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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5-12 00:31:39

잡초를 찾아서 (2부)


... 편집부 (2018-07-24 1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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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근오)

동산바치의 “花 和 人 仁”
- 다섯 번째 이야기 : 잡초를 찾아서 2부

날이 덥습니다.
이렇게 찌는 삼복더위에 우리 조상들은 토종닭으로 만든 삼계탕이나 보신탕 같은 것을 먹어 왔지요. 더위에 지친 심신을 보하기 위한 비방이었던 셈이지요.

지난호 이야기에서 단군신화 속의 쑥과 마늘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그러고 보니 삼계탕에는 마늘도 많이 들어갑니다.ㅎㅎ)
신화 속 식물을 토종이라는 단어를 통해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토종닭에도 등장하는 이 토종이라는 말의 뜻은 ‘이 땅에서 본래 자라났다’ 라는 거지요. 유사한 말로는 재래종이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닭이라는 가축이 이 땅에서 본래부터 자라고 있었던 것일까요?....
(닭의 원산지는 동남아시아 랍니다)
쑥과 마늘 역시 흔히 토종식물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엄밀히 말해서 토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시간의 잣대를 어떻게 들이대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본래 주제였던 쑥과 마늘로 다시 돌아가 봅니다.
쑥의 원산지는 유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원산지에서 아주 먼 지역에 이르기까지 쑥은 널리 퍼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 전파지역에 포함됩니다.
그런데 그 시기가 너무나 오래 전이라서 역사를 뒤져봐서는 그 전파연대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이야기에도 쑥이 등장한다고 하니 정말이지 멀고도 먼 옛날 전 세계로 퍼져나갔었나 봅니다.
그 이유를 추정해 보자면, 쑥이 생명력이 강해서 잘 번진다는 점이 있을 것이고,
봄철 나물로도, 모기향, 뜸 재료 등 약재로도 꽤 쓸 만하므로 널리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마늘은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찌감치 약효를 인정받은 마늘 역시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되는데,
이미 수천년 전에 바빌로니아, 이집트, 인도 등지에서 식용한 기록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중국에는 기원전 200년 경 서역에서 전래되었다는 기록이 전하지요.
그런데 앞서 본 삼국유사와 태백일사 등 고서에 의하면 이미 우리나라를 포함한 만주지역에는 기원전 2333년에 마늘이 전래가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즘에서 토종과 귀화식물의 개념을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단군시절 혹은 그 이전으로 거슬러 가서 생각해 보면 쑥과 마늘은 일종의 귀화식물이었습니다.
그러다 수천년 시간이 흘러가자 이제 쑥과 마늘은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토착화된 식물이 되게 됩니다.
즉 외래식물에서 귀화식물로 자리바꿈을 하고, 다시 토종 식물 또는 작물로 변모한 것이지요.

지금 토종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상당수가 제대로 살펴 보면 쑥과 마늘처럼 먼 옛날 이 땅에 귀화한 조상의 후손이라는 것을 알고 놀라게 됩니다.
작물에서는 수수, 밀, 보리, 벼, 오이, 가지, 배추, 무 등 상당수가 그렇고,
잡초에서는 달개비, 강아지풀, 도꼬마리, 환삼덩굴, 쇠비름, 돌피, 바랭이, 냉이, 질경이, 소리쟁이, 자리공 등 아주 많습니다.
심지어 나라꽃 무궁화 역시 처음 외래종 식물이었다가 점점 이 땅에 적응해 간 귀화식물로, 그리고 마침내 토종처럼 여겨지는 경로를 밟았지요.

시간대를 달리 보자면, 지금 외래종 또는 귀화식물이라고 부르며 귀빈대접 아니면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는 얘들이 수많은 세월이 흐르고 나면 어느새 토종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아마도 우리가 먼 옛날 유럽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온 식물들을 토종이라고 바라보듯이, 우리 후손들은 근래의 아메리카산 귀화식물들인 망초, 달맞이꽃, 아까시나무 등을 한국의 토종으로 인식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토종과 귀화의 경계라는 것이 참 모호하며 세월의 흐름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이주민 식물들을 바라보면서 새삼 느끼게 됩니다.

갑자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광고문구가 떠오릅니다.
거꾸로 본다면 ‘가장 세계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일 수 있다’ 로도 비쳐지지 않을까요
귀화식물들로 인해 토종식물의 세계가 더욱 풍성히 변하게 되며
기존의 토종식물들 역시 끊임없이 새로운 식구들의 영입을 원하고 있으니까요.....


<나라꽃 무궁화>

※ 제목 설명
위 ‘화화인인(花和人仁)’은 ‘꽃은 어울리고, 사람은 어질다’라는 뜻으로 자가제작한 표현인데, 꽃마실 카페 여는 잔치의 부제이기도 했다.
중문식으로 보자면 ‘꽃이 사람과 더불어 어질다’라는 뜻이 될 텐데, 더 나아가 ‘꽃과 함께 할 때 비로소 사람이 어질 수 있다’는 확대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동산바치 소개
본 코너지기인 동산바치 김근오는 현재 전주에서 ‘꽃마실’이라는 플라워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원예학을 전공했으며, 귀농을 준비한 지 오래되었고, 꾸준히 텃밭농사도 짓고 있다. 틈틈이 산과 들의 식물들을 만나며 관련지식을 쌓아 가는 중이라고.

동산바치 : 원예사 또는 정원사(gardener)를 뜻하는 순우리말.

[편집자] <동산바치의 花和人仁>은 월 1회, 네째 주 화요일에 게재됩니다.