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LOGO
최종편집: 2025-05-12 09:57:27

학교 없는 세상을 꿈꾸며


... 편집부 (2016-09-18 23:16:51)

IMG
(그림=이규홍)

정신이 하나도 없다... 시끄럽다... 미친놈들 아냐?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들이람…….
평범한 사람들이 뉴스나 신문을 보다 내뱉을 법한 말들이다. 나의 바람과 동떨어지게 변해가는 세상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범인들의 마음은 불편하다. 세상의 중심에서 한걸음 떨어져 지켜보던 그들은 세상을 향해 잠시 열었던 창문을 이내 다시 콕 닫아버리기 일쑤다. 그렇게 사람들은 변화 앞에서 무기력해져 뒤로 물러나거나, 무심한 방관자가 되거나, 살아남기 위해 점점 더 독종이 되거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제 세상은 시끄러운 걸 넘어서 불안과 위험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러다간 무기력한 부류건, 독종들이건 상관없이 모두가 찍소리도 못 내고 당할지도 모른다. 부정부패에, 경제 불황에, 동서남북 핵의 위협에, 게다가 이젠 땅까지 흔들린다. 어디 피할 곳도 없는데.

세상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거야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니 으레 그러려니 하면 그만이다. 여태껏 그렇게 살아왔다. 피하고 싶은 것, 보고 싶지 않은 것, 듣고 싶지 않은 것들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대충 잘 살아왔다. 그런데 왜? 뭐가 문젠데?
우리의 아이들, 그 아이들은 제대로 된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폭력적인 자본의 팽창과 그로인해 발생하는 중력파, 그에 따르는 시공간의 왜곡으로 생긴 우리 사회의 여러 부작용들에 대해선 모두가 알고 있으니 넘어가자. 이제는 그 부작용들을 누가 나서서 어떻게 해결할까에 초점을 맞출 때이다.

누가, 어느 장소에서, 누구에게 진실을 말해야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주정뱅이가 전봇대를 붙들고 앉아 지나가는 개에게 진리를 설파한다 한들 무엇이 남겠는가. 설령, 진리의 말씀이 온천지를 메운다 한들 들을 귀가 없는 고집쟁이에다 욕심쟁이인 어른들은 어차피 듣지 못한다. 들었다 해도 내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못들은 걸로 치고 만다. 아니, 안 들은 거다.

선생이, 교단에서,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해야만 세상은 바뀔 수 있다.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산업화가 시작되던 시기에 공장에서 생산력을 갖춘(읽고 쓰고 셈을 할 줄 아는) 일꾼을 키워내기 위해 근대의 학교라는 제도가 시작되었다는 점에는 다들(?) 동의한다. 이렇듯 의도자체가 불순했기에 지금껏 학교제도의 유지와 전개과정 또한 몹시 불순했다. 자율과 자유, 왜? 라는 의문과 질문, 개성, 다양성... 이것들은 대체로 학교가 싫어하는 낱말들이다. (물론 겉으로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학교라는 제도를 물어뜯기에 앞서 먼저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언필칭 ‘교권’이다. 교권? 웃기는 소리다. 교사의 인권이라면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세상에 교권이라는 게 있기는 한 개념인가? 학생의 배울 권리야 당연히 인정하지만 교사의 가르칠 권리라는 건 세상에 없다. 게다가 가르치는 내용이 진실과 거리가 먼 헛소리라면 더더욱. (그러니 교권을 기반으로 한 주입식, 획일적인 교육은 일단 아웃!)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내용이 아이들이 스스로 설계하고 가꾸어 나가는 삶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교단에서 열을 올려 가르치는 지식이 한 사람의 주체적인 삶에 어떤 식으로 소용이 되는 것인지를 자신부터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학생들이 매일매일 밑줄 그어가며 달달 외워대는 그 지식이 앞으로 살아갈 삶의 어느 순간에 왜 필요한 건지를 배우는 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배움은, 지식은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지 무엇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알고 있다. 대학을 가기 위해? 취직을 하기 위해? 그런 공부는 필요한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지 학교에서 단체로, 강제로 등수 매겨가며 시킬 공부는 아니다.

그런 왜곡된 교육의 결과를 보라. 인류가 수만 년을 지켜왔던 소중한 가치들이 이리저리 발로 채이고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고, 젊은이들은 자신의 삶이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런 현실이 힘에 겨워 제 목숨을 스스로 끊는 아이들이 한 해에 500명이 넘는다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결국 자기 삶을 온전히 세우는 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회가(자본이) 요구하는 지식으로만 머리를 꽉 채운 그들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이제 우리가 꼭 필요하다고 여기며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아이들은 자의반타의반으로 자기의 삶에서 밀려나 방관자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가 매일 목격하고 있는 현실이 그 증거가 아닐까? 그러니 거기에 발을 담그고 배움을 왜곡시키고 있는 교사들과 교육업계 종사자들이 (본의는 아니겠지만) 세상을 망치고 있는 주범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학교가 없어져야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교의 건물과 시설만 남기고 다 바뀌어야 한다. 사람살이에 하등 도움 안 되는, 삶과 유리된 배움을 강요하며 헛지식을 팔던 교사들이 자신들의 무능과 잘못을 인정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낸(혹은 어쩔 수 없이 수행하고 있는) 잡스런 교육과정이 사라져야 한다.

책으로 배운 지식을 책으로만 가르칠 수 있는, 자신의 힘으로는 먹고 사는데 필요한 아무런 일도 스스로 할 수 없는 무능한 자들이 아이들 앞에서 선생입네 하며 거드름을 피우는 것도 모자라 아이들에게 공부하지 않으면 거지신세를 못 면한다고 으름장을 놓는꼴을 더 이상 안 보았으면 한다. 그런 선생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 학교의 순기능은 없다. 그런 학교가 사라지면 성적 때문에 비관하고 경쟁 때문에 사람사이의 관계와 소통을 잃고 괴로워하던 아이들이 세상을 등지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학교는 아이들이 꿈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어야 한다. 사람살이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어야 한다. 각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교사와 어른들이 아이들 각자가 저마다의 필요에 의한 배움을 곁에서 도울 수 있으면 족하다. 백 년도 안 되는 현대학교의 역사 이전엔 모두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배웠고 자연과 이웃과 더불어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워왔다.

어디에 속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자본의 노예가 되지 않아도, 자신의 힘만으로 당당하게 삶을 가꾸어 나가는 젊은이들을 보는 건 생각만으로도 참 기분 좋아지는 일이다. 세상은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 교단 위에서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는 선생님들이여! 당신들이 먼저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더 이상 아이들 앉혀놓고 사기 치지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