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우리 지역 국립대학 역사교육과 학생부 교과(일반전형) 합격자 가운데 수학 선택과목인 확률과 통계 과목의 수능 성적이 7등급이지만 합격한 학생이 있다. 해당 학과 수능 최저등급은 모집 단위별로 반영하는 수능 4개 영역(국어, 수학, 영어, 탐구) 중 3개 영역 등급 합이 10등급 이내였다.
일명 ‘수포자’에 해당하는 저조한 수학 성적을 가진 학생이지만, 학생의 다른 영역 성적은 3, 3, 3.5등급 3개 영역 합이 9.5등급으로 해당 학과가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여 합격했다.
참고로, 학생부 교과 전형은 고교 3년간 정량적 내신성적을 1차 선발 기준으로 한다. 다만 대학과 학과에서 요구한 수능 최저등급을 충족한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다. 최근 전북 지역 고등학교 학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수능 최저등급을 충족하는 학생이 꾸준히 감소하는 현상을 언급하기도 한다. 해당 학생의 내신성적은 4.*등급이다. 같은 최저등급을 요구했던 2020, 2021학년도 합격선이 2.*등급이었던 점에서 볼 때 일부 사실이기도 하다.
위 사례 학생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했다면 2019학년도 입학생에 해당한다. 2015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학생이다. 2015 교육과정에서는 기초 과목에 해당하는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은 필수 이수 단위로 10단위를 요구한다.
일반고의 경우, 1학년 공통 과정에서 이들 과목은 1, 2학기 각각 4단위를 이수한다. 따라서 2학년 1학기까지 국·영·수 과목을 4단위 이수하면 국가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기초 과목에 대한 필수 이수는 마치게 된다. 나머지 기초 과목 이수는 순전히 학생 선택에 따라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러한 학생선택 중심의 교육과정은 2015 교육과정도 2022 교육과정 심지어는 2025 고교 학점제 교육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단위 학교에서 국·영·수 과목을 필요 이상 학교 지정으로 결정하여 학생 선택권을 차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학교가 수능 시험을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수학Ⅰ, Ⅱ 과목을 필수로 지정하고 있다. 일부 학교는 수학Ⅰ,Ⅱ를 같은 2학년 1학기 필수로 지정하여 상대적으로 수학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들은 2학년 1학기에 미리 수학뿐만 아니라 학교 내신을 포기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수학Ⅰ,Ⅱ를 1, 2학기로 분리하는 경우에도 확률과 통계와 같은 또 다른 수학 과목을 배치하여 결과론적으로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은 같다.
수능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부득이한 편성과 운영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는 내신용 교육과정 편성이다. 수학 과목은 상위권 학생들이 우수한 내신성적을 취득하여 수도권 대학이나 의치약대에 진학하기 위한 변별력 과목 확보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 정기 고사에 많은 사교육비가 지출되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학생부 교과전형 비중이 높은 지역 국립 의대나 치대, 약대 등은 미적분, 기하 과목을 필수로 요구하고 최저등급 또한 4개 영역 5등급이나 6등급일 정도로 매우 높다. 거의 ‘넘사벽’이다.
문제는 수학 성적이 좋지 못한 중위권 친구들이다. 이들에게 수학이 1학년에는 1과목 4단위에 불과했지만 2, 3학년에는 2과목 6단위 이상으로 엄청난 부담이 된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지방 국립대의 인문계열 진학을 희망한다면 수능 최저등급으로 2개, 3개 영역만을 요구하기 때문에 수학 성적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대학이 진학할 수 있다. 수학은 학교생활에 커다란 어려움을 주면서 실제 대학 입시에는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만약 이 학생들이 수학이 아닌 본인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영어나 사회 탐구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했다면 어떻게 될까? 수학 내신 5등급이던 학생이 2학년 1, 2학기 사탐 과목을 하나 더 추가 이수하여 내신 2등급을 얻는다면 위 사례 학생의 내신은 4.*등급이 아니라 3등급 이상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해당 학생에게 학교생활은 무기력함보다는 본인의 진로와 적성에 맞춘 도전과 성취의 공간이 될 것이다.
물론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존재할 수 있다. 단위 학교에서 이러한 교육과정을 선택한다면 일부 상위권 학생들은 내신에서의 유리함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로 해당 학교 진학을 외면할 수 있다. 거꾸로 중하위권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국·영·수 과목의 압박감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도 있다는 희망으로 많은 학생이 지원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좋아할 학교는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이 지점에서 교육청의 역할이 필요하다. 모든 학교에 최소한의 원칙을 요구해야 한다. 다른 다양한 원칙이 있지만, 특정 과목에 따른 학생들의 유불리로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고 자신의 진로까지도 포기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정과목을 최소화한 칸막이가 없는 교육과정 편성하고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 표와 같이 교육과정 편성에 교과 영역 및 교과영역, 교과별로 나눠서 학생 선택을 제한하는 칸막이를 제거해야만 진정한 미래에 대비하는 학생 중심 교육과정이 편성 운영될 것이다. 다음 그림에서 학생의 선택을 제한하는 편성을 보면 진로 과목이지만 기초영역 국·영·수 가운데 무조건 1과목을, 탐구 영역에서는 일반 과목으로 무조건 3과목을 선택해야만 한다. 이런 선택으로 포장한 영역별 필수 선택을 칸막이라고 한다. 2015 교육과정에서 지정한 필수 이수 단위 이상의 교과군별 과목 선택으로 학생들의 참다운 교과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
교육과정 편성에 교과 영역 및 교과영역, 교과별로 나눠서 학생 선택을 제한하는 칸막이를 제거해야만 진정한 미래에 대비하는 학생 중심 교육과정이 편성 운영될 것이다. 그렇다면 칸막이를 제거한 학생중심의 교육과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은 칸막이가 없는 교과과정의 사례이다.
비록 학기별로 같은 3단위 5과목을 편성하고 있지만, 교과 영역, 교과(군), 과목 유형에 따른 선택과목의 제한이 없이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교과목 선택이 가능한 구조이다.
대단히 유감스럽게 아직 우리 전북 지역에는 칸막이 없는 교육과정을 편성한 학교가 거의 없다. 새로운 교육감 시대를 맞아 진정한 의미의 학생 중심 교육과정이 편성 운영되는 학교들이 등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