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유미)
곧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될 박근혜대통령은 후보시절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첫 여성대통령으로서 여성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 힘쓰겠다고 했으나 오히려 후퇴를 낳았다는 평가가 전반적이다. 특히 여성노동 측면에서 낙제점이다. 성별임금격차는 2012년보다 더욱 벌어졌으며, 여성 5명 중 1명은 저임금 시간제로 일하고 있을 정도로 여성 시간제일자리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경력단절 문제도 개선되지 않고 있고, 워킹맘이 과로사할 정도로 여성들에게 일 가정 양립의 무게가 무겁다.
이러한 결과는 예견되었는데 박근혜 정부 정책들이 여성노동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더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여성노동자 상당수가 출산육아로 30대에 경력단절을 겪게 되고, 이후에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된다. 따라서 경력단절을 예방하기 위해 공공보육을 확대하고, 비정규직과 같은 법률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의 휴직이 보장되어야 한다. 동시에 경력단절이 발생하더라도 저임금 비정규직이 아닌 제대로 된 일자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여성 집중 직종의 심각한 저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저임금 비정규직의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비정규직 확대를 규제하는 것이 여성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반대로 갔다. ‘여성을 위한 일자리’라는 이름을 내걸고 저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양산했다. 경력단절 여성에게 가정을 돌보면서 돈도 벌 수 있다며 여성을 위한 정책이라고 선전했지만, 여성을 저임금으로 부려먹기 위한 명분일 뿐이었다. 저출산 대책도 유사하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못해 안정적 수입이 없어 결혼을 미루거나 못하는 실정이니, 청년 일자리를 확대해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파견법 확대와 중장년층의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임금피크제로 청년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주장은 검증된 바가 없고, 청년들에게 필요한 일자리는 파견직과 같은 비정규직이 아니다. 게다가 경력단절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젊은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 기피의 원인이 되는 현실이다. 출산육아로 일을 쉬었다가 재취업하더라도 안정적 수입과 고용이 보장되는 일자리가 필요한데, 저출산대책은 여성노동조건 개선은커녕 전반적 노동조건 하향화를 조장하는 정책이다.
정부의 여성정책은 크게 세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출산률 하락으로 노동인구가 감소하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여성고용율을 높이려는 일자리정책, 둘째 여성경제활동 참여로 발생하는 돌봄노동 공백을 채울 사회서비스 정책, 셋째 출산률을 높이기 위한 보육지원과 육아휴직 장려 정책이다. 그런데 여성정책을 관통하는 문제는 여성노동이 저임금으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고용율을 높이기 위해 제시되는 대표적 정책은 시간제 일자리다. 앞서 지적한대로 시간제일자리는 저질 일자리로 악명 높다. 사회서비스 정책 역시 문제인데 종사하는 대다수가 여성들이고 노동조건이 심각하게 열악하다. 이는 출산 독려를 위한 보육지원과 휴직확대 정책이 실효가 없는 이유가 된다. 여성노동이 저임금으로 활용되는 조건에서 젊은 여성들은 출산과 육아를 선택할 여력이 되지 않기도 하고, 가뜩이나 어려운데 출산육아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인용과 조기대선을 앞두고, 대선 주자들이 앞 다투어 여성관련 공약을 내고 있다. 주로 육아휴직 기간과 소득을 보장하거나 대상을 남성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물론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들의 육아휴직 보장과 남성으로 육아를 확대하려는 시도는 필요하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와 같은 실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여성노동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여성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으로 시작하여 여성정책 전반을 뜯어고치는 것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