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LOGO
최종편집: 2025-08-21 11:10:43

숨진 홍양이 겪은 엘지유플러스 고객센터


... 문수현 (2017-03-08 18:42:34)

전주 엘지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지난해 9월 8일부터 올해 1월 19일까지 5개월여 동안 일하다 숨진 고(故) 홍◯◯ 학생은 어떤 노동조건에서 일해왔고 이를 어떻게 견뎌왔던 것일까? 노동부, 교육청 등이 진상파악에 늑장을 부리는 동안, 노동·시민단체들이 나서 증거와 증언을 수집했다. 언론에서도 다양한 증언들을 취재해 보도했다. 이를 종합해본다.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까지>

홍양의 죽음이 신병에 대한 개인적 비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가혹한 업무 환경이 불러온 것이라는 정황들이 있다.

홍양이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날은 1월 23일 월요일, 사망일은 22일 일요일이다. 앞서 홍양은 19(목)일 SNS에 “내일도 회사를 가야되는구나 아”라는 깊은 탄식을 남겼다. 홍양은 이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손목을 그었다. 가혹한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서였다. 병원에 옮겨진 뒤에도 “나 회사 그만두면 안 돼?”라며 가족들 앞에서 울먹였다.

다음날인 20(금)일에는 출근도 하지 않았다. 이어 일요일인 22일 전주의 한 저수지 부근에서 친구와 어울리다 헤어졌고, 이날 다른 친구에겐 “죽어버리겠다”는 내용으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홍양이 숨진 날이다.

홍양의 부모는 딸이 고객들의 폭언은 물론 상사들의 면박과 질타, 잦은 연장근무, 실적에 대한 압박 등으로 고통스러워했다고 말했다. 부모는 딸이 왜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렸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싶어 한다.

이에 대해 엘지유플러스 고객센터 운영업체인 엘비휴넷 관계자는 “홍양은 일도 잘하고 밝은 학생이었다”며 “실적 압박이나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죽음을 선택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베일에 가려진 노동조건>

홍양이 수습 3개월을 포함해 5개월 남짓 동안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일해왔다는 정황들이 있다. 하지만 고객센터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홍양과 학교, 회사 3자가 체결한 2016년 9월 2일자 현장실습협약서에는 현장실습수당 명목의 월 급여가 160만5000원으로 돼 있다. 하지만 9월 8일 홍양과 회사가 체결한 근로계약서에는 3개월 수습기간 113만5000원~125만5000원의 기본급이 책정돼 있고, 4~6개월 133만5000원, 7개월차 이후 134만5천원이 기본급이다. 홍양이 실제 통장으로 지급받은 월 급여는 2016년 11월 116만여 원, 12월 127만여 원, 1월 137만여 원이다. 4대보험료를 포함하더라도 1월의 급여는 150만원 정도다.

성과급 제도가 있지만 1월에 거둔 영업실적에 대한 성과급을 3월에 지급하는 방식이어서 2월에 퇴직하면 성과급을 아예 받을 수 없었다. 홍양도 기대했던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속상해했었다고 가족들은 기억했다.

현장실습협약서에는 1일 7시간 근무, 초과근무는 1시간 한도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근로계약서는 “을은 업무의 특성 또는 업무량에 따라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를 하는 데 동의한다”는 강제규정을 두고 있었다. 실제로 A양이 하루 8시간 넘게 근무한 날이 많았다는 게 주변인들의 증언이다.

심지어 수습기간이던 지난해 10월에도 저녁 7시가 다 돼서야 퇴근한 것으로 보인다. “언제 와?”라는 아버지의 문자메시지에 “회사야. 콜 수 못 채웠어...데리러 와. 배고파...방금 끝났어”라는 답장을 6시52분에 보냈다.

콜센터 상담노동자들은 그날 할당된 콜 수를 다 채우기 위해 저녁 7시까지 전화예약을 잡아놓고 업무를 한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고객센터 운영업체인 엘비휴넷은 초과근무, 부당한 임금계약 등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의혹들을 모두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강문식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민주노총 전북본부 교육선전부장)은 “지금까지 재직자들과 퇴직자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의 증언들 수합해왔다”며 내용을 소개했다.

다음은 강문식 위원장의 발언 내용.

“고객센터 측은 계속해서 자기들은 6시면 다 퇴근시켰다고 주장합니다. 거짓말입니다. (기자회견) 자료에도 첨부했습니다. 바로 어제, 6일 저녁 7시에 사무실을 살펴봤습니다. 불이 다 켜있고 사람들 다 남아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뻔뻔하게 거짓말하고 있습니다. 퇴직자들과 재직자들 모두 “6시 퇴근?”이라며 코웃음칩니다. 매일 노동자들에게 할당된 콜 수를 다 못 채우면 예약을 걸어놓고 6시에 이후에 계속 전화를 돌립니다. 그렇게 해야 콜 수를 다 채웁니다. 콜 수 못 채우면 임금이 깎입니다. 매일매일 팀별로 할당된 실적이 있다고 재직자들이 증언해주고 있습니다. 못 채우면 남아서 소위 ‘공부’를 시킨다고 합니다. 이 성인 노동자들에게 무슨 깜지쓰기 하고 무슨 공부시키는 것이 이 업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가입상담부서 기술지원부서 심지어 해지방어부서에서도 상품판매 목표치가 있습니다. 상상해보십시오. 상품해지하겠다고 전화한 고객에게 상품을 팔아야 됩니다. 그렇게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그렇게 해서 판매한 상품 양에 따라 성과급 인센티브 줘야 됩니다. 그런데 이것도 제대로 주지 않았습니다. 2014년 자살한 노동자가 이 내용도 유서에 남겼습니다. 퇴직하면 성과급 제대로 안 준다고요. 현재 재직자들과 퇴직자들의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안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홍양도 성과급을 결국 죽어서도 받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