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게임은 쉼터다. 그리고 아이들 소통의 통로이다. 또래 아이들이 하는 게임을 하지 않으면 친구들과 대화할 수 없다. 그래서 소외되기도 한다. 부모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관심이 있는 것들을 함께하지 않으면 대화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함께하고 싶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엄마가 아닌 친구가 되어서 놀 수 있을만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고민해야 했다. 아이들에게 엄마는 권위적이 아니라 같이 놀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던 모양이다. 아니면 겁이 없었거나.
아이들에게 게임을 가르쳐주었다.
386 게임은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것들이 많았다. 아이들에게 ‘고인돌’이라는 게임을 알려주고, 망치 사용법, 다시 살아나는 방법, 장애물을 통과하는 방법 등을 설명해주며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하면 몇 발자국 가지 않아서 원시인이 죽어버리기에 재미가 없는 모양이다. 의자를 넘겨주면 싫다 하고 게임을 하는 모습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엄마, 엄마 공룡 또 때려. 때려! 열 번만. 엄마, 엄마 공룡 표정 봤어? 발 때리니까 아프다고 울려고 해!”
“엄마, 공룡 안 나와? 까르르…. 엄마, 원시인이 불 넘어가다가 고추가 탔나 봐. 팔짝팔짝 뛰고 있어. 까르르….”
아이들에게 게임을 보여주자 밥 먹을 때도 게임 이야기로 신이 났다. 멸치를 숟가락으로 열 번 두들겼다. 게임에서 공룡을 망치로 열 번 때리면 공룡은 쓰러지고 그 자리에 돈이나 아이템이 나오는 형태였다. 멸치를 수저로 열 번 때린 아들은 짓이겨진 멸치 머리를 보고 다시 깔깔거렸다.
“엄마, 밥 먹고 나도 게임 할래!”
“응, 그런데 엄마 오늘 글 올리는 날이잖아? 미리 써 놨으니까. 밥 먹고 엄마 그거만 연재하고 태훈이 게임 하자!”
“응!”
“엄마 그럼 나는 언제 해?”
“음…. 태훈이 게임 몇 번 할 거야?”
“다섯 번!”
아이는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쳐 보였다. 그러자 딸아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엄마, 그럼 태훈이 다섯 번 하고 나서 내가 하면 되겠다. 그동안 난 동화책 볼 거야. 엄마가 읽어 줘!”
“자영아, 우리 태훈이 게임 하는 거 같이 보면 안 될까? 재밌을 것 같은데?”
“음…. 알았어. 그래야 내가 게임 할 때도 엄마가 옆에 있을 수 있는 거지?”
“응!”
아이들은 저녁 먹은 후 얼마 되지 않아 컴퓨터 앞에서 일어나야 했다. 아직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라 채 10분도 되지 않아서 다섯 번의 게임이 끝나버렸고, 두 살이 더 많은 딸아이는 세 번의 게임 하는 동안 20분이 지났다. 다섯 번 하기로 약속했지만, 딸아이는 세 번 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내가 하니까 재미없어. 그냥 엄마가 하는 것이 더 재미있어! 공룡은 없고 공룡 알만 있잖아!”
처음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게임에 능숙해졌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게임이어서 그런지 컴퓨터 앞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단, 약속은 있었다. 엄마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에는 아이들이 게임을 하겠다고 조르지 않는 조건을 걸었다.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들은 약속을 지켰다. 내가 글을 쓰거나 PC 통신에 글을 연재하거나 동아리 방에서 이야기할 때는 그다지 보채지 않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컴퓨터에 앉아 있기도 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게임도 종류가 바뀌었다. ‘고인돌’이라는 게임에서 ‘헤라클레스’라는 게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아이들 성장에 따라 엄마와 함께하는 게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꼭 게임만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동화책도 있었고, 아이들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도 있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아이들의 게임은 인터넷으로 옮겨졌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기에 ‘스타크래프트’처럼 어려운 게임은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다. 나 또한 시간이 많이 투자되는 게임은 할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흥미도 없었다. 24시간 매달려 살아야 레벨이 올라갈 수 있는 게임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은근히 아이들이 걱정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게임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아이들이 온종일 매달려야 하는 게임에 빠지게 되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노심초사했었다.
다행인 것은 초등학생이라는 것이었다. 아이들 방에 컴퓨터가 따로 있었다. 컴퓨터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게임은 자주 했지만, 인터넷 게임은 하지 않았다. 컴퓨터 대부분이 펜티엄으로 바뀌는 무렵이었다. 우연히 ‘포트리스’라는 게임을 발견했다. 귀여운 탱크로 상대방을 정확하게 맞춰서 쓰러뜨리거나 상대방이 다리 위에 있다면 다리를 부숴 아래로 떨어뜨리면 이기는 게임이었다. 레벨에 따라서 장착할 수 있는 포탄과 선택할 수 있는 탱크가 달랐지만 낮은 레벨에서도 아이들과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딸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지만 그다지 게임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들은 저학년이었지만 게임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고, 친구들과도 자주 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 방학 때였다. 중고 컴퓨터 한 대가 주인을 잃고 버려질 위기에 놓였다. 나는 아주 적은 비용을 주고 컴퓨터를 집으로 가져왔다. 인천에 살던 동생이 내려온다기에 사정이야기를 하고 펜티엄급이지만 CPU 속도가 느려서 게임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중고 컴퓨터를 아이들이 게임을 할 수 있고 인터넷을 할 수 있게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부품들을 가지고 오라는 부탁을 했다. 그때 동생이 컴퓨터 AS를 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부탁이었다.
아이들 방에 컴퓨터 두 대가 나란히 있었다. 아이들이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기 전 게임을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해두었다. 아이들이 돌아올 때는 실험도 해볼 겸 아이들 방에서 동생과 ‘포트리스’를 하고 있었다.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컴퓨터가 두 대야?”
“응! 삼촌이 가지고 왔어.”
“진짜? 근데 포트리스네?”
“어? 자영이 이 게임 알아?”
“응, 저기 뒷동 사는 영아 있잖아. 지난주에 거기 숙제하러 갔었잖아? 근데 영아네 오빠가 그거만 하고 있다가 영아 엄마한테 많이 혼났어!”
“자영이가 한 번 해볼래?”
“난 게임은 별로 재미없던데, 근데 엄마, 인터넷 게임 해도 돼?”
“응! 언제든지 하고 싶을 때 해도 돼!”
“다른 엄마들은 못하게 하잖아. 근데 왜 엄마는 해도 된다고 해?”
“할 일 다 해놓고 한다면 엄마는 반대할 생각은 없어! 프로게이머라는 직업도 있잖아!”
동생과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두 아이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하지만 아이디가 동생 아이디와 내 아이디였기에 레벨이 상당히 높았다. 아이들은 어찌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했다. 아이들의 아이디를 각자 만들어주고 게임 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아이들은 재밌다는 듯 포탄을 쏘았지만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엉뚱한 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처음이어서 인지 그 모습도 재미있는 모양이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들이 포탄을 쏘았다. 실수로 딸아이 캐릭터를 그대로 맞춰버리는 바람에 게임이 종료되었다. 딸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거실로 나가 TV를 보고 있었다.
“한 번 더해봐!”
“별로 재미없어. 난 드라마나 볼래!”
아들은 게임에 흥미를 보였다. 딸아이는 그다지 게임에 관심도 없을 뿐만 아니라 동생에게 지니 더 흥미가 떨어진 모양이다. 어느 날부터 딸아이는 저장된 게임도 하지 않았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아들은 어느새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 게임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일단 내버려두기로 했다.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도록 관심도 두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모두 했다면 그다지 잔소리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때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 중독이 될 우려가 있음을 알았지만, 자신이 할 일을 모두 했다면 그것은 중독이 아니라 여유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방학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아들 게임레벨이 나와 엇비슷한 상태가 되었다. 마침 무료한 시간이어서 ‘포트리스’ 그룹 방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하고 있었다. 쪽지가 날아왔다.
“엄마, 나랑 한판 해!”
“태훈이 너 엄마 못 이길 건데?”
“이길 수 있어!”
“조금만 기다려. 여기 그룹전 조금 있으면 끝날 것 같아. 이거 끝나면 하자”
생각보다 그룹전이 빨리 끝났다. 나보다 레벨이 높았던 친구가 게임을 아주 잘하는 친구였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너무 빨리 끝나버려서 다시 게임을 시작했지만, 난 아들과 한판승 때문에 게임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는 아들과의 소통이 더 중요했다.

(그림 = 임솔빈)
아들과 한판 승부가 시작되었다. 아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아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거야. 아들이라고 봐 주는 것 없다!”
“엄마, 내가 할 말이거든! 엄마가 지면 나 운동화 사주고, 내가 지면 엄마 도와서 집안일 공짜로 할게!”
“진짜 약속한 거다!”
“넵! 시작하시지요!”
시작한 지 불과 몇 분 되지 않았다. 거리와 여러 가지 상황을 봤을 때, 한 방이면 아들의 탱크를 바닥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조건이었다. 일부러 방향을 살짝 틀었다. 아들도 조바심이 났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차례가 되면 빠르게 쏘던 아이가 점점 시간이 느려졌다.
“앗싸! 엄마 빗나갔어. 엄마 한 방이면 끝이야. 운동화 사주는 거야?”
“이기고 말씀하시지요, 아드님!”
하지만 아들의 기대는 무너졌다. 아주 미세하게 거리가 짧았다. 바로 앞에 포탄이 떨어졌다. 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살짝 각도를 틀어서 쐈다. 그러나 각도를 틀었다고 생각했는데 정확하게 아들의 탱크를 맞추고 말았다. 실수였다.
아들은 재빠르게 내 방으로 달려왔다.
“우와 엄마 진짜 너무해! 첫 게임인데 봐주면 안 돼?”
“봐주는 거 없다고 했잖아!”
“이번 게임은 무효야. 내가 엄마 실력을 몰라서 그랬어.”
“엄마 이제 일해야 하는데?”
“그럼 엄마 일 끝나면 또 해!”
“엄마 홈페이지 제작해야 해서 며칠 걸려!”
“그럼, 그거 끝나고 해! 오늘 건 무효니까 나 집안일 하는 것 돈 줘야 해요!”
“음, 오늘만 봐주는 거야! 다음번에는 무효! 이런 것 없어!”
“응!”
그날 밤, 저녁 식사를 하는데 아이는 씩씩거리며 식탁에 앉았다. 친구들과 게임 하다가 진 모양이다. 밥 먹으면서도 불만이 잔뜩 쌓인 표정이었다. 남편의 표정이 굳어졌다.
“밥 먹는 자리에서 왜 통통 불어 있는 거여?”
“친구들이랑…. 아니 그냥 좀 싸워서!”
딸아이가 아는 척 나섰다.
“싸우기는…. 포트리스 하다가 네가 졌지?”
“포트리스? 그게 뭐여?”
난 당황했다. 그때 한참 TV에서 아이들의 게임 중독이 이슈가 되고 있는 때였다. ‘스타크래프트’와 ‘포트리스’는 국민게임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람이 즐겼었고, 그만큼 게임에 중독된 사람들이 뉴스에 심심찮게 나오던 때였다.
“그게…. 컴퓨터 게임인데…. 내가 가르쳤어.”
“시방 정신이 있어? 없어? 뉴스 좀 보랑께. 이 사람아!”
“알아, 게임 중독이 무서운 것. 하지만 애들 할 일 다 하면서 하잖아!”
“아직 애기들잉께 글제! 엄마 무서운께. 아그들이 중학생 되면 당신이 무서울 것 같어?”
“그냥 나한테 좀 맡겨 놔! 게임 중독이 될 것 같으면 그때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집에서 못허게 허믄 게임방 가것제!”
밥 먹는 시간에 아이들 문제로 남편과 다투고 싶지 않았다. 식탁은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은 즐거운 시간이어야 하고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은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남편에게 알았다는 말로 대충 얼버무리고 화제를 다른 것으로 옮겼다. 올 여름방학이 지나기 전에 아이들 데리고 시골 다녀오자는 이야기와 계곡은 다녀왔지만, 바다는 가지 못했다는 이야기 등 여름휴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아이들도 금세 그 이야기에 들떠 있었다.
그날 밤,
남편과 아주 오랜 시간 아이들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다. 아이들보다 남편을 먼저 설득해야 아이들이 자유롭게 게임 할 수도 있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시간이라는 대화 끝에 게임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기분 좋은 대화마무리에 나 또한 만족했다.
내가 홈페이지 제작을 마치자마자 아들은 다시 나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나에게 이기는 것은 무리였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아들은 투덜거렸다.
“아빠, 엄마 진짜 너무해요!”
“왜?”
“제가 지면 집안일 무료로 해주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엄마가 인정사정없이 제 탱크 모조리 부숴버렸어요!”
“그래서 져부렀냐?”
“네! 한 번도 엄마한테 못 이겼어요!”
“긍께, 엄마가 너무헝거 맞네! 맞어. 어째 그렁가 당신은 아들한테 좀 져주믄 안 댕가?”
“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것이야! 절대 봐주는 것은 없지! 당신이랑 해도 난 안 봐줄 거야!”
그 이후 아들은 나에게 도전장을 내밀지는 않았다. 하지만 게임도 점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친구들이 게임에 빠져 엄마들과 싸울 때 아들은 컴퓨터 게임은 전혀 관심도 없었다. 컴퓨터도 그다지 사용하지 않았기에 아이들 방에 있는 컴퓨터 한 대를 남편이 사용할 수 있도록 안방으로 옮겨야 했다.
아이들은 컴퓨터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나 또한 ‘포트리스’라는 게임도 최고의 레벨을 달성하자마자 그만두었다. 자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도 하다가 보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에서 최고의 레벨을 달성한다 한들 나에게 남는 것은 없고 잃어버린 것만 더 많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들이 모처럼 쉬는 날이었다. 집이 시내와 멀어서 아르바이트하는 것이 힘들기에 집에서 자는 아들 친구와 함께 거실에서 엎드려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어라? 태훈이도 게임 하냐?”
“엄마도 스마트폰 게임은 가끔 하잖아?”
“그거야 좀 쉬고 싶을 때, 길어야 30분이잖아! 근데 무슨 게임 해? 지난번에 같이하던 것은 너 재미없다고 안 하잖아?”
“이거, 삼촌이랑 가끔 했던 거 있잖아”
“아, 총 쏘는 거? 남자들은 그런 거 참 좋아해 그지?”
“누나는 메이플 스토리 하잖아. 엄마도 그거 해.”
“그거 게임 하는 만큼 레벨 업 할 수 있는 거잖아.”
“하긴 엄마는 시간 없어서 안 되겠다. 근데 엄마 나 있다가 게임방 가!”
“게임방? 저번에도 가더니 또 가? 요즘 게임에 취미 붙였어?”
“아니, 친구들이 대부분 리니지나 스타크래프트 하잖아. 게임 모르면 술 마실 때 혼자 왕따 당한 느낌 들거든. 모르는 소리만 하니까. 그래서 가끔 가”
“하긴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소통도 되는 거니까! 근데 엄마랑은 요즘에 같이하는 것이 없네?”
“있어! 엄마랑 같이하는 것. 제일 좋은 것!”
“뭐? 없는데?”
“술 한 잔!”
“제일 나쁜 거잖아! 근데 엄마 물어볼 것 있어. 너 고등학교 때 게임 안 했잖아 네 친구들이 뭐라 안 했어? 지금처럼 왕따 당하는 기분 아니었어?”
“그때도 가끔 엄마한테 게임방 간다고 말했잖아!”
“너 아르바이트하느라 시간도 없었잖아.”
“그래도 게임 같이하고 그러면 대충은 알아서 왕따 당하거나 하지는 않아. 지금도 그래.”
“근데 너 게임 왜 안 하게 됐어?”
“아예 안 했던 것은 아닌데, 뭐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까 그다지 호기심도 없었고, 궁금하면 엄마한테 물어보면 되고, 찾아보면 되고…. 그러다가 보니 그냥 흐지부지 흥미를 잃어버리던데? 엄마한테 왜 드라마는 잘 안 보냐고 물어보는 거랑 같지 뭐.”
“나야 뭐 볼 시간도 별로 없고 그래서 흥미 있는 드라마만 보게 되던데? 근데 엄마는 드라마 잘 안 보니까 아줌마들이랑 이야기할 때 할 말이 없는데…. 엄마 왕따 된 거야?”
“인제 보니 엄마 왕따네!”
아들과 깔깔거렸다. 옆에 있던 아들 친구도 나를 놀리며 웃어댔다. 몇 년 전 처음 집에서 잠을 자던 아들 친구는 이런 집안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와 함께 술 마시고, 함께 게임 하고, 드라마 이야기를 하면서 깔깔거리는 분위기 자체가 이해 안 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제 익숙해져서 나한테 게임을 권하기도 하고, 어떤 드라마가 재미있다고 먼저 이야기한다.
아이들과 무엇인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아직은 감사한다.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을 같이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에. 다만 아이들이 성장하고 내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울 뿐이다. 다음 주 아들이 쉬는 날, 내가 시간이 된다면 영화나 보러 가야겠다. 아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또 하나의 소통을 찾아서!
[작가 약력]
전남 나주 출생
전북 군산 거주
1995년~99년 소설창작모임 운영
2003년 수필집 [누룽지와 꺼먹고무신] 출간
2004년 월간 시사문단 시 등단
2004년 계간 대한문학세계 소설 등단
2011년 시집 [여백] 출간
2015년 현재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이사
계간 대한문학세계 심사위원
대한 문예대학 강사
대한 시낭송가협회원
웹디자이너
홈페이지 : 설연화의 문학공간 (http://sichenji.com)
※ 설연화 작가의 [사고뭉치 엄마의 괴짜 교육법]을 연재 중입니다. 매주 월요일 새로운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