대한 대권후보간의 의견이 달랐던 가운데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후보의 입장에서 당연한 대답일 수 있다. 그런데 그 후보는 경제학박사이며, KDI
(한국경제의 발전과 선진화를 위해 1971년 설립된 대한민국 최고의 싱크탱크. 국내 최초의 사회과학분야 종합정책 연구소이기도 하다. 다음백과사전 발췌) 선임연구원 출신이다. 그런 후보가 안보와 경제를 분리해서 사고하고 있고, 그것이 우리 사회의 지도층(엘리트)들의 일반적인 사고다.
사드의 효용성에는 문제가 있다. 한국 전체를 방어할 수 없으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북한의 미사일은 고도 15km 상공 이상을 통과하여 서울 등 주요 도시를 폭격할 수 없는 기술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한계가 있는데 한국정부는 사드배치를 위한 준비 1단계인 사드 부지(경북성주 롯데CC)를 제공하였다. 사드 부지 제공 확정 후 미국은 발 빠르게 평택 오산미공군기지(미 제7공군 사령부)에 사드 발사대를 들여왔다. 박근혜 파면 후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에 사드 배치를 위한 사전단계를 마무리하고 싶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고, 한국정부 특히 국방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다.
지금까지 정부와 언론에 사드의 필요성과 효용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국방부는 안보를 위해 모든 것을 비밀로 취급(비밀원칙주의)하며 처리해왔다. 그 결과 한미 당국의 협정은 없었고, 협약서도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드는 한국사회에 어떤 미래를 제공할 수 있는가라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국민들의 미래를 국방부 독단에 맡겨서 안 될 일이다.
경제와 정치, 이분법으로 보면 안돼
대한민국은 수출주도형 국가다. 수출을 통해 달러 등 외화를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다른 재화들이 한국사회 전반에 유통되는데, 국방부는 이를 부정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국방부가 사드를 배치하고 싶으면 먼저 사드의 효용성을 검증해야 하며, 이후 국민의 대표가 있는 국회에서 논의를 하고, 국회비준을 통과하는 것이 당연한 주권국가의 형태이다. 지금 국방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사드 문제가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 것 중 하나가 중국과의 경제였다. 2016년 기준 한국의 중국과의 경제를 보면 연간 수출의 26%, 수입의 21% 그리고 무역수지 흑자의 6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은 수출의 4.3%와 수입의 9.7%를 한국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 수를 보면 1700만명 중 약 800만명 정도가 중국인이었고, 2위 관광국인 일본(220만명)의 약 4배에 달한다. 면세점 매출의 72%가 중국인 관광객을 통한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차이나머니가 한국에 유입되고 있는 셈이다. 사드 배치가 확정되고 중국 단체관광객은 0%로 전락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으며, 대구 등 경상북도의 수출사업장이 통관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은혜와 원수에 대한 세계관이 뚜렷하기로 유명한 국가이다. 원수는 한시도 잊지 않고, 은혜를 보답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사드를 배치하게 되면 중국의 경제보복은 불을 보듯 뻔하며, 이로 인한 한국경제의 전망은 전문가 누구도 쉽게 예상을 할 수 없을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참고 한미동맹과 군사력에 의지한 안보로 한국사회를 지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과 정치의 분리와 이분법적 사고로 인해 내전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
(2014년 발생한 우크라이나사태. 경제는 러시아에 종속되어 있고 정치가 서방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러시아계(서부지역)와 우크라이나계(동부지역)의 대통령 선출과 이후 과정에서 발생한 사태. 현재도 진행 중.)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래를 위한 선택
한국은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군사력은 미국의존도가 높고, 경제는 중국의존도가 높은 국가이다. 국가의 군사적·경제적 토대를 무시하는 극단적인 선택은 없어야 한다. 사드 배치를 진행하는 것은 군사력에 의지한 일방통행임을 정부(국방부)관계자와 정치인들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제를 잃어버리면 한국의 미래 또한 잃어버리는 것이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가 국회비준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경제가 달려있는 중대한 사안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회가 비준을 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국방부는 지금까지 사드 배치를 위한 한미실무자협의 내용을 공개해야 하며, 앞으로 사드를 배치하게 될 경우 사드의 위해성과 안전성, 효용성 등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힘 싸움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이 수출주도형 국가로서 잘 버텨내면서 경제성장을 하려면 두 국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미래를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말고, 외교와 협력으로 지금의 위험한 과도기적 시기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드 지도. 출처=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