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가 본격 시행된 지 시간이 흘렀지만, 그동안 이를 둘러싼 교원단체의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전교조와 교원노조가 내세운 반대 논리를 보면, 결국 학점제가 가진 핵심 정신인 학생 선택권 확대는 점점 사라지고, 다시 획일적인 입시 중심 교육으로 돌아가는 길이 보인다.
그동안 고교 학점제 반대를 주장했던 전교조와 교원노조에서 내세운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국어·영어·수학 기초 영역의 확대를 요구하였다. 지금 비중은 44%로 제한되어 있는데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둘째, 사회·과학 탐구 영역의 교육과정 편성에서 과목 축소를 주장하였다. 고2 학년학생의 다양한 교과 선택권을 보장하기보다 학교 지정 과목을 확대하여 진로 지도의 어려움과 교육 행정의 혼란 극복을 요구하였다.
셋째, 학생의 과목 선택권은 최대한 억제하자고 주장하면서도 치열한 석차 경쟁을 막기 위한 절대평가를 주장하였다. 성취평가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절대평가만 주장하였다. 그동안 절대평가는 점수 부풀리기였고 결국 내신을 무력화하였다. 그런데 성취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만을 주장하면서 성취평가에 따른 최성보 도입은 반대하였다.
넷째, 수행평가 폐지와 세특 기록 축소를 요구하였다. 사실 수행평가 없이 수업시간 관찰 기록에만 의존하여 세특을 기록한다면 학업역량 보다는 인성중심 기록이 될 수 밖에 없고 그만큼 기록의 다양성은 사라진다. 학생부는 교과 성적 위주로 기록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학종은 유명무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교원단체의 주장은 이번 교육 비서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현씨의 주장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따라서 교원 단체는 앞으로 이러한 주장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이미 2022 고교학점제는 껍데기만 남아 있다. 마지막 숨통만 끊으면 된다. 먼저 수능 정시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40%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시 확대없이도 교과전형의 수능 최저등급을 활용하여 수능의 위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 정상화라는 명분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수능에서 국어·수학 반영비율은 60%에 가깝다. 나머지 40% 정도가 영어와 탐구 영역이다. 탐구 영역은 1학년 통합과학과 통합사회 전 범위에서 출제한다. 무려 8과목이다. 수능이 갖는 변별력으로 볼 때 최상위권 학생은 8과목을 모두 학습하려 할 것이다.
2학년 교육 과정에서 탐구 영역을 학기당 3학점해야만 겨우 4과목을 이수할 수 있다. 1, 2학기 합하여 8과목 이수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1, 2학기 인문, 자연 각 2과목을 선택할 것이다. 결국 아무런 색깔이 없는 친구가 되고 이처럼 수능 중심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수험생은 수시 교과전형이나 학종 자율전공이나 무전공을 지원할 것이다.
자율전공은 전공 적합성보다는 영어, 수학 등 기초 학문 영역을 더 강조하기 때문이다. 3학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수능 시험에 집중할 것이다. 앞으로 사교육 시장에서 탐구영역의 비중이 확대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2022 고교 학점제 예상 모습이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은 거의 없다. 일부에서 수능 절대평가를 요구하지만 수용 가능성은 전혀 없다. 다만, 내신 절대평가는 채택할 가능성은 있다. 이 경우 내신의 변별력은 사라지기 때문에 수능의 역할과 위상은 지금보다 한층 강화될 것이다.
앞으로 남은 4년간 교육부 장관은 공격보다는 방어에 끌려 다닐 것이다. 마지막 보루인 수행평가와 세특만 무너뜨리면 수시 학종은 형식화되고 남는 것은 교과 전형과 수능 뿐이다. 다양성은 사라지고 획일적인 입시 교육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만을 내세우는 교육이 과연 미래 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교육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