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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공약과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행복한 사회


... 편집부 (2017-04-03 09: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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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유미)

예능육아가 인기를 끈 지 오래다. TV 채널을 돌리면 아빠들이 아기를 돌보는 프로그램을 쉽게 볼 수 있다. 아기돌보는 일은 엄마만의 일이 아니고 아빠도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러워진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게 느껴지는데,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이 극히 드물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여전히 육아는 여성들에게 맡겨져 있다.

여성들은 독박육아 부담을 덜고, 남성들은 육아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이를 위해 대선주자들이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남성육아휴직을 늘리기 위해 육아휴직 급여수준을 높이고, 남성에게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쓰도록 유도하는 등의 정책들이다. 또한 육아기 노동자들이 장시간 근로를 하지 않도록 야근을 규제하거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있다.

한편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정책과 동시에,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공약도 함께 나오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은 대선 시기마다 단골로 등장하지만 실질적으로 추진되지는 않는 정책 중 하나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에 대한 요구가 높은 만큼 말잔치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보육예산 운용기조부터 바뀌어야 한다. 현재 보육예산의 85% 이상이 현금지급으로 사용되고 있다. 0세부터 5세까지 무상보육이 실시되고 있지만, 어린이집 비용을 국가가 부모 대신 지급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인프라는 민간시설이 대부분이고 시설 이용료로 예산이 쓰이고 있기 때문에 공공보육시설을 확충하는 데 여력이 없다. 보육예산을 확충하는 한편 보육인프라를 공적으로 확보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보육시설 비용을 지급하는 현재 보육지원 방식을 넘어서 보육시설 자체를 공공으로 바꿔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부모들이 보육시설에 보내는 불안한 마음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시설은 이윤추구가 목표기 때문에 보육교사가 시달릴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보육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보육교사 한 명이 최대한 많은 아이를 한꺼번에 오랫동안 돌봐야 한다면, 아이들 하나하나에 신경 쓰기 어려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민간시설에서 보육교사의 노동조건이 열악해지는 구조를 무시한 채, CCTV를 달아서 감시하겠다는 접근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보육교사들의 인격과 자질의 문제가 아니라 보육노동 현장의 문제로 접근해야 올바른 해법이 나온다. 보육교사 당 아동 수를 낮추고, 보육교사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환경을 마련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의 시작은 육아를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로 인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개별가족에게, 특히 여성에게 전가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이 필요한 일로 여겨질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돌보는 사람을 존중하고 그 노동의 대가를 인정하는 만큼 아이들도 소중하게 키워질 수 있다.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