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대성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
7일 오전 전주 서노송동 엘지유플러스 고객센터 앞에서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현장실습을 나가 일하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홍양(19)의 죽음을 애도하고 관련기관에 철저한 진상파악과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박대성 위원장이 맨 앞줄에 섰다. 박 위원장은 홍양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소망하면서 “외주화된 위험으로부터 파생된 죽음과 고통의 나쁜 일자리들이 없어지는 한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박 위원장의 발언 내용이다.
“먼저 돌아가신 홍◯◯ 학생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유가족 분들께도 조의를 표합니다. 지역사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이러한 ‘위험의 외주화’ 문제, ‘외주화된 위험’으로부터 파생된 죽음과 고통의 나쁜 일자리들이 없어지는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습니다.
희망연대노조의 조합원들은 주로 방송통신기술서비스 노동자들과 콜센터노동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처음에 콜센터 노동조합 조직을 위해 노동자들을 만났을 때 케이티콜센터, 케이블티비 티브로드, 그리고 씨앤엠의 콜센터,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엘지유플러스 콜센터노동자들을 만났을 때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깜짝 놀랐습니다.
80~90년대 얘기가 아니라 불과 2~3년 전 얘기입니다. 콜센터노동자들은 닭장에 갇혀있는 듯 한 노동조건에서 일합니다. 팀장의 모니터에는 각 상담사들이 언제 자리를 이탈했는지 초 단위로 계산이 됩니다. 그리고 제일 큰 벽면에는 각 상담사들의 그날의 콜 실적들이 실시간으로 올라갑니다. 그래서 경력이 있든 없든, 경력이 있다하더라도 다른 콜센터에서 이직해온 노동자들은 그 회사 콜센터에 맞는 상품을 숙지하기 위해서 계속 공부를 해야 되고, 이 콜 수를 못 채우면 퇴근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하루 할당량 콜 수를 채우기 전까지 퇴근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매시간 체크되는 이석(離席) 때문에 물을 마시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화장실 가는 시간을 가지고도 갈구기 때문입니다. 관리자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아니,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댄데 우리가 화장실을 못 가게 했느냐?”라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당신 몇 시 몇 분부터 몇 시 몇 분까지 오늘 왜 그렇게 이석이 잦아요? 그러니 콜 수가 안 나오는 거 아니에요?”라는 한 마디에 무서운 게 아니라 더럽고 치사해서 “그래, 내가 물 안마시고 화장실 안가고 콜 받겠다!”라는 마음으로 일하는 곳이 이 콜센터 노동입니다.
아마 돌아가신 홍◯◯ 학생도 그런 부분에서 엄청난 심적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경력자들도 새로운 상품 하나 나올 때마다, 고객들한테서 모르는 질문 나올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전화를 받는데, 이제 막 들어온 신입사원이 얼마나 더 심한 가중적인 압박을 받았겠습니까! 전반적인 콜센터의 이런 비인간적인 작업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세밀하게 들어와서 엘지유플러스를 보겠습니다. 엘지유플러스 콜센터 뿐만 아니라 현장기사 노동자들도 전주(電柱)에 올라가서 떨어지고 감전되고, 옥상이나 벽을 타면서 인터넷과 통신케이블을 설치합니다. 그러다가 떨어져 다치거나 죽더라도 결국은 또다시 엘지유플러스 원청은 “우리와는 아무런 관계없는 하청의 얘기일 뿐이다. 하청사장한테 가서 따져라”라고 얘기합니다.
엘지유플러스 협력사 협의회 대표라는 이가 서울에 강북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미래창조과학부에서 “협력업체에서 도급기사를 쓰는 것은 정보통신공사업법 위반이다”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그런데도 버젓이 도급기사 채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반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또 다른 죽음을 막을 수 있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곳 뒤에 보이는 엘지유플러스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회사가 엘비휴넷입니다. 엘지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손자인 구본완씨가 대표로 있는 걸로 압니다. 2009년 자본금 10억으로 시작한 회사가 2015년 매출액이 900억이 넘었습니다. 그렇게 발전할 동안 이 안에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생존권은 무시돼가고 결국 그들을 쥐어짠 성과가 회사의 성장으로만 이어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위험의 외주화, 아니 외주화되었기 때문에 위험해진 이런 일자리를 바꿔내는 싸움으로까지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공대위와 함께 저희 희망연대 노동조합도 끝까지 이 문제 해결과 진상규명을 위해서 함께 하겠습니다.”

▲7일 오전 전주 서노송동 엘지유플러스 고객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홍양의 죽음을 애도하는 뜻으로 헌화와 함께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